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5969-2.jpg : 캐나다 7,000km 횡단 로드트립 여행기

안녕하세요,

 

최근에 캐나다 횡단 로드트립을 다녀온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던 숙원 여행이었는데 드디어 이번 해에 하게 되었습니다. 순수 거리로만 약 5,300km 정도에 3주 일정을 꽉채워 잡은 큰 여행이었습니다. 워낙에 땅이 넓은 나라인 곳이라 정해진 루트 외에도 중간중간 명소들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적산거리가 크게 늘어 결국 약 7,000km 정도를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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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챙겨간 촬영장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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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맵에 보이는것처럼 비인간적인 거리에 처음에는 살짝 걱정도 됩니다. 캐나다의 서쪽 끝인 Vancouver부터 시작하여 록키 산맥을 따라 Banff와 Jasper를 거쳐 Calgary로 내려와 끝없는 평원지대를 지나 Toronto에 도착하는 루트로 정했습니다.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캐나다의 완전 횡단까지는 아니지만 약 70% 정도를 횡단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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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 쓴 차량은 2014년식 Mazda 3 베이스 모델입니다. 6단 오토미션에 155마력짜리 엔진을 얹었고 3명이 장거리 여행하기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딱 맞는 실내공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RV나 트럭이라면 몇천 킬로의 와인딩 로드를 지나며 운전재미가 매우 아쉽겠으나 다행히 Mazda 3는 적당히 스포티하고 끝내주는 풍경 속에 아쉽지 않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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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산맥 쪽으로 가는 길에 하루 머무른 Kamloops라는 도시입니다. 사막지대의 분지에 지어진 느낌이 특이한 도시.

 

