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재욱입니다.

올해는 제 카라이프에서 가장 격동의 시기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해 덜컥 데려왔던 206을 연초에 좋은 분께 보내고, 잠깐 방황하다 올해를 함께 보낼 애마들의 라인업을 꾸렸습니다.
테드엔 워낙 멋진 콜렉션을 소장 중인 분들이 많아 잡차 일색인 제 애마들이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나름 사랑을 담뿍 주고 있는 아이들인 만큼 오랜만에 자랑을 좀 하려고 합니다 :)


1. 1998 BMW E39 54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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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190414_172305536.png(Photo by Donguk Lee of TeamKlutch_Seoul, insta@lee_donguk_512)


애마들 중 플래그십을 맡고 있는 E39 540i는 올해로 저희 집에서 4년차를 맞이했습니다.
예전처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출퇴근 거리가 먼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예전처럼 데일리 카로 타지는 못하고, 한 달에 한두 번 드라이브를 하며 '일상적 복원'을 컨셉트로 차근차근 손보고 있습니다.

E39 중에는 제 차를 포함해 국내에 2대 정도가 확인된 캐시미어 베이지 컬러와 베이지 인테리어, 여전히 힘이 넘치고 매끄러운 4.4L V8 엔진은 언제 타도 절로 미소가 띠어집니다. 특히나 고속도로를 고속으로 크루징할 때 여유롭고 편안한 점이 좋습니다. 올해는 비록 식구가 더 늘었지만 540i에게 좀 더 신경을 많이 써 주는 게 목표입니다 ㅎㅎ


2. 2018 푸조 208 GT Line 1.6 BlueH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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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새 식구가 된 208입니다. 3월 제네바에서 신형이 공개된 바람에 1년 만에 구형이 돼 버렸지만, 경제적이고 운전이 즐거운 광역 커뮤터로서의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수행 중입니다. 5만원 만땅으로 부산 왕복도 가능한 연비 덕에 장거리 여정에 많이 차출돼서, 주행거리는 1년 만에 3만km를 돌파했습니다. 주 용도는 출퇴근, 출장, 장보기, 사내 퀵서비스(?) 등입니다. 4m도 되지 않는 크기지만 실용적인 불란서 해치백답게 시트만 접으면 짐도 잔뜩 실립니다.

처음부터 오렌지색을 사고 싶었는데, 하위 트림에는 있는 오렌지 컬러가 윗 트림에서는 선택 불가한, 프랑스 감성 충만한 옵션 정책 때문에 회색을 뽑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오렌지 앓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올해 초 랩핑을 해 버렸습니다 ㅋㅋㅋ; 여기에 얼마 전에 테드 회원님께 구입한 스트릿랠리 휠을 장착하면서 처음 차를 사올 때부터 꿈꿨던 랠리카 비주얼을 완성했습니다. 푸조는 랠리죠!


3. 2001 사브 9-3 2.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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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찮게 데려온 애마입니다. 206을 급작스럽게 팔고 다른 차를 가져왔다가, 상상과 다른 주행 감각으로 기변을 고민하던 차에 매물을 보고 허겁지겁 데려왔습니다. 가져오자마자 이것저것 손 보느라 사진은 올 초에 찍은 것밖에 없네요. 지금은 조금 더 예뻐졌습니다 ㅎㅎ

"사브를 안 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타본 사람은 없다"던 그 특유의 주행감각이 뭔지 정말 궁금했는데, 이 차를 타면서 알았습니다. 이 맛에 사브를 타는구나! 가뿐한 발걸음의 가속력, 미끄러지듯 활강하는 고속 주행감각, 필요할 땐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20세기풍 터보의 부스트까지 어떤 브랜드의 어떤 차와도 다른 느낌이더군요. 국내 유일한 코스믹 블루 컬러에 에어로 바디킷, 애니버서리 휠이 장착된 외관도 아주 깔끔하고 예뻐서 정이 많이 붙었습니다. 소문에 비하면 부품값도 싸고 정비성도 괜찮은 편이더군요. 앞으로 꽤 오래 데려갈 것 같습니다.


4. 2002 BMW E46 325Ci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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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데려온 325Ci입니다. 작고 날렵한 독일 컴팩트 세단의 표본같은 E46은 항상 마음 속에 로망으로 품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되어 고민 끝에 영입했습니다. 조금 손볼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파워트레인 쪽의 컨디션이 매우 좋아서 마찬가지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손볼 계획입니다. 일단은 처음에 꽂혀 있던 묻지마 표 휠을 17인치 단조 휠로 바꾸는 작업만 해 줬습니다.

컨버터블은 잠깐씩 시승은 했어도 직접 소유해보는 건 처음인데, 원할 때 탑을 열고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썬루프 정도로는 대체할 수 없는 만족도더군요. 근래에 미세먼지도 없고 기온도 적당해 열심히 열고 다녔습니다 ㅎㅎ


어쩌다보니 신차1+썩차3의 조합을 꾸려버렸습니다(아버지가 타시는 EF S까지 하면 썩차4가 되는군요). 올드카의 매력이라 함은 신차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요즘 차보다 자기 색이 뚜렷한 과거의 명차들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차량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면서 정신이 없는 감도 있지만,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차들의 컨디션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것도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닙니다.

흔히 올드카라 하면 완벽하게 고쳐져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복원'이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굿우드에 가 보니 수천억대 자산가들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수십억원짜리 콜렉션들도 페스티벌 도중 퍼지는 일이 다반사고, 그래서 끊임없이 정비하고 있더군요. 제조사 박물관에서 공수해 온 소장품들 역시 제 컨디션을 내기 위해 전문 미케닉들이 달라붙어 수시로 점검하고요.

사람이 늙는 게 자연스럽듯이 오래된 차에서 크고 작은 고장이 발생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꾸준히 관심을 놓지 않고 차와 교감하면서 고쳐 나가는, 차와의 일상이 곧 리스토어라는 마음가짐으로 즐기는 게 오래된 차와 함께 하며 지치지 않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차들의 색채가 다양해져서 더 값진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틈틈히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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