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수많은 차들을 짧게 거쳐간 일을 되돌아보며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사는 차마다 트러블이 생기고 돈이 깨지며 오래 못 타고 갈아치웠을까?

폐차급 중고차를 가져와서도 몇 년씩 잘들 타는데, 뭐가 문제일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다가, 트러블이 없을 수가 없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중고차는 인터넷에 올라온 싼 차만 사다가 밑 빠진 둑에 물을 부었다는 것...

어쩌다 관리 잘 된 차를 가져와도 각종 개조와 노후에 의한 트러블...

신차를 사도 비용만 고려하여 샀다가 용도에 맞지 않아 문제이거나

굳이 특이사양을 고집하느라 다른 대안 냅두고 약하다는 차를 구매...

어느 것 하나 남들이 말리지 않았던 차가 없었습니다.

꼬장꼬장 컴팩트하고 날렵한 수동변속기 차만 고집해왔고, 싼 차만 찾았습니다.

그러고는 어디 뭐 하나만 마음에 안 들어도 해보다 해보다 안 되면 퇴출...

하다못해 몇억짜리 수퍼카도 완벽하지 않은 판에...

 

그러다 이번엔, 이러다 차 바꾸느라 헛돈 날려서 인생 고달프게 살겠다 싶어서

제 고집이고 뭐고 다 내려놨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하니, 남들 하는대로 따라해보기로 했습니다.

 

당장 신차는 도저히 무리이니, 중고를 알아봐야 했습니다.

단, 정말 오래 타려면 그럴만한 차를 골라야 한다는게 전제조건이었습니다.

준중형차 사면서도 2,000cc 같은 걸 고집하느니 이젠 중형으로 올라가자,

그리고 수동은 아주 그냥 질리도록 타봤으니 남들 하는대로 편하게 오토로 가자.

운전 드럽게 재미없을 것 같은 평범한 차로 골라서, 차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써놓고 보니 저도 주절주절 설명충이군요...)

 

하여, 싼 것만 고집하지 말고 차량 이력과 상태를 최우선으로 하여 골라왔습니다.

...사실, 돈 안 쓰고 싶어서 50만원도 안 되는 프린스 1.8 SOHC 수동을 사러 부천에 갔다가

이게 뭐하는 짓이지...하고 심란해져서 잠깐 사이에 고민할 것 다 하고 급선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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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소나타 페이스리프트 전의 구형 모델 프리미어 블랙입니다.

페이스리프트 된 건 뭔가 모양이 마음에 안 들고 더 시끄러워서, 출력 좀 딸리는 건 감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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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판은 양쪽 뒷문이 좀 지저분하고 덴트도 있고, 뒷휀다도 좀 울퉁불퉁합니다.

다만 무교환 무판금이고 크로스멤버와 링크 빼고 부식 거의 없는 점을 가치있게 생각했습니다.

언더코팅 차량 아니면 크로스멤버와 링크 멀쩡한 차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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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에서 좀 잘그락거리는 소리는 들리던데, 스커핑이나 메탈베어링 소리는 안 들려서

나중에 엔진 나가면 보링해서 타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계약했습니다.

가져와서 오일뚜껑 열어보니 의외로 헤드 안쪽이 새 것 느낌이네요.

 

운전해보니 정말 재미 없습니다. 고속까지 꾸준히 밀어주긴 하는데, 순간가속 빵점이고요.

수동모드 조작시 반응속도는 그 유명한 보령미션 뺨치도록 굼뜹니다.

대신 승차감은 정말 좋네요. 생각했던 것처럼 막 물침대 이런 느낌보다는 훨씬 단단한데,

어느 이상 하중이 들어가도 훅 주저앉거나 하는 등 비선형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네요.

차체 강성이 요즘 차들만치 되지는 않을텐데, 의외로 좌우로 잘 버티길래 용하네 했는데,

아, 이거 앞에 더블위시본이었네요.

 

운전 재미는 없는데 여튼 느긋이 타보니 굉장히 편안합니다.

운전습관 자체가 굉장히 느긋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차덕후 마인드는 이제 그만 내려놓고, 일상 생활에 더욱 집중하려 합니다.

 

걱정하던 지인들이 모두 환호하는 것도 기분이 좋은 일이네요.

 

와인딩은 포기네요.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