이전에도 와봤지만 다시 와서 보는 캐나다의 록키 산맥은 기가 막힙니다. 평원지대인 온타리오에서는 찾을 수 없는 풍경이고 산이 많은 한국과 비교해도 계속 경탄하게 되는 경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행은 6월 중순부터 7월 초에 걸쳐있었는데 아직도 이곳의 산 꼭대기에는 만년설들이 녹지 않은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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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산맥의 산들의 특징은 정말 크다는 것입니다. 살면서 이토록 큰 물체는 본적이 없는것 같네요. 산이 많은 한국과 비교하면 록키 산맥의 산 하나의 크기가 한국의 웬만한 여러 산을 합친 느낌이라면 설명이 될까 합니다. 산 크기에 압도가 되어서 절로 마음이 겸손해지는 느낌이랄까.. 사람을 경건하게 만드는 웅장함이 있습니다. 이런 산들 사이에 겨우 낸 도로들을 따라 계속 여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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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의 리스트에 항상 순위권에 있는 Lake Louise입니다. 일본의 음악가 유키 구라모토의 곡으로도 유명합니다. 캐나다 북부의 호수들은 빙하가 녹은 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의 구성성분이 달라 에메랄드 빛이 난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관광지라 그런지 카누 대여 서비스도 있습니다. 왼편에 보이는 빨간색이 그것인데, 저희도 언제 Lake Louise에서 카누를 타볼 수 있을까 해서 탔습니다. 에메랄드 빛 호수 위에 록키산맥에 둘러싸여 물에 떠있는 경험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진의 가운데에 보이는 만년설이 덮인 산까지 가는 하이킹을 합니다. 왕복 15킬로 정도의 코스인데 저희가 갔을 때만 해도 눈사태의 잔해가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어 중간중간 위험한 코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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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코스 중에 만난 눈사태의 흔적. 이걸 보니 눈사태 만나면 그냥 죽겠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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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눈사태 지역을 지나가는 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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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Lake Louise 사진의 가운데에 보이는 산까지 왔습니다. 운이 좋으면 만년설이 쌓이다가 저 절벽으로 쏟아지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오래 머물러 있었는데 대자연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너무 작은 존재인게 실감난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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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본 Lake Louise.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회색 웅덩이 같은게 Lake Louise입니다. 산속이라 날씨가 변화무쌍해 그새 구름이 껴서 어둑어둑합니다. 길도 미끄럽고 체력도 점점 떨어져 내려오는데 좀 힘들더군요. 여행 내내 들른 호수와 하이킹 코스는 십수군데지만 기억에 남는 곳 더 소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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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Louise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Moraine Lake. 호수는 호숫가에서 보는것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멋진것 같습니다. 이곳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컴퓨터 바탕화면의 배경으로도 많이 쓰이는 곳입니다. 이곳은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돌무더기를 200미터 정도 올라가야 하는데 돌무더기 정상에서 극적으로 호수가 짠 하고 나오기 때문에 굉장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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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눈사태 지역. 저 위에서 눈 파도가 나에게 몰려온다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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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의 하이킹 끝에 만난 풍경. 좀 깊숙한 곳이라 그런가 사람하나 없고 고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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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많이 살기로 유명한 캐나다 숲속, 특정 시기엔 4명 이상이 뭉쳐 하이킹 해야하는 것이 법이라 합니다. 제가 갔던 시기엔 주의바람 정도여서 곰 스프레이만 휴대하고 갔습니다. 다행히 캐나다의 곰들은 초식위주라 웬만하면 사람을 먼저 건드리지 않고 먼저 피합니다. 사람 쪽에서도 제발(?) 나에게 오지 말라는 뜻으로 대화를 크게 하며 가거나 계속 소리를 내며 걸어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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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ke O'Hara. 이곳은 높은 산속에 있는데 이곳에 올라가려면 정부가 하루에 4차례 운영하는 버스를 타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번 여름시즌 버스 예약을 위한 웹사이트가 4월에 열렸는데 오픈한지 3분만에 이번 여름의 모든 버스 자리가 동나는 기염을 토해 저희는.. 그냥 걸어 올라갔습니다. 편도 11킬로의 등산이었는데 체력에 자신이 있었던 저와 와이프는 미친듯이 쏴서 2시간만에 올라갔습니다. 호수를 다 구경하고 내려올 때는 다행히 버스에 자리가 있어 편하게 내려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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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자연을 제대로 느낄 겸, 그리고 숙박비를 아낄 겸 여행 일정 절반 이상을 캠핑했습니다. 나중에 동쪽으로 오면서 기온이 올라 살만했지만 서부의 록키산맥 쪽에서는 밤에 거의 영하로 온도가 내려가 추워서 고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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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ff에서 Jasper로 넘어가는 길에 위치한 Peyto Lake. 더 북쪽이라 그런가 이전에 본 호수들보다 더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더 높은 곳에서 보겠다고 욕심이 돋아 지도에도 일반 관광 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트레일을 찾아 하이킹을 감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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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후반에 무릎까지 빠지는 높이의 눈이 쌓여있는 산. 올라가는데 한걸음 딛을 때마다 체력이 쭉쭉 빠지더군요. 약 두시간 걸려 올라간 것은 좋았는데 그새 또 날씨가 흐리게 바뀌어 호수 색깔은 탁하게 바뀌었습니다. 아쉽긴 했으나 이런 등산 언제 해보나 싶어서 보람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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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에서는 대부분 날씨가 좋았습니다. 다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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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per 근처의 Beauvert Lake. 예전에 EBS에서 방송해주던 밥 로스 아저씨의 그림이 떠오릅니다. 유유자적하게 요트타던 아저씨가 참 부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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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 조우한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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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호수입니다. 해가 어느 방향에 있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호수 색깔. 여기 앉아 몇시간이고 호수 바라볼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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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하고 Calgary에서 Winnipeg으로 떠나는 날. 중부지방은 전혀 볼것이 없다고 들어서 중부 들판지대를 한번에 다 뛰어넘기로 좀 무리하게 스케줄을 정했습니다. 1,328km에 12시간 43분의 소요시간을 보니 한숨이 나옵니다. 게다가 가는 길 중간에 시간변경선을 동쪽으로 지나는 지라 도착시간에 한시간 추가. 대륙의 기상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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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동안 본 풍경. 과장이 아니고 정말 10시간동안 이런 풍경만 나오더군요. 장거리 운전에 웬만하면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데 이날은 좀 힘들었습니다. 사람보다 목장의 소를 더 본날. 중간에 주유소 하나를 지나면서 남은 연료를 보니 약 100km 정도 주행가능하더군요. 혹시 몰라서 가는 길의 주유소 위치를 보니 100km보다 이후에 있더군요; 바로 차를 돌려 방금 지난 주유소로 직행해서 기름을 풀로 채웠습니다. 이렇게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이 주유소 주인은 무슨 낙으로 살까 라는 생각을 하며 주유소 안으로 들어가보니 주인이 한국인.. 한국인은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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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홈그라운드인 온타리오 주에 들어와 올라간 온타리오에서 제일 높은 절벽 위에서 한 컷. 이 절벽 끝에 올라가본다고 왕복 23km를 하이킹했습니다. 대략 6시간 정도 걸린것 같네요. 절벽 끝쪽에 다가가니 아찔해서 매우 긴장이 됐습니다. 드넓은 중부지방을 지나 온타리오 주에 들어오니 집에 온듯한 편안함이 들었습니다. 록키 산맥의 풍경이 워낙 대단한지라 여기까지 와서도 계속 그곳 생각만 나더군요. 이곳은 온타리오 주의 초입이기 때문에 아직도 토론토에 도착하려면 15시간을 더 가야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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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오대호의 하나인 Lake Superior. 여기서 이틀 캠핑했는데 날씨가 이래서 물놀이는 꿈도 못꿨습니다. Lake Superior가 얼마나 큰지 오대호의 나머지 4개 호수의 물을 합친것보다 많고 미국 해군은 여기서 훈련한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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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Sault Ste. Marie라는 작은 도시에서 맞이한 7월 1일 Canada Day 불꽃놀이. 이번 해는 캐나다의 150주년 기념일이라 여기저기서 이벤트를 아주 크게 했습니다. 여행 내내 캐나다 국기를 붙이고 다닌 차도 많이 봤고 무엇보다 국립공원은 전면 무료 개방. 덕분에 저희도 입장료 이익본게 꽤 됩니다.

 

이렇게 토론토에 돌아오는 것으로 7,000km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대자연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생각도 많이 하고.. 게다가 후유증이 크게 남는 여행이었습니다. 계속 록키 산맥의 풍경이 떠오르며 그곳에서 한 1년만 살고 싶은 생각이.. 여행 중 조우했던 야생동물들 사진 몇개 올리며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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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제일 흔한 곰, 블랙 베어. 어찌나 많은지 사슴보다 더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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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어를 가볍게 쌈싸먹는 포스의 그리즐리. 이놈은 야생에서 걷다가 만나면 진짜 위험합니다. 귀의 노란 태그는 사람한테 연구목적으로 한번 잡혔다가 방생되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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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과 종류인 엘크. 크기가 어찌나 큰지 엉덩이 높이가 제 키랑 비슷합니다.  가까이서 보고 걷어차일까봐 좀 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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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지대에서 본 바이슨 (버팔로). 이놈들도 성격이 흉포해 가까이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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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사이를 쏘다니면서 이것저것 핥아먹던 Marm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