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카고 오토쇼에 다녀 왔습니다. 2월 8일부터 10일까지 (프레스데이)에 다녀 왔는데...

 

2월 초에 내렸던 시카고 폭설(!)과 다른 프로젝트들 때문에 원래 디트로이트에서 시카고 까지 스즈키의 키자시 월드 투어 (키자시 2대가 전 세계를 횡단하는..) 의 보조 드라이버로 참가 하려던 계획이 뭉그러 졌습니다.

 

허겁지겁 제가 사는 미시간에서 시카고 까지의 왕복 기차표를 구입하고 스케쥴을 조절하던 2월 첫째주 주말에 미국의 BBC america 채널에서 영국 버젼의 Top gear 를 금요일 새벽 2시부터 월요일 새벽 2시까지 논스톱으로 마라톤 방영을 했었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슈퍼볼 주말인데.. 원래 풋볼같은 운동 경기에 관심이 없으니 주말 내내 BBC 아메리카 채널에서 탑기어만 틀어 놓고 있었지요..)

 

그 덕분에 '무의식 적'으로 탑기어의 챌린지(그러니까 몇천 파운드의 중고차를 가지고 몇가지의 미션을 수행하는...) 에 대한 생각이 제 머릿속에 자리 잡았었나 봅니다.

 

잠시 머리를 식힐려고.. 일하던 중간에 몇개의 사이트를 뒤적 거리다가 1990년형 BMW 750IL 을 발견하게 됩니다..

 

1오너가 22만 마일을 타다가 새차를 사느라 BMW 딜러쉽에 이 차를 트레이드 인하고, BMW 딜러쉽에서 경매장을 통해 러시아계쪽 이민자들에게 팔았던 차량인데, 이 친구들이 몇백불이라도 돈을 벌어보려는 심정으로 구입한 차량이라 제가 파악한 경매장 구입가격에 3배가 넘는 가격을 부르더군요..

 

결국 전화를 통해 이 가격이 1800불 까지 내려 왔습니다. 일단 차를 보겠노라 하고 8일 오전 시카고에 도착하자 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는 마침 시카고에 일찍 도착해서 다른 일을 보고 있던 Pickuptrucks.com 의 Mike levine 과 차량을 확인하러 떠났습니다.

 

일단 도착 하자 마자 보이는 모습..IMG_3632_resize.JPG  IMG_3631_resize.JPG

 

그렇습니다. 차가 여러대 있던 나머지 거의 한달 동안 그냥 한 자리에 세워뒀던 지라. 차가 눈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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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동은 걸리지 않았고, (베터리로 인해), 뒷 의자 아래 쪽에 있는 베터리는 건들지도 못하고 일단은 엔진룸에 장착된 점핑 포인트를 통해 약 45분간 충전을 시킨 후에야 비로소 시동을 걸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때의 12기통 엔진(1세대이죠..)은 직렬 6기통 엔진 두개를 붙인거나 다름이 없어서 왼쪽과 오른쪽을 컨트롤 하는 ECU, MAF 센서등이 따로 따로 존재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동을 걸었을때는 한쪽의 ECU 에 전기가 도달하지 않아 체크 엔진이 들어오면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다시 시동을 끈후 몇분동안 더 충전을 시킨 후에야 정상적인 시동이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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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에는 12장의 오리지널 CD 체인져가 아직도 장착되어 있었지만, 헤드유닛은 어딘가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습니다. 가죽에 크랙이 가긴 했지만, 럼버 서포트와 히팅 시트를 비롯해 모든 전자장비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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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 시트가 트랙을 이탈(?) 하면서 약간 비뚤어진 상태입니다만은 이건 이 시대의 BMW 시트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약 3불 짜리 플라스틱 기어 2개만 교체 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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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직수입 사업에 참여 했을때 나오던 소리 중에 하나가

"전에 김사장 벤츠를 타니 뒷좌석이 눕혀 지지도 않더라고. 어디서 싸구려 벤츠를 사온 모양이야.."

라는 소리 때문에, 미국에서는 흔하게 선택되지 않던 Rear Seat Package 가 장착된 차량을 구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21년전에 생산된 차량인데도 이러한 '리어시트 펙케지'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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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뒷 좌석에도 히팅시트(역시 완벽하게 작동되고 있습니다.)와 당시 차값의 10%에 가까운 가격을 자랑하던 카폰(!) 또한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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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고속도로에서 주행해본 결과  60마일 (약 100킬로)  에서도 이상이 없었고, 평균 연비도 약 22~23MPG 정도(약 9~9.5Km/liter)의 연비를 보여줄 정도로 차 상태는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옵션도 요즈음의 차량들에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BMW 의 DSC (Dynamic Stability Control ; ASC (Automatic Stablilty Control;흔히 요즈음 이야기 하는 TCS 혹은 VDC 등의 1세대)도 장착되어 있고, ABS 와 에어백등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시 BMW 의 기함이었기 때문에 자랑하던 모든 기술이 다 장착되어 있고, 그 기술들이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고 있는 점에 감탄을 금할수 없었습니다. (물론 판매자 앞에서는 완전한 포커 페이스로 이러한 감탄은 숨겨 두고만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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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가 다른데 잡혀서 읽을수가 없지만, 윈드실드 위쪽에 붙어 있는 BMW 의 경고(!) 스티커 입니다. 왼쪽의 것은 2000킬로 주행 전까지 2/3 이상의 쓰로틀을 쓰는걸 자제 해서 길들이기 하라는 내용이고, 오른쪽은 BMW 에서 허가 하지 않은 악세서리 등을 달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워런티로 수리가 불가능 하다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하면 20년동안 앞 유리창도 제것이 유지 되고 있었다는 거죠..

