사람 성격 나름이겠지만, 어느 차든 단 한 군데의 결함 없이 완벽한 차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차 출고하고도 들춰내야 나오는 결점까지 수정해야 직성이 풀렸고 자동차는 항상 완벽해야만 한다는

제 성격이 꽤나 피곤한 축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뭔 전문가도 아니고 말이지요.

 

과도한 집착인 것 같아 마음 비우고 차를 타자고 하면서도 결국 이번에 NF 중고를 가져올 때는 여러가지 따졌고,

오랜 연식임에도 1인 차주에 바디 부식 및 사고나 수리, 재도색 흔적조차 없는 것을 기어이 찾아서 가져왔습니다.

연식이 연식인 만큼, 문콕부터 찍힘을 그대로 두었을 정도로 말 그대로 손을 아예 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차에 대한 별다른 애정도 무신경함도 없이 평범하게 안전운행하며 그야말로 이동수단으로만 운행된 듯한 느낌?

누군가 인터넷으로 매물로 올라온 자료를 막 보더니 이건 아이들 통학용으로 쓴 차 같다 뭐 그러더랍니다만,

제가 봐도 대충 그런 쪽인 것 같네요.

 

그 동안 중고차 가져올 때는 가격 싸고 섀시만 멀쩡하면 된다며 앞휀더나 도어 교환 정도는 그냥 가져와놓고서

뒷수습 하느라 싸게 구매한 이상으로 돈이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무조건 무사고에 짧은 주행거리만 찾았더니만

하여간 그 전만큼 피곤하지는 않네요. 뒤쪽 크로스멤버와 연료주입파이프, 머플러가 다 삭아있는 것만 빼면요.

 

각설하고...

 

바디 외관면은 부식 흔적이 없고, 하부도 일부분 경미한 부식이 있을 정도라 안심했는데...

가져온지 얼마 되지 않아 좌측 후륜 휠하우스 앞쪽 끝단에 도장면이 깨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깨진 도장면을 뜯어내니 강판 표면이 뻘겋게 부식되어 있더군요.

대충 눈에 보이는 녹만 닦아내고 탔더니, 하루만에 또 뻘겋게 올라오길래 녹 환원제라고 하는 물건을 발라놓고

아무 생각없이 타고 다녔습니다.

 

그 동안 중고든 신차든 차를 지겹도록 주물러댔지만 단 한 대도 오래 타지도 못했고, 이젠 지치고 다 귀찮아져서

차에 애정도 없고 세차도 안 하고 차 안에 짐도 마구 내팽겨쳐두고 그야말로 이동수단으로나 타고 다녔습니다.

연식 오랜 차를, 완전 순정이니 신경 쓸 것 없다 싶어서 정말 막 탔습니다.

 

그러다가, 어쨌거나 시세보다 비싸게 사온 차를 이번엔 관리 부실로 오래 못 타게 되면 안 되잖나 싶어졌고,

습도가 높아지기 전에는 미리 손을 봐야겠다 싶어서 위의 부식된 부분을 이리저리 살펴봤습니다.

뭔가, 이것만이 아닐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사이드스커트 커버를 들어냈더니, 아뿔사...

사이드스커트 뒤쪽이 보도블럭에 치였던 건지, 그 안쪽의 사이드실 패널 강판이 수 밀리미터 밀려들어가 있고,

90도로 꺾여서 휠하우스 앞쪽 끝단과 이어지는 웰딩면 부분의 도장이 아예 깨져 없어지고 강판면이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판금수리 맡길까 고민하다가, 일단 부식부위를 직접 사포로 갈아낸 뒤 직접 방청처리를 했습니다.

별 효과는 없겠지만, 부식을 갈아낸 뒤 기분상 녹 제거제도 뿌려보고, 아연 스프레이도 세 번 정도 말려가며 뿌리고...

제 색상의 베이스까지 칠해두었습니다. 다 마르면 클리어까지 뿌린 뒤 면을 맞추는 걸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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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드스커트 고정용 흰색 키 오른쪽 아래로 움푹 들어간 곳이 데미지 부위 (...거러췌!! 이 정도 흠은 있어야 중고답지!!)

 

가장 깔끔한 건 그냥 한 번에 판금수리 맡기는 것이겠지만, 얼마 전에 겉벨트 세트와 점화계통 수리를 하느라

지출이 좀 있었기에 당장 수리할 상황이 아니기도 하고...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부위는 또 아니어서, 나중에 판금수리를 맡기든 그냥 냅두든 부식을 최대한 억제시키고자

삽질을 해보았네요.

 

블랙박스와 하이패스도 차 가져오자마자 달 것을, 이제서야 유리에 붙였고 배선은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습니다.

업무도 많은데, 차 까지 신경쓰기엔... 아오... ㅠ.ㅠ 이젠 귀찮아 죽겠습니다.

예전의, 밑 빠진 둑에 물 붓던 상사표 중고차들에 비하면 투자가치가 있는데도 선뜻 손을 잘 안 대고 있다는게 참...

회사 여직원 차의 블랙박스조차 칼국수 한 그릇 얻어먹고 달아주기까지 펜스룰 핑계삼아 두 달 넘게 질질 끌었으니...

 

지난 몇 년간의 과도한 집착과 지금의 과도한 게으름이 언젠가는 중간점으로 돌아오려나요.

완벽하든지, 아니면 포기하든지 라는 극과 극이 아닌 그 중간 어디쯤, 완벽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손봐가며 탄다는

좀 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