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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은 기회에 G20 M340i를 아주 짤막하게 시운전 해보았습니다.
최근 출시된 외제차를 운전해보는 건 처음인데, 확실히 시대가 많이 변했음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이면 차들이 모두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을거라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하늘을 나는 듯한 하이테크를 경험했네요.

아반떼 체급의 컴팩트 모델로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 덩치가 크며 실내도 널찍합니다.
1열의 경우 체감상 AD는 확실히 아니고 LF 넓이에 근접하는 정도는 되는 듯 합니다.
2열은 소나타만큼 널찍하지는 않지만, AD보다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승차감은 꽤 단단한 편이었고 빈틈없이 타이트하며 아주 묵직한 느낌이었습니다.
잔 충격은 어지간히 모두 걸러내면서도 상하 스트로크가 짧고 노면의 굴곡에 따라 차체가 상하로
움직이며 노면 상태를 느끼게 해주지만, 이 과정에서 덜컹임이나 헐거운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여, 구름같은 승차감을 선사하지는 않더라도 서스펜션에서 느껴지는 움직임과 이를 유연하게
받아내는 차체 느낌은 확실히 이런 맛에 독일 차를 타는가 보다 하는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차멀미에 많이 약한 제가 느끼기에는 아주 좋은 승차감이었습니다.

19인치 휠에 앞뒤 각각 35, 40 시리즈의 얇은 타이어가 들어가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선회 반응은
묵직한 승차감에 이은 깜짝쇼처럼 컴파스로 원을 그리듯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정확했습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약간의 보타가 필요한 32비트 MDPS 유저 입장에서는 신세계였습니다.
손은 물론 팔에도 야무지게 착 감기는 듯한 스티어링 감각,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ZF 8단 토크컨버터 자동변속기...
컴포트 모드에서는 악셀링 초기에 약간 델리케이트한 반응이 가미되면서도 늘어지는 느낌은 없이
부지런히 기어를 올려갑니다. 엔진 파워가 좀 있어서인지 1,500rpm쯤에서도 속력이 잘 붙었습니다.
단수가 하도 많아선가 타코미터가 정신없이 아주 좁은 폭으로 오르내립니다. 그 과정에서 불쾌한
변속 충격은 시운전 하는 동안 한 번도 없었습니다.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악셀링 반응이 그냥 요즘 수동 순정 차량 정도로 매우 직관적이었습니다.
D 모드에서는 의도한 것보다 더 고회전을 유지하는 바람에, 항속 중 악셀 페달을 조금만 툭 건드려도
차가 움찔 하면서 속력이 붙었습니다. rpm을 낮추기 위해 수동 모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D로 주행 중에도 악셀 오프시에는 과거 기계식 스로틀 수동 차량처럼 아주 확실하게 엔진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당연하지만, 엔진브레이크가 빠르게 걸리면서도 울컥거리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가속할 때 쉬프트업 타이밍이 늦어 rpm이 3천대로 높게 유지된 만큼, 감속시 쉬프트다운 타이밍도
꽤나 빨랐고 레브매칭도 아주 야무지게 해주던지라, 운전자가 악셀 페달을 밟아 가속 명령을 내리는
즉시 차를 발사시키겠다는 듯 상당히 공격적인 느낌을 전해주었습니다. 악셀 반도 못 밟겠더군요.
괜히 BMW와 ZF8단 변속기의 콜라보레이션에 찬사가 이어지는게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직관적인 악셀 직결감을 운전의 생명처럼 여기는 제겐 오토 중에서는 단비와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결코 작지 않은 덩치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스티어링과 악셀, 브레이크의 조화는 어느 것 하나도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는 느낌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밸런스 갖춘 고성능 차를, 수동만 계속 운전하던
제가 받아들이기엔 여전히 어려웠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신차인데다 고출력 차에 익숙하지 않아 폭넓게 운전해보지는 못했으나, 그러함에도 훌륭한 조작감과
피드백, 이를 아우르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고 모든 면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국산 오토 차량이 답답한 변속기를 이끌고 가려니 갑갑하고 머리가 아팠다면,
이 차는 컴포트모드에서는 악셀링 초기의 델리케이트한 반응이 아주 약간 계단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나
어쩔 수 없는 약간의 딜레이가 아쉽고, 스포츠플러스 모드에서는 초보이지만 여하간 운전자인 저보다도
한참 먼저 앞서나간 명석함으로 얼른 실력을 보이라는 듯 재촉을 하는 느낌이 그만 정신이 없어져서
머리가 아팠습니다.
수동 차량으로 악셀링과 기어 선택, 동력을 잇는 컨트롤 하나하나를 직접 몸으로 느껴가며 제어하는 것에
익숙하다가 어느 차종이건 오토를 타면 처음에는 그저 편하다가도 점점 온 몸의 신경이 차단되어가는 듯한
멍한 느낌이 들면서 차의 반응 하나하나 신경쓰다 보니 그러하네요.
비교 대상이 전혀 아닌 만큼, 한동안 살짝씩 기웃거렸던 TG 2.7, YF 2.4 GDi, i40 2.0 GDi는 포기입니다. T-T

고출력 오토 차량에 익숙하다면 정말 재밌게 탈 수 있으면서도 4도어 세단의 실용성까지 갖추고 있어서,
외제차 운용에 무리가 없는 여건이지만 가족용 등의 문제로 고성능 차의 운용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께는
아주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풀악셀시 제로백은 4.4초라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