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해 회원 정원우 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풍파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나마도 최근에는 맘 놓고 마실도 다니지 못하고 주말에도 집에 꼼짝없이 들어앉아 산 송장처럼 지냈지요.
그러다 월요일을 맞이하여 출근하면 다들 어시장 해동 생선 같던 사람들이 싱싱한 활어가 되어 있지요.
그 와중에 저만 꽝꽝 얼어있는 동태가 되어 있는 겁니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서 질소 냉동된 것 마냥.

성공까지는 아니라도, 사회인으로서 자기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옳게 다스리지 못한다면 곤란한 일입니다.
경기가 어려워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으려면 스스로를 북돋워야 한다는 걸
애써 망각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5년여 전쯤, 늦은 첫 연애를 실패한 뒤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금강불괴 같던 아버지의 귀천(歸天)...

아버지는 매우 엄격하셨지만, 저의 카라이프 근간이 되는 안전의식을 뿌리깊게 심어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그토록 아끼시던 스텔라 1.8i 4A/T의 운전대를 내어주시며 늘 하시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사고 내면 패가망신이다."
"항상 눈에 보이지 않던 곳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운전해라."
"운전할 땐, 전후좌우 대각선까지 360도 전방향의 상황을 파악해서 다른 차들까지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오너 드라이버가 된 이후 실수로 리버스스티어 단독 전손사고를 한 번 내기도 했고,
재작년 봄 부터 작년 봄 까지 1년간은 유독 추돌당하는 사고가 줄을 잇는 바람에 참으로 창피했습니다만...
심기일전, 정말 내 드라이빙 &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차를 심사 숙고 끝에 가져온 이후로는 평화롭습니다.
무신론자이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지켜주고 계신거라 믿어보렵니다.

어딜 나서려면 생각만 해서는 발이 잘 안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나 간다고 약속을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이른 아침, 애마의 잠을 깨운지 4시간이 지나서 1차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김해 → 맘 내키는대로 약속을 잡음 →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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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잠실 주공아파트 1단지이던 곳이 이제는 낯설은 신도시 아파트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뒤로 보이는 것이 88 서울올림픽의 무대이던 잠실 종합운동장입니다.
저게 무슨 건물이었는지는 까먹었습니다.;;

저 곳에 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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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기질 때문인지, 9살 때부터 오디오에 심취했었습니다.
20대 때 알게 된 국내 수입 하이엔드 이어폰 중 최고봉이던 물건이 세월이 흘러 중고 시세가 싸지게 되면서
상태 괜찮아 보이는 매물을 택배 거래 하기로 했는데, 서울에 올라간 김에 직거래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저 이어폰, 자동차로 치면 뭘로 비유해야 할까요?
현존하는 이어폰 중 외부 소음 차단 성능 최고, 저음부터 고음까지 가장 칼같이 밸런스가 잡힌 물건입니다.

...테드에서 이어폰 얘길 하다니.

하여간, 거래를 마친 후, 먹고 싶은 걸 먹으려고 애마의 걸음을 재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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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태어나 양산, 그리고 와인딩로드와 서킷 입성에 이어 김해의 과장 좀 보태어 타막 랠리코스 같은
출퇴근 길을 다니다가 고국의 수도인 서울에 두 번째... 수동 신분으로 러쉬아워를 뚫는 쾌감은 최고입니다.
무릎은 더 이상 아프지 않습니다. 제 손끝, 발끝과 타이어 보풀이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에만 안도하는
까탈스럽기 짝이 없는 취향을 가진 제겐 무릎 못 쓰는 그 날이 면허증을 반납하는 날이 될 듯 합니다.
...i30을 좋아했지만, FD를 선뜻 선택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초기형 MDPS...


강남 한복판을 헤집고 찾아간 곳은,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우래옥 강남점이었습니다.
재작년에 XD를 갖고 테드 오토허브 카쇼에 참가하러 갔을 땐 본점에 갔지만,
왠지... 이번엔 강남점은 어떤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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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양지&사태살 기반 육수에 소금, 국간장으로 간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
평소 싱겁게 먹는 걸 좋아하는 제 취향엔 꽤 짜다는 걸 제외하면 그냥 최고입니다.
새콤달콤한 동치미 국물이 가미되지 않은 순수 육수이기에, 이 정도 간이 아니면 풍부한 아미노산이 녹아든
육수의 맛을 끌어올리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어서 기꺼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후 두 번째 목적지인 독산동에 들러 친구를 만나고, 1박을 한 뒤.
세 번째로 인천에 가서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 청라지구에 바람을 쐬러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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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주거지역이 드문드문이어서 그렇지, 동네 풍경은 멋지더군요.
너무 고층 아파트들만 들어서면 좀 그럴 것 같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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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는 공원 화장실마저도 멋지더군요...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삼거리에서 살던 시절 생각도 나더랍니다.
볼품없는 오랜 아파트였지만...
아파트단지 쪽문을 나서자마자 지하철 역이 있었고, 올림픽공원은 항상 멋졌었습니다.
거기 살던 시절에는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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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 동안 마실 못 다닌 걸 한방에 제대로 좀 다녀왔습니다.
뭐... 김해에 와서 너무 안 돌아다녀서 그렇지, 이 곳 생활도 어느새 벌써 7년 반씩이나 되었습니다.

서울 다녀온 후, 주 중에 단골 세차장에 들러 겨우내 못했던 세차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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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5D 매트를 설치한 뒤,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아직도 새삼 당혹스러운 A/T 차량 일색인 여건에서, 차량 매트마저 수동에 대한 배려가 없으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클러치 밟는 왼발 뒤꿈치 자리에 고무 발판이 없어, 몇 달 안 되어 아작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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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트를, A/S와 DIY의 조합으로 나름대로 이렇게 변신시켜 보았습니다.
왼발 뒤꿈치 자리 보강입니다.
사진은 그냥 올려만 둔 건데, 실물은 나름대로의 내장재 핸들링 노하우로 야무지게 접착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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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매트 표피가 다시 아작날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늦은 시간에 퇴근할 때의 시가지 연비입니다.
1.6 GDi 6A/T로 해내지 못했던 13km/l대 진입입니다.
6M/T 특성상 1,500rpm 이내로 최저한의 악셀 개도량으로의 운행도 가능한게 주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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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도 연간 주행거리가 적은 편이 아니어서...
딱히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적산거리계를 크게 한 바퀴 돌릴 정도는 되어야 차 좀 탔다고 할만하다는 생각을 늘 해왔으니까요.

평소 네비 두 대에 핸드폰 합치면 세 대.
그리고 조수석의 어머니.
이제 하나만 더 추가되면 차 튜닝은 다 끝날 것 같은데, 그게 참 안 되네요.
올해 안에는 끝장을 좀 봤으면 싶습니다.
안 그러면 또 뭔 짓을 하게 될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