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이후 최고라는, 밖에만 나가면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운 올 여름...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태생적 고향은 부산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부산을 떠나 살았고 학창시절부터 서른 직전까지는

서울에서 쭉 살았기에, 고향 하면 서울이 오히려 더 각별합니다.

 

일상 업무에 잔뜩 찌들어서 온갖 중압감, 모멸감, 불안감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불쑥 맞은 휴가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달콤하고 멋지지도 않았습니다.

휴가 중에도 불쑥불쑥 떠오르는 업무 관련의 안 좋은 기억과 압박감들은 평소에 잘 해소해야겠더군요.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줄 알아야 휴가의 즐거움도 알 수 있는 것이리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하간, 더운 날씨에 연일 에어컨 가동도 많았고 엔진음도 빨리 거칠어진 감이 있길래

평소보다 꽤 일찍 오일 교환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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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교환을 하고 돌아와서 동생의 차와 나란히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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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받은 테드 스티커도 차 뒤에 붙여주었습니다. 같은 자리에 붙었다 떼어진 자국이 있어서, 딱이다 싶더군요.

요즘 차들은 이런 걸 붙일 때 유난히 수평에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라인에 맞추어 붙여두고 보면, 지면과 수평이 안 맞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입니다.

이번에는 트렁크 하단 라인에서 오른쪽을 1.5mm 정도 내려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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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서울로 출발~

상경할 때마다 늘 역귀성 상황이었고, 이번에도 휴게소 휴식시간 포함 4시간 반 만에 도착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내릴 때 막히는 곳을 피하다가 수서IC에서 내려 가락동 방향으로 향하는데,

차 계기판에는 기온이 무려 41℃로 찍히더군요... 우와...;;

롯데월드 사거리를 지날 땐 움직이는 중이라 사진을 못 찍었는데, 최고 43℃까지 찍혔습니다.

에어컨 안 켜면 차 실내가 곧바로 찜질방으로 돌변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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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미디어로만 보던 롯데타워를 가까이서 봅니다.

간만에 갔더니 길을 헷갈려서, 올림픽대로로 들어간다는게 잠실 구 주공아파트 2단지~5단지 뒷길로 돌아

잠실대교 남단 쪽으로 나온 모습입니다... ㅋ 상습 정체구간이라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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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으로 인천 가는 길, 점심 시간이 애매하게 걸려서 평양냉면으로 해결했습니다.

경남에서 거주하게 된 이후로, 온통 새콤달콤한 국물과 스넥 질감의 면발 밖에 접하지 못하다 보니

취향에 맞는 순수 육수 국물의 냉면을 먹을 기회가 없어서 서울에 가면 꼭 평양냉면 집을 찾아갑니다.

입이 많이 짧아졌지만, 이건 꼭 곱배기로 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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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한 잔 마신 다음날, 해장한답시고 차이나타운을 들렀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문득,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써티 사진을 찍으면 어울리겠다 싶어서 찍어보았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나왔는데, 바닷물이 철조망에 가려져 잘 안 보이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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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로 돌아와, 학창시절 지하철, 버스, 도보로 질리도록 다녔던 길을 지나며 그 시절의 기억을 톺아봅니다.

여기는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변한게 없는 것 같아요.

지하에 있는, 알록달록 아기자기하고 볼거리 즐길거리 많던 코엑스몰이 온통 석고상 모양으로 변한게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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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어지간히 들락거렸던 곳이네요. 테헤란로 초입 현대백화점 앞입니다.

14년 전쯤이었나... 초보운전 시절의 어느 주말, 간 크게도 그 엄하시던 아버지의 스텔라를 몰래 끌고 나와

동생과 함께 이 길로 서초동 법원, 검찰청까지 가서 설렁탕집에서 아침을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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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동북아무역센터에 이어 롯데타워가 한국 최고 건물 타이틀을 가져간 지 오래되었음에도,

어린 마음에 깊이 각인된 이 금빛 63빌딩이 제겐 아직도 가장 멋진 모습으로 와닿습니다.

