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랫만에 테드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현역 끝자락에 접어든 투스카니 수동을 데일리카로 꿋꿋이 운용중인 이소르입니다.

(이제 의외로 30대 이상 남자분들을 제외하면 투카 자체가 생소한 차가 되어버린게 신기합니다.

몇 가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다음에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_=)

 

오늘,

어머니의 첫차(!)이자,

종종 저에게 운전대를 내어주기도 하고 온 가족을 위해 13년 동안 달려주던

오디너리 오브 오디너리, 대한민국 준중형의 스탠다드, 아반떼 XD를 떠나보냈습니다.

 

2005년, 아버지 차 한대로는 아무래도 불편함을 느끼던 저희 가족이

당시 지금에 비하면 정말 생소하던 SK엔카에서 직영매물(그땐 아예 직영매물밖에 없었죠)로 입양해온

2000년식 아반떼 XD. (흰색에 1.5 디럭스, 컬러랑 옵션까지도 표준 그 자체였네요 ㅎㅎ)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단 한 번의 큰 사고 없이, 다치는 사람 없이 안전하고 성실하게 10년 넘게 함께한 친구를 보내는 마음은

다른 어느 곳 보다도 테드에 계신 선배님들과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생각이 들어 주절주절 하게 됩니다.

 

이 차가 한창이었을 무렵은 저 역시 또래 친구들 사이에 끌고 나가면 어깨를 으쓱하게 해 주는 녀석이었고,

이 녀석이 나이를 먹어 가면서부터는 오래된 차가 지저분하고 고물차같이 보이는게 싫어서

더 열심히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봄 가을이면 팔리싱으로 페인트클랜징까지 해 주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평일에 어머님은 거의 단거리 위주의 운행, 주말에 제가 가끔 중장거리를 운전하는 터라

20년이 다 되는 차령에도 불구하고 11만 km을 적산거리를 자랑하는 (니가 주말용 컨버터블이니???>_<)

경이로운 데일리 세단이었습니다.하하;;

 

 

 

정도 많이 들었고, 꾸준한 관리로 솔직히 아직 충분히 더 달려줄 수 있는 녀석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차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은 테드 여러분들은 이해하실 애증의 감정이지요..;;;

 

더군다나 이제 연세도 많으신 어머님이 데일리카로 운행하기에는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도 있고 (긴급상황 대처 시 부족한 운동성능과 혹시모를 사고 시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안전성)

특히 나이든 아줌마가 오래된 아반떼를 끌고 다니면 더욱 높은 빈도로 마주하게 되는

도로 위의 비매너 양X치들의 싸X지 없는 운전매너 행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또한 자식된 도리로 쎄끈하고 안전한 최신형 볼보 하나 척 뽑아드리지 못하는 형편에 속만 상했었답니다=_=

 

 

 

작년 말 부터

"더이상은 안되겠다!! 여봐라, 지름신님을 영접하자!!" 라고 선포하고

신차까지는 안되더라도 보증 살아있는 국산 중형 세단급에서라도 차를 바꿔 드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절친한 선배가 기변을 하면서 사탕발림과 협박(!?) 양동작전으로

기존에 선배가 타던 수입 세단을 아주 저렴하게 입양해 왔습니다.

 

여튼, 그래도 기존에 비해 훨씬 괜찮은 차량에다 어디 가도 부끄럽지 않을 차로 바꿔드리니

너무나도 마음이 좋습니다만,

오늘 퇴근길에 주차장에서 보이지 않는 아반떼를 한참 찾다(어제까진 있었거든요)

문득 울컥 하네요.

 

거의 대한민국 차종 중 DIY에 대한 정보가 가장 많은 차종 TOP 3안에 든다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의 방대한 정보와

각종 정비 및 유지 보수 소스들 덕분에

이리저리 호작질도 많이 하고,

차에 대해서 하나 하나 더 알게 되고,

가족들과 여행도 떠나고 데이트도 했던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차는 이제 우리 가족의 손을 떠났으니까요..

