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밤새 뜨겁게 달궈졌던 엔진을 식히는 아침에. ^^


2001년식 투스카니 엘리사 MT

수동 6단기어 차의 설레임에 덮썩 구입했던 차.
2003년 1월, 태어난지 1년동안 3000킬로도 안탄차를 구입해서
신나게 타고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기대했던것보다 너무 차가 안나가서 실망하고 별로 타고 다니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래도 한 2년 정도 가지고 있다보니 차가 손에 붙기 시작하더니...
2005년에는 처음으로 차와 내가 한몸이 되어있다는것을 느끼게 해준 차입니다.
그땐 정말 이놈만 타고 있으면 두려운게 없었지요.
앞뒤 길이, 폭에 대한 감도 절정에 이르러 차선을 밟을지 안밟을지, 사이드 미러에 닿을지 안닿을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으며 브레이크에 대한 감각에도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AP제 4피스톤 브레이크에 대한 신뢰감으로 와인딩과 서킷에서의 브레이킹포인트는 언제나 상대보다 한템포 뒤로 가져갈수 있었고, 계속 몇세트째 사용해온 네오바 타이어의 한계도 정확히 읽고 있었더랬습니다. 그 해 처음으로 타임트라이얼에 도전해서 코스인 불량 0.5초 추가를 포함해서 1분 20초 24를 기록했었죠. 지금생각하면 대충 이것저것 갖다붙인 셋팅으로 참 좋은 기록을 냈었던것 같네요. 또 그땐 좋은 함께할 친구들도 있어서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거의 일주일에 두번씩 중미산 와인딩을 갔었습니다. 그때가 한창때라면 한창때였다고 할수도 있을때였네요. 주말에는 셀수도 없는 차들이 왔었고, 평일에도 와인딩을 하는 차들이 많았었으니까요. 혼자 그곳에 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또 친해져서 같이 달리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비아 터보엔진을 단 빨간색 240sx를 처음 만난곳도 그곳이었고, 흰색 하이캠 투스카니gts, 친구가 되진 못했어도 그길에서 만나면 사심없이 경쟁을 했던 수많은 차들이 생각납니다. 별로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닌데 까마득 하게 느껴지네요.

겨울이라 그런가 봅니다.

벌써 작년네요. 작은 사고가 몇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건강하게 다시 태어났던 엘리사 그 녀석이 어느순간 사라져 버렸습니다. 동생이 접촉사고 현장을 피하다 다른 사고를 낸것이었는데..
동생은 안다쳤지만 이놈이 회생불가판정을 받았더군요.
그 후론 보지를 못해서인지...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무척이나 튼튼하고 그렇게 혹사를 시켰는데도 항상 믿을만한 능력을 뽑아내던 녀석이어서 더 그런가 봅니다.

한창 달리던 2005년을 생각해보면 역시 차와 일체감을 느낄만큼 함께 해야 그 차를 제대로 탈수 있고 느낄 수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에는 그간 조금 서먹서먹했던 996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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