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폭설.jpg

서울 폭설-2.jpg

보통 수도권에 눈이 내릴 때는 기온이 그리 낮은 경우가 적은데, 어제와 오늘 기온을 생각하면 도로에서 운행하는 입장에서 유례없이 위험한 조건이었습니다.

어제 9시반 경 강남지역을 운행하면서 느낀 점과 조심해야할 부분에 대해 언급하자면

<운행 차종>

B7 RS4 : 미쉐린 PSS
D3 A8 4.2TDI : 한국타이어 윈터
파나메라 3.6 AWD : 금호 PS91

먼저 파나메라는 역시 썸머타이어라 도로의 다져진 눈이 육안으로 보기에 차이가 없지만 완전 얼음판과 같은 부분이 있어 제동이 아예 안되는 느낌입니다.
가속할 때 트랙션은 4륜의 역할이 크지만 유턴할 때 전륜이 밖으로 밀려 나가는 느낌이 나다가 획 돌아버리는 특성으로 급격히 변합니다.

RS4에 PSS를 끼우고 눈위를 달리는 것은 거의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습니다. 한시간반을 막히는 도로를 달리면서 콰트로의 위력 비슷한 것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사고가 나는 상황틈을 피해 겨우겨우 무사히 빠져나오긴 했지만 제동능력 뿐 아니라 출발 트랙션도 4계절을 장착한 전륜구동차들보다도 느린 정도였습니다.

A8에 윈터를 끼우니 진정 눈위를 지배한다는 느낌으로 달릴 수 있었고, 바퀴가 약간씩 헛돌고 ESP가  TCS와
EDL(Electronic Differential Lock)을 작동시킬 때 눈이 쌓인 곳에서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유턴할 때 전륜이 눈을 찍어놓은 느낌으로 앞이 밀려나가는 정도가 적고 가속패달의 가감으로 뒤가 나르는 상황의 예측이 편합니다.

결론적으로 4륜에 썸머 타이어를 장착하고 어제 오늘의 도로 주행을 하는 것은 큰 도움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후륜구동과 비교하면 훨씬 나을 수는 있지만 그 훨씬 나은 정도가 불확실한 노면조건에서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어제 오늘 주행하면서 알아야할 부분들 몇가지는

1. 눈이 다져진 부분을 육안으로 보고 마찰력을 전혀 판단할 수 없다.
 심지어 윈터타이어를 끼운 상태에서도 어떤 눈길에서는 제동이 신뢰할 수 있게 강하게 잡히는 반면, 똑같이 보이는 노면에서도 완전 얼음판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2. 뒤에 차가 없을 때 제동을 걸어 지금 노면의 실제 마찰력이 어느정도인지 시도해야 한다.
 1번의 경우 때문에 내가 지금 밟고 가는 노면에서 내가 원하는 곳에 차를 세울 수 있는지를 수시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눈을 밟고 가다가 아스팔트가 드러난 부분이 있을 때 방심하면 안된다.
 간선도로 오늘 아침 10시 기준 영하 15도 이하의 기온이어서 아스팔트가 드러난 경우에도 얼음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차라리 그 옆에 눈이 살짝 쌓인 곳을 밟고 가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으니 2번의 경우처럼 노면의 마쳘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4. ABS와 ESP를 맹신하지 마라
 유독 눈길치고 이렇게 마쳘력이 없이 위험한 조건은 저도 간만에 경험합니다. 가능하면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더구나 눈길에서 운전해본 경험이 없는 운전자들의 판단력으로 정말 많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ABS는 기본적으로 바퀴가 잠기는 것을 방지해주지만 극 저속에서 속도값이 차 생각에 0으로 판단하면 Anti Lock을 하는 로직이 멈추고 차가 정차한 것으로 판단해 바퀴의 잠금을 풀지 않습니다.

어제 내리막에서 차들이 미끄러져 내려와 정차중인 차들을 추돌하는 장면들을 보면 하나같이 바퀴가 멈춘체로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ESP의 경우에도 후륜이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이 기능도 결국은 제동기반이기 때문에 마쳘력이 없는 곳에서는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5. 펌핑 제동을 잘 활용해라.
 4번의 ABS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평지에서 제동을 걸었지만 ABS작동으로 드드득하는 상황으로 제법 길게 미끄러질 때는 브레이크 패달을 짧게 쳤다 풀었다를 반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유는 ABS가 Anti lock을 하는 로직은 차의 실제 속도, 즉 바퀴가 구르는 속도와 차의 실제 속도를 같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대 제동은 실제 차가 움직이는 속도보다 바퀴의 구름속도가 살짝 작을 때 발휘됩니다.
 최신차들의 ABS는 99%의 조건에서  방금 설명한 조건으로 최대 제동을 발휘하는 그 속도차를 구현해 냅니다.

 문제는 1%도 안되는 이런 극단적인 조건에서는 바퀴를 살짝 잠궜다 풀어주는 그 구간 어딘가에서 제동효율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펌핑을 하면 완전히 잠궜다 완전히 풀어졌다를 반복하는데, ABS가 원래 로직대로 작동한다면 바퀴를 잠그지 않고 굴러가게 하는 것과 비교되는 상황입니다.

ABS가 속도가 0으로 인식할 때 4바퀴를 모두 잠궈버리는 조건은 아주 낮은 속도로 내리막을 내려갈 때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때 제동을 풀었다가 다시 밟으면 바퀴가 구르는 속도를 감지해 다시 Anti lock모드를 작동시키지요.
이 차이는 큽니다. 왜냐하면 바퀴가 잠기면 조향이 안되지만 일단 구르기라도 하면 조향이 가능하니 최소한 장애물을 피할수는 있습니다.

즉 펌핑은 4바퀴가 완전히 잠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더불어 바퀴가 굴러가게 하는 ABS의 기본 로직을 뛰어넘어 바퀴가 잠기기 바로 직전 상황을 반복적으로 연출해 제동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원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폴설특공대라는 이름으로 폭설이 내리는 많은 곳을 다녀봤는데, 이 펌핑 브레이크 만으로 위기를 모면한 경우가 수십차레는 됩니다.
수십미터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부딪치고 안 부딪치고는 실제로 1m도 안되는 제동거리 확보의 유무에서 결판이 납니다.
30cm만 제동 거리를 줄여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의 숫자를 생각해보면 제동방법은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시행이 어려운 이유는 차가 미끄러질 때 밖에서 보면 슬로우모션이지만 운전자는 차가 미끄러질 때 브레이크 패달을 밟은 오른발에 더 힘을 주게 되기 때문입니다. 펑핑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지요.

오늘 낮에도 기온이 영하 10도 부근에 머물러 자연스럽게 눈과 빙판 조건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능하면 운전을 하지 마시고, 하시더라도 안전운행하시길 바랍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