 

눌러 버리기엔 너무 눈물나는(!) 정든 차인데다가

아직 컨디션이 너무 쌩쌩해서,,, (고질적인 측면부 부식을 제외하면 꽤 쓸만한 녀석이었거든요)

백방으로 고민하고 알아보다

다행히도 마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촌동생의 운전연습용 겸 첫차로 입양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오늘 외삼촌이 차를 가져가신 터라 주차장에서 아반떼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수고했다고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해서 섭섭했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서 이따금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촌동생 녀석이 차만 안부셔먹고 잘 타줬으면 좋겠네요..ㄷㄷ;;;;;

 

고마워!! 잘 달려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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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좀 찡한 이야기였고

장황한 저 스토리를 이까지 정독해 주신 분들을 위해서

지금부터 빅재미까진 아니지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자아....

 

 

 

 

 

환갑이 넘으신 저희 어머님의 뉴 카는요....

 

 

 

 

 

 

 

 

 

 

 

 

 

 

 

 

 

 

 

 

 

 

 

 

E90 320d M Sport 입니다.

그것도 검정색이요.(쿨럭)

 

 

 

네... 제가 너무 맘에 들어서 이걸로 했어요.....ㅜㅜ 라고 안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B당 DNA를 가진 저에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지요...하하.

LCI라서 디자인도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고(특히 테일램프!!!), 구형 이미지를 확 지워주는 엠팩 범퍼,

11년식 끝물 E바디라 184마력에 ZF 6단이 들어간 훌륭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제가 운전을 해 봤는데 너무너무 재미있어요......(ㅜㅜ... 네.. 제가 재미있었어요...)

 

 

 

 

아 물론 제가 천하에 몹쓸 불효자가 아니라는 변호를 위해서!!!

정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 가족끼리 다닐 때는 제가 운전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어머니의 데일리 카이기 때문에

E바디 특유의 무거운 스티어링휠, 딱딱한 승차감, 게다가 처음 경험하시는 디젤 세단의 아이들링 진동 등

여러 걱정이 앞서 초조한 마음으로 선배에게 단기보험 협찬을 요청해서 시승을 시켜 드렸죠.

 

놀랍게도

저희 어머님의 운전 취향은 BMW M........인 것인가....ㅋㅋㅋㅋㅋㅋ

여튼 핸들도 차라리 낭창낭창한것보다 훨씬 낫고, 하체도 안정적이라 드라이빙 필링이 마음에 든다고 하시네요;

처음 타보시는 수입차에(국산차 대비 전반적인 인터페이스가 은근 약간씩 다른 구석들이 제법 있잖습니까,,)

특히 불친절하고 안직관적인 구형 BMW의 각종 기능들을 조금씩 알려 드리면서

해피 엔딩이 된 것 같네요+_+

 

 

지난 주말에 기존의 짙은 틴팅도 적정 수준으로 연하게 다시 해 드리고,

고질적인 매트밀림으로 상태가 안좋은 매트도 매트의 신으로 갈아 드리고,

하체와 프레임은 쌩쌩하지만 외판이 그닥 깔끔하게 관리가 안 된 편이라

연말정산 받으면 폴리싱과 한번 싹 내 드릴 계획이라 아직 정신없이 셋팅해 드리고 있네요.

(내일 기온이 영상이고 전 솔로니깐 발렌타인데이 밤을 실내 디테일링으로 불사를 각오를 다지는 중입니다!!!)

 

 

 

얼른 열심히 돈 많이 벌어서 다음번 부모님 차는 즐라탄과 잉베이의 나라에서 공수해 온 신차로 해드리자! 라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자아 그러면 320d를 저의 데일라카로 가지고 오고 투카는 서킷전용 싹털차로 변신..... 아닙니다-_-;)

 

 

 

 

 

좀전에 지하주차장에서 되게 울적한 기분으로 올라와서,

자기전에 테드에 들어와서 센티멘탈하게 게시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끝날때는 히죽거리고 있네요-0-

아반떼야 미안해 ㅜ.ㅜ

 

 

 

그래도

저에게 있어서는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의 첫 차였던 포니2나,

차 좋아하는 꼬맹이가 뒷좌석 가운데에서 아부지 운전하는걸 보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던 콩코드,

대학가서 면허따고 훔쳐타야지 흑심을 품던 SM5보다도

가장 많은 추억과 기억이 남은 저 18년 된 아반떼가 앞으로도 가장 많이 기억날 것 같아요.

 

 

 

 

 

담백함과 간결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긴 글을 읽어주셨다면 민망함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서,,

연휴를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 가슴 한켠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예전의 차를 잠깐 추억하실 수 있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