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성격이 있고, 그걸 바꾸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외연적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있지만,
타고난 성격까지 바꾸려고 하면 어떻게든 그 부조화가 겉으로 드러나지요.
만일 타고난 성격을 고치고도 의연할 수 있다면 자기 팔자를 스스로 고쳤다는 얘긴데,
사람은 성격이 팔자고 팔자가 운명이라 합니다.
타고난 성격을 고치는데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운명을 새로 개척한 선구자로서 모두에게
칭송받을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기 때 사물을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자동차 같은 것만 보면 무척 좋아해왔다는 건
어찌하든 지울 수 없는 과거이자 부인하기 어려운 현재의 모습이고, 고칠 수 없는 미래의 모습으로
계속 다가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오늘 결국 또 DIY판을 벌리고 수습까지 다 한 후에 말입니다.
차 그 까이거, 이젠 대충 타자. 편하게 타자. 라고 마음먹고 실천하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집안 전기 및 가구, 가전, PC,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직접 제 손으로 확인해가며 해야 직성이 풀리니,
그 성격 어디 안 가나 봅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성격입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에 대한 애정은 술, 담배보다 더 참기 힘든 것임을 부인할 수가 없네요.

엔진오일도 그까이거, 그냥 순정 SN Plus나 모빌1 이런 거 혹은 Ams 같은 거나 넣자고 했던 것이,
결국 원래 넣던 오일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구하지 못한 채로 오일 교환주기가 도래해버렸지 뭡니까. -_-;;

어쩔 수 없다.

예전에 써본 느낌이 아주 마음에 들었었지만, 가격이 대폭 오른 뒤부터 포기했었던 것을 써보자며...
원래 넣던 오일과 규격 및 스펙이 얼추 비슷한 것만 확인하고 대충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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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믿고 썼던 오일입니다. 지금 가격으로 오르고 나서 비싸져서 안 쓴다고 포기했지만.
4G63 스왑 엘란트라에 넣고 8천rpm까지 마구마구 돌려도 늘 부드러웠습니다.
원래 쓰던 오일보다는 그래도 가격이 착하고 구하기도 쉬우니, 앞으로도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여간 이걸 들고 블루핸즈로 쭐래쭐래...
얘기 안 하면 잘 안 해주는 [오일필터에 신유 붓기 + 오링에 오일 칠 + 드레인 와셔 확인 후 교환]과
얘기 안 해도 잘 해주는 [고압에어 잔유제거]는 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차를 입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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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내렸으므로, 오일을 교환하고 와서는 곧바로 세차 + 왁스질로 다이나믹한 노동을 하고,
돌아와서 드디어 판을 벌립니다.
흙받이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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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km/h가 넘어가면 조수석에서 따다닥 하는 소리가 계속 나길래 조수석 도어 안쪽에 뭔가가 떨어졌나
싶어서 도어를 뜯으려 했는데, 우측 전륜 흙받이가 부서진 걸 발견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야무지게 달린 이력, 그리고 휠 인치업과 로워링을 하는 차들은 흙받이 가공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셋팅된 차량의 경우 부득이 흙받이가 혹사를 당하곤 합니다. 저도 긁거나 부숴도 보았고.
하여, 앞/뒤 흙받이를 싸그리 갈아치워버렸습니다.

바퀴도 안 떼고 하느라, 작업 후 광부 비주얼이 된 건 안 자랑입니다.
샾에 맡겨서 해야 사회인으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게 되는데,
DIY로 하는 바람에 지역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 것도 안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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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뒤쪽 흙받이는 앞/뒤 2피스가 따로 나오더군요. 이게 작업하기가 더 수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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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도 앞/뒤 2피스 구조인데, 그 둘을 융착으로 이어붙여 한 덩어리로 만들어놔서... 저렇습니다.
가거치 포인트를 잘 잡아서 고정해야 했습니다.
양쪽 전륜 모두 뒤쪽 고정 나사 중 휠하우스 안쪽 한 개씩은 어떤 이유에선지 고정이 안 되어있어서
새 것을 장착하면서는 고정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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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세차를 했기 때문에, 완성하고 나서 고속도로에 올려서 쭉 밟아주고 왔습니다.
늘 신경쓰이던 조수석쪽의 따다닥 하는 소음이 단번에 잡혔습니다. 굿.

