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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얼마전 BMW G30 520d 왜건으로 독일의 아우토반에서 반자율 주행을 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

 

자율주행이라는 키워드는 전기차의 친환경성과 결합하여 마치 우리의 일상생활을 극도로 편안한 환경으로 바꿔줄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 파워풀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자율주행차를 손대지 않으면 도태될 것과 같은 위기의식이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팽배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브랜드가 앞다투어 가장 근 미래에 가장 혁신적인 자율주행차를 선보인다는 공약을 할 정도입니다.

 

자율주행차의 완성도적인 측면은 다각도로 분석이 가능하지만 과연 편안한 주행 품질이 구현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구심에서 이글은 출발합니다.

 

쇼퍼(Chauffeur)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운전이란 고도로 훈련된 드라이버가 극도로 부드럽고 정숙한 주행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운전이 가능한 쇼퍼들은 비단 차를 부드럽게만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다루는 기술의 수준에 따라 매우 안전한 운전까지 가능합니다.

 

자율주행차가 쇼퍼 수준의 안락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요?

 

그 답을 내리기 전에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에 대해 한번 짚어보고자 합니다.

벤츠는 2003년도 W211 E클래스와 W220 S클래스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적용시켰습니다.

앞차와 차간거리를 읽고 앞차가 속도를 줄이면 내차의 속도도 따라서 줄어드는 기능인데, 요즘은 흔한 장비가 되었고, 셀프 스티어링 기능이나 차선 이탈 경보 등과 어울려 반자율 주행을 구현하는데 핵심 기능이기도 합니다.

 

1세대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성능은 진화를 거쳐 W221 S클래스에서 조금 더 부드러워졌고, W222에서 역시 조금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16년동안 향상시킨 그 부드러운 정도와 자율주행 중 차량의 거동이 과연 쇼퍼가 운전하는 수준으로 안락한가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숙련된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에 택도 없는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셀프 스티어링 기능은 결과적으로 레이다 혹은 적외선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그 사물의 움직임에 따라 내차의 움직임에 대한 판단을 합니다.


가속을 할지 감속을 할지, 스티어링을 알아서 꺽어 차선을 따라가는 기능 등은 아주 훌륭한 하드웨어와 엄청나게 복잡한 알고리즘을 가진 소프트웨어에 의해 구현됩니다.


어뎁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주행 중 100km/h로 맞춰진 상태에서 앞차가 80km/h로 달리면 내차는 80km/h로 앞차의 속도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체 달리게 됩니다.


앞차가 우측으로 비켜나면 내차는 그제서야 설정된 100km/h까지 속도를 높이게 되지요.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내차가 가속하는 타이밍입니다.


앞차가 옆차선으로 움직이고 완전히 옆차선으로 차량 전체가 이동할 때까지 내차는 제법 먼거리에서 끈기있게 기다렸다가 가속합니다. 이 기다림은 정말 길게 느껴지며 뒷차가 제차 앞의 상황을 보고 있는 경우 미리부터 가속을 해 인간이 운전할 때 보편적으로 가속하는 타이밍에 가속하지 않는 제차에 하이빔을 켜고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제가 아우토반에서 얼마전 520d로 달릴 때 빈번하게 1차선에서 속도를 줄였다가 재가속하는 상황에 반자율주행 모드일 때 뒤에서 받은 압박은 이 기능에 대한 편리함을 깔아 뭉개기에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옆차가 내차 앞으로 끼어들 때 차량에 세팅된 최소 거리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내차는 최대의 제동을 걸어 세팅된 거리를 유지하는 노력을 합니다.


능숙한 운전자가 차량간 거리를 최대한 부드러운 조작으로 최소한의 제동으로 조작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로직입니다. 이 제동의 품질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차이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일반 운전자들이 운전하는 차들과 섞여서 주행하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인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차량이 사고났을 때와 비교해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나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어머어마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능숙한 운전자의 예측운전을 구현해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율주행차에 인간의 운전센스를 삽입하는 것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타보지 않고도 현재의 자율주행차의 주행품질 즉 부드러운 정도에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최고수준의 브랜드 최상위 차종에 적용된 장비 중 최소한 하드웨어 만큼은 자율주행차량의 그것과 매우 흡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자율주행차가 주행이 가능한지의 여부에 초점을 두었지 이 차가 능숙한 운전자가 구현해내는 부드러움을 갖췄는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앞차가 앞에 끼어들 때마다 급제동에 가까운 강한 제동과 갑자기 앞이 트였을 때 필요이상으로 가속해 나가는 큰 폭의 속도변화속에서 멀미를 하고 싶은 VIP들은 없을 것입니다.


노부모님이나 회장님 사장님을 모셔야하는 셀프주행차들이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낼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몇 년 후에나 가능할까요?


2003년에 출시된 장비가 16년이 지난 현재 최신형 S클래스를 운전하며 반자율주행을 할 때 느껴지는 부드러움은 여전히 아직 멀고도 멀었다 입니다.


운전의 보조장비로서 편리함은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만 로직의 한계와 운전센스의 학습의 한계로 인해 부드럽게 운전하는 수준은 초보운전자 수준을 갓 벗어난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이나 메이커에게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만큼 광팔기 좋은 아이템은 없을 것입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메이커는 메이커대로 자율주행차가 마치 거의 모든 운송수단을 대체할 것과 같은 환상과 자극적인 슬로건을 저마다 내세우지만 여전히 극복해야할 기술적 한계는 높고도 높습니다.


도로의 90%이상이 자율주행차인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 차량들과 섞여서 달리는 주율주행차는 극도로 보수적이고 답답한 운영체계속에서 매우 수동적이고 느리게 움직이며, 방어운전이라는 개념 역시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능숙한 운전자가 제동과 조향을 적당히 잘 활용해 제동의 의존도를 낮추고 조향으로 장애물을 피하는 로직을 자율주행차에 구현시키는 것은 매우 힘들 것입니다.


제동의 빈도가 높을 수 밖에 없고 이는 비효율적이며 답답한 운전이고 마치 초보운전자들이 왼발로 브레이크 패달에 살짝 발을 올리고 운전하는 것과 같은 주행이 될 것입니다.


센서의 오류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여전히 다분하며, 눈에 해당하는 렌즈의 오염이나 햇빛, 악천 후 등등의 영향으로 추돌을 일으키거나 인도로 돌진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습니다.


이런저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도 전에 의욕에 앞서 도로에 자율주행차들이 늘어나면서 걱정해야할 보행안전은 그야말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입니다.


이미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었고 다양한 기술적 성취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실제로 자율주행 시대가 정착하는 과정은 험난할 것입니다.


그만큼 인간의 능숙한 운전은 쉽게 흉내내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