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8505.jpg직접 손으로 세차하는 빈도가 확실히 줄어든 요즘입니다.
몸도 마음도 가뿐하던 대학생 시절 친구들과 세차 후 드라이빙을 하고 새벽에 여기저기 들러 수다를 떨던 시절의 재미를 40대 중반에서 다시 느낀다면 철이 없어 보이는 걸까요?

영하의 날씨에 바닥이 얼어붙은 셀프세차장에서 처음에는 물로 먼지만 제거하자는 맘으로 시작한 세차가 조금 더 깊이 세차하면서 간만에 손이 시려워 호호 불면서 올해 첫번째 직접 세차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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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F02 760Li Individual은 18만킬로가 되었지만 계기판을 보지 않으면 새차와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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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8 4.2 360마력의 영화 로닌을 빛낸 주인공 D2 S8은 완벽한 비례감과 은근한 포스를 발휘하며, 검정색 바디라 절제된 크롬장식들이 칼날과 같은 날카로움과 차가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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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아니 어쩌면 테없는 안경을 쓴 신사가 몸에 꽉 맞는 수트를 입고 짧게 깍은 머리를 세워 이마가 훤히 보이는 그 인상, 누가봐도 한눈에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임에도 이를 일부러 드러내지 않게 감추기 위한 노력들...
S8을 너무나 잘 이해하기에 제 나름의 해석들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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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점이 없는 두대의 검정 신사들이 뒤집어 쓴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버릴 냉수마찰을 마치고 공기를 가를 준비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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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듯 말듯 S8뱃지는 이보다 더 절재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세상의 99%의 사람들이 모를 그 존재 S8, 구지 가르치려하지 않아서 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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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마력의 V12 6.0의 760Li와 360마력의 V8 4.2엔진을 가진 S8은 전혀 경쟁이 되지 않는듯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체급을 떠나 다부지고 아무리 빠른 속도로 고속코너를 돌아도 미끄지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에서 두 차종은 아주 큰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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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기교가 없어보이는 C필러는 그저 전통을 따른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뒷휀더로 이어지는 라인에 은근한 기교로 숨은 근육을 보여줄 듯 말듯 한 모습입니다. 바디의 전체가 알미늄 바디임을 아는 사람이 전세계에 1%정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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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유리 내장형 안테나가 가능하던 시절에 구지 솟아오른 구식 안테나를 선택한 이유가 몹시 궁금합니다만 지금은 그 궁금증보다 D2 S8의 숨은 상징과 같은 고유한 개성이기에 그 멋진 모습에 자꾸 시선이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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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을 깍아 원피스로 조각한 듯한 차체는 극도로 작은 단차와 견고한 바디강성 그리고 엔진의 힘을 4바퀴에 고르게 힘을 나누어주는 콰트로가 있어 땅바닥이 뒤집어져도 꿈쩍하지 않는 도마뱀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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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02 760Li의 4Wheel Steering 즉 4륜 조향 시스템에 액티브 스테빌라이져로 고속코너에서 평형을 잡아주는 능력은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초고속 코너를 정말 그림같이 돌아나갑니다.

D2 S8이 순전히 기계적인 세팅과 강성 강인한 허벅지와 장단지로 고속코너를 찰떡같이 돌아나간다면 760Li는 분명 인위적인 장치에 의존하긴 합니다만 물리적인 한계를 최대한 끌어올려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요란스럽지 않게 심어주는 묘한 능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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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트렁크의 GPS수신장치가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보일 차례입니다.
요즘차에는 눈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안테나와 외장 GPS수신장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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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으로 깍아만든 알루미늄 사이드 리어 뷰 미러에 비친 760Li의 모습은 맹렬합니다.
언제든 S8을 재끼고 뛰쳐나갈 수 있습니다만 다른 체급의 강자를 대하는 존중의 의미로 S8의 후방에서 강력한 엄호도 설 줄 아는 여유가 있습니다.

이제는 그다지 주목 받지 않는 모델들이지만 주인을 어떻게 감동시키는지를 잘아는, 아니 잘 교육 받은 준마이자 모범생들입니다.

복원된 S8은 거의 손이 가지 않을 정도로 기계적인 완성도와 내구성, 견고한 만듦새 때문에 만족도 최상의 차종입니다.
부드럽지만 억센 가죽시트로 20만을 육박하지만 여전히 잡소리 하나 없는 760Li도 뒷타이어의 수명이 극도로 짧은 값을 충분히 합니다.

또다시 언제 만나 함께 달릴지 모르지만 이날의 야간 미팅은 서로에게도 좋은 추억이라 생각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