 

물론 세월의 흔적 때문인지... 운전석쪽 컨트롤암과 볼조인트등이 완전히 상한 상태여서 조금의 요철이라도 넘어 갈라치면 덜그덕 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었고, 운전석 쪽으로 스티어링의 유격도 약 1.5인치 (4센티 정도?) 있을 정도의 상황이었습니다.

 

오너는 전화로 이야기 했던 1800불에서 한 푼도 못 깎아 준다는 상황이었고, 저는 차량이 무사고에, 지붕쪽의 클리어 코트가 벗겨진것과 서스펜션의 문제를 가지고 아무리 해도 1200불 이상은 못주겠다.. 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약 1시간 30분에 걸친 영하 14도 에서의 이야기 끝에, 러시아계 주인은 1600불 까지 가격이 내려 왔고, 저는 1300불 까지 가격이 올라왔습니다.

 

결국 오너에게 "난 1300불에서 1센트도 더 못준다." 를 외치고는 주머니에 있던 100불 짜리 13개를 보여주고 "1300불에 팔 생각이면 10일 점심때 전에 전화 해라.. 그 이후에는 난 미시간에 돌아간다.." 하고 8일날은 일단 후퇴.. (그러고는 호텔에 잠시 돌아 왔다가 자동차 업계쪽 친구들과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호텔 로비에서 격렬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8일 저녁 10시 부터 러시아계 오너가 계속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서 다른 웹사이트에 (크레그 리스트등) 년식 비슷한 750이 2천 몇백불에 올라와있네 부터 시작해서 계속되는 딜링(?)이 이어 졌습니다.

 

9일 저녁 9시에 결국 이 러시아 친구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하더군요.

"1350불에 가져 갈래?"

"아니. 난 1300불에서 1센트도 더 못준다니까..."

"알았다.. 내일 아침에 와서 빨리 가져 가라..."

 

!!!!!!

 

결국 10일 오전 시카고 쇼장앞에서 있던 택시를 잡아 타고 (우연하게도 시카고 전역에 50분 정도 계시다는 한국분 택시 기사분이시더군요..) 약 75불의 택시비를 내고서야 750IL 이 제 손에 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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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오토쇼가 열리던 맥코믹 플레이스 앞에서 간단히 사진 한장..

 

그래서.. 일단 한국돈으로 150만원 짜리 12기통 유럽차량의 오너가 되긴 했는데...

 

쇼장에서 만났던 많은 친구들마다 엉뚱하게 신차보다도 제 750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습니다. (Facebook 을 통해서 거의 생중계에 가까운 쇼를 하다보니....)

 

그래서 약 15명 정도의 친구들이 쇼장 주변에서 750IL 을 시승하고 난 다음에야 미시간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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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서 중간에 베터리가 시동이 안걸리면 어떻게 하나 하고 긴급하게 이러한 점퍼도 하나 사두긴 했는데, 오히려 미시간에 오던 중간에는 운전석 히팅시트가 너무 뜨거워서 어떻게 하지를 못할 정도로 뜨거워지고, 헤드라이트도 밝게 나와서 괜한 준비를 했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지붕의 클리어 코드가 벗겨진 부분을 재 도색하는데 약 200불, 라디오의 헤드유닛 약 100불, 왼쪽 컨트롤암과 볼조인트등 약 300불 정도 해서 추가로 500불 정도의 비용만 더 들이면 12기통 750을 즐기는데 한동안 추가적인 지출은 없을것 같습니다.

 

약 500킬로 정도의 거리를 주행하면서 4단에 불과한 자동 변속기이지만, 80마일 (약 140킬로) 정속 주행에서도 2천2백 RPM 정도를 유지하면서 순간 순간 추월 할때마다 묵직하게 밀어주는 느낌에.. 아 그래도 "12기통은 어디 가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은..

 

후에 자료를 찾아 보니, 1990년 9월 판매 당시 이 차량의 카폰을 포함한 판매 가격은 $89,950. 그게 20년 전이므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지금 가격으로 15만불 이상의 가격입니다. 결국 20년만에 새차 가격의 1%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 진것이죠.

 

지금 제 와이프가 타고 있는 2007년식 335XI (N54B30)가 공장 출고시 6기통 3천CC 엔진에서 5800RPM 에 306마력이 나왔었습니다.  이 차가 나오기 거진 20년전인 1988년에 발표된 이 750IL 의 심장 (M70B50)은 12기통 5천 CC 엔진에서 5200rpm 에 295마력이 나왔으니 그 시간 동안의 기술 성장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탑기어 챌린지 같이 이래 저래 미시간까지 돌아오는 500킬로가 고생길(?)이 될걸로 생각하고는, 500킬로중에서 300킬로만 가줘라 (AAA 카드가 있어서 100마일은 무료로 견인이 됩니다.) 그러면 탑기어처럼 엔진 블락을 커피 테이블로 만들어 쓰더라도 1500불 값어치는 하겠다 라는 생각이었는데...막상 아무 고생(!)없이 돌아와 놓고 보니, 깨끗하게 원상태로 복원해서 한동안 타고 다녀야 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특히나, 간혹 한국이나 다른 주에서 손님을 모셔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 뒷좌석의 Rear power seats 와 히팅시트가 유용하게 쓰일것 같다는 생각이네요.

 

이 차에 관한 이야기도 시간이 가는대로 또 업데이트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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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er No.1 - the first ever airplane made by Wright B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