'국민'학생 시절, 지하에 있던 고급 뷔페의 티켓이 생겨서 동생의 생일날 어머니, 동생과 함께

처음으로 진귀한 요리를 맛보았던 추억도 있고요. 지금의 파빌리온 뷔페가 맞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새 건물처럼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여전히 큰 건물이고, 폰카메라 화각의 한계로 써티와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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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은 형편없었지만, 학창시절보다 자유롭던 20대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광화문도 가봅니다.

숭례문-서울시청을 거치는 흔한 코스로 가서 U턴하여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쳐왔습니다.

이 날, 광화문 광장에는 각종 시위대 분들이 현장에 여전히 계셨는데...

모두가 힘든 요즘, 살아남기 위한 싸움으로 분쟁도 많아지고 더러는 애꿎은 성별 갈등으로 난타전까지...

조금씩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가운 머리로 '모두가 함께' 발전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승자독식이 아닌, 그렇다고 승자분쇄도 아닌, 최대한 다수가 기회와 발전 가능성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동기부여와 의욕으로 가득찬 사회 분위기로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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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마음을 안고, 서울에서 마지막 10여년간 살던 동네로 갔습니다.

집 바로 건너편의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옆에 주차하고, 잠시 어머니와 바람을 쐬었습니다.

이 좋은 곳에서 살면서 변변한 사진 한 장 안 찍고 지냈으니, 좋은 건 좋은 줄 아는 것도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고 자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사는 동네에서나마 그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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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살던 아파트 단지에, 괜스런 마음에 들어가봤습니다.

아래는 10여년 전 아버지의 토스카 사진인데, 피쳐폰으로 찍은 거라 어둡고 잘 안 보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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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아버지의 스텔라와 토스카를 늘 주차하던 단골 자리에 써티를 주차해보았습니다.

테드 앨범에서 잠깐 유행하던, 같은 장소 다른 차 시리즈가 문득 생각이 나서 사진도 찍어보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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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경은 사람은 항상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은 여행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린 시절의 그 방대하던 꿈은 현실적인 목표로 구체화되고 좁혀지며 동심이 사라지는데,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이리저리 치이다가, 문득 되돌아본 어린 시절의 즐거운 추억과 그 때의 화려한 꿈에

사로잡히다 보면 남는 건 뜬금 없고 끝도 없는 자괴감 뿐이더군요. 이렇게 살려고 한게 아니었는데 하는...

답은, 성숙한 성인일 수록 그러하듯, 내 앞으로 가져올 수 있는 현실적인 꿈을 꾸며 노력하는 것 뿐이지요.

 

경남으로 내려온 이후, 일이 생각대로 안 풀리니 오늘이 힘들고 예전만 못하며 내일이 안 보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의기소침해지다 보니, 몇 년간은 계속 어제만 바라보며 살아왔네요.

문제는, 그렇게 살다 보니 그 몇 년간이 제 인생에서 홀라당 사라진 세월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러다 보면 훗날에는 후회 밖에 안 남을 것을,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더 멋진 세월로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을...

사람이 현재에 안주해서도 안 될 일이지만, 너무 과한 꿈을 가지는 것도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간 자동차를 선택하고 유지함에 있어서도 너무 큰 기대와 욕심이 불러온 결과는 항상 좋지 않았습니다.

한정된 선택 여건(특정 차종, 선루프, 수동변속기)일 수록 좀 더 시간을 두고 면밀하게 고민했어야 했는데,

베이스가 나쁜 차(매매상사표 묻지마 차), 성급하게 고른 차(매각한 금액 내의 차), 용도에 부족한 차(CVT 경차),

주행환경에 안 맞는 차(데일리 용도에 풀튜닝카), 본인 운전 스타일에 도저히 안 맞는 차(...오토매틱;;) 등등...

과소비를 해선 안 되지만, 당장 돈만 적게 들어가면 성급하게 OK 했던 것은 결국 어떻게든 수리비용 발생이나

차량 교체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과소비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분명, 서울에서 보내던 20대 때보다 좋아진 것들이 훨씬 많은데 그간 너무 땅만 파고 살아온 듯 해요.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을 생각하고 다짐하며 밝아지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

 

더운 여름날, 예년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상경 여행간 수고해준 써티에게도 무한한 애정과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