그리고, 엔진오일에는 둔감하다고 생각했는데, 새로 넣은 엔진오일의 느낌도 매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기존 것보다 초기 가속이 둔해져서 경쾌함은 사라졌지만, 엔진 소리와 회전질감이 확 부드러워졌습니다.
악셀 반응이 확연히 리니어해지고 회전수에 따른 토크 변화가 한결 일정해져서 일상주행에서 다루기가
꽤 편해졌습니다. 변속할 때 클러치를 대충 팍팍 놓아도 변속충격 없이 굉장히 매끄럽게 나아갑니다.
뉴EF 2.0 수동의 꾸준한 가속질감과 상당히 흡사해졌는데,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꽤 좋은 느낌이네요.

DIY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경제성 때문이었습니다.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었고.
넉넉치 않은 초년생 수입에 저축해서 집도 장만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는 걱정이 태산이었기에,
당장의 구매비용과 유지비에 치중하여 저렴한 중고차부터 시작했고 간단한 경정비는 직접 했습니다.

매매상사의 이력을 알 수 없는 오래된 값싼 중고차는 그냥 적당히 몇 년 타다가 처분할 목적이 아닌 한,
오래 타려고 고쳐 탄다는 건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경정비든 중정비든 DIY로 할 것이 있고 전문가와 장비의 손을 빌려야 할 것이 따로 있다는 걸
깨달은 건 몇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히려 이미 더 많은 비용을 치르고 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인생 수업료로 생각해야겠지요... 무작정 아낀다고 될 것이 아니라, 비용을 들일 때는 들여야 한다는 걸.

다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제나름의 확신은 이러합니다. 경제성 측면에서...

1. 내가 차량 관리를 엉망으로 하지 않은 한, 내가 10년 탄 차가 누군지 모르는 남이 10년간 타다가
   매매상에 내놓은 차보다 훨씬 낫다.
2. 싼게 싼 것이 아니다. 당장 싼 것은 이후의 비용 지출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까지 불러올 수 있다.
3. 차는 웬만하면 바꾸는게 아니다. 차를 바꿀 때마다 당장 눈에 안 띄는 비용 지출이 상당히 크다.
4. 잠시 탈 차는 아무거나 적당히 싼 걸로 가져오더라도, 오래 탈 차는 신차나 준신차 중고가 낫다.
5. 절대 과욕 부리지 말고 자신의 형편에 맞는 차를 사되, 부족함을 느껴 바꾸게 되지 않도록 한다.
+@. 웬만하면 오토가 낫겠지만, 수동 운전에 자신있다면 수동이 더 낫다. 다만 DMF 달린 건 글쎄?

이런 생각 끝에 입양한 i30는 앞서 2년간 탔던 MD 디젤 신차보다도 트러블 없이 잘 달려주고 있습니다.
그 동안 차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기에, 이젠 차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로 하고
기름 넣고 엔진오일 교체주기 지키는 것 이외엔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냈는데...
결국, 닦고 기름치고 조이는 기본은 지키려는 습성이 다시 튀어나오네요.
타이어는 매일, 엔진룸은 2~3일에 한 번씩 열어 점검합니다.
보름~1달에 한 번은 엔진룸을 직접 닦고, 하체 점검을 합니다.
이상이 있다면 제때 손봐두어야 고장이 확대됨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과잉정비나 불필요한 투자는 안 하되, 트러블 예방을 위한 메인테넌스는 지금처럼 계속 해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