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밤 10시경 삼성역에서 영동대교 남단으로 주행 중이였습니다.
경기고 사거리를 지나고, 횡단보도 신호 대기중에, 검은색 그랜저 모범 택시가 1차선으로 움직이더니 비상등을 켜고 운전자가 내려서 기웃거립니다. 저는 그 택시 뒤뒤에 있어서 내려서 기웃거리는 것만 봤네요.

차선을 2차선으로 바꿔 지나가는 길에 사람이 1차선에 엎드려 있었고, 그 옆에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 내리고 있더군요.
바로 1차선으로 차선을 바꿔 비상등 켜고 내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차량 몇대도 저와 같이 차량을 멈춰 주시더군요.

쓰러지신 분을 보고 난생 처음으로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택시 운전자 분은 112에 전화를 하셨다고 하셨는데, 119에 해야 할거 같아서 했더니 중복 접수는 안되었는지 상황실에서 위치 물어보고, 환자분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하더군요.
저는 일반 회사원으로서, 피가 흐르는 상황이 친숙하지가 안았습니다. 그리고 환자분이 엎어져 계셔서 기도확보 (네..군대에서나 예비군 / 민방위에서 열심히 강조하는 말이죠..)를 해야한다는건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안움직이더군요.
숨을 쉬시는지 안쉬시는지도 솔직히 확신을 못하겠더군요.

상황실 오퍼레이터(?)분께서는 환자분 성별확인 가능하냐, 숨은 쉬는냐, 상태는 어떻냐 이렇게 물어보시는데, 환자분이 패딩을 입으시고 패딩에 있는 모자를 쓰고 계신 상태로 엎어져 있으니...솔직히 해당 질문을 하나도 못했습니다. 성별확인도 어림짐작으로 여성분 같다고 (굴러다니는 신발 사이즈 및 색상, 키로 짐작했습니다..) 대답은 하긴 했습니다만, 정확한건 그 환자분을 뒤집어서 확인해야 할듯 하더군요. 하지만, 머리부분에서 피가 많이 (되돌아 생각하면 한 100~200미리정도 될듯 합니다..) 도로에 피가 흥건하게 흐르는 상황에, 다리 골절도 있어 보이고, 팔도 꺾여있고...솔직히 무서웠습니다. 혼자서는 무리일거 같아 옆에 다른 분들과 같이 해볼까도 했지만, 그마저도 용기가 안나더군요.

구급차가 영동대교 북단에서 출발해서 경기고 사거리에서 유턴해서 오는 그 짧은시간이 저에게는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그 환자분의 기도확보를 못해서 운명을 다하시면 어떻하나 싶은 오만 생각이 다 들고, 그래도 용기내어서 뒤집어 기도확보를 할 용기는 안나는 제 자신이 한심하더군요.

구급차가 오고, 경찰차도 구급차 도착할때 비슷하게 오고 구급대원들이 환자분을 조치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만, 착착한 마음은 지워지지가 않네요. 

그 환자분이 저나 저의 가족이였다면, 저는 그래도 옆에서 어떻게를 외치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운전을 20년가까지 했지만 다행히 무사고였고, 저런 경험이 없어서 조치를 못했다는건 그냥 하나의 핑계일뿐 잘못되었을 때, 결과가 번복되지는 않았을거라는거 잘 알고 있습니다..

몇일이 지난 오늘도 선명하게 저때의 기억이 떠오르는게 제가 느끼는 자책감이 상당해서 더욱 그런것이겠지요.

회원님들도 안전운전 하시고, 즐거운 연말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