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보니, 갑자기 양평 가는 길에 있는 옥천냉면이 생각나더군요. ^^
아마 여기오시는 많은 분들은 중미산 때문에 옥천냉면을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유명산 때문에 옥천냉면 맛을 기억하게 되었답니다.

흔히 냉면집이라고 하면 많이 있는,
머리카락 보다 조금 더 두꺼운 크기인 함흥냉면과
우리가 쫄면이라고 알고 있는 두툼한 면발을 쓰는 평양 냉면 중에서
평양 냉면에 가까운 것이 옥천냉면입니다.
편육과 동그랑땡을 반반 시키고, 면 삶은 물에 간장 휘휘 저어 먹는 맛이라니.. ^^

결국 오후 두시가 넘어서 애들하고 와이프 모두 짚 체로키에 태우고
경기도 김포에서 옥천까지 갔지요.
간 김에, 참새가 방아간 어떻게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유명산 고개를 넘어 어비 계곡길을 따라 유명산 휴양림- 중미산을 넘어 오는
코스를 생각하며 유명산에 올랐습니다.

산 정상까지는 남향 언덕이라 괜찮더니,
정상을 넘어 용문산 레이다 기지 쪽으로 언덕을 넘는 순간,
사진에 있는 것처럼 한겨울 세상이었습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흰 눈으로 쌓여 있었다는 소설 '설국'과 같았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떠났던 길이라
그렇게 살떨리는 오프로드를 오래간만에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체인은 집에 두고 왔고, 애들과 마눌도 태운 상태에서
눈 쌓인 오프로드 급경사 내리막의 공포감은 끝장이었습니다.
마치 잘 알고 있는 코너를 안전한 최고 속도로 돌면서,
전혀 예상 못한 빙판을 만나 스티어링 핸들의 무게감이 없어지고
곧이어 차 엉덩이가 스을쩍 바깥쪽으로 흘러 나갈 때의 그 짜릿함의 세배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프로드에서는 차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ABS가 먹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 바퀴는 잠기고,
차는 언덕 아래로 중력 가속도의 영향을 제대로 받으며 미끄러져 내려가게 됩니다.
이게 똑바로 내려가면 좋은데, 중간에 돌이라도 있으면 차가 옆으로 슬쩍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간 것이 한계를 넘어가면, 바로 전복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이럴 때는 엑셀 페달을 밟아 바퀴가 굴러가도록 만들고,
굴러가는 바퀴가 접지력을 찾기를, 차가 내 의지대로 움직이도록
방향을 잡아줘야 합니다.
사실 이론은 쉽지만 이걸 실천하기까지는 무수한 노력과
상당한 간뎅이 튜닝이 필요하죠. ^^

그렇게 온 몸이 땀에 절을 정도로, 정말 바짝 긴장한 상태로
평소 10분이면 내려올 그 언덕을 무려 50분이 걸려 간신히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남은 사진이 이건데,
사실 너무 평온한 사진이군요. ^^

PS. 추가한 사진은 약간 광각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차안에서 마눌이 빨리 오라고 소리소리 지르는게 들리는 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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