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앨범란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날이 2018년 11월이었으니, 1년이 훌쩍 넘어간 시점에야 인사를 드리네요.

그동안 제 인생에는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도망치듯 내려온 고향에서 몸과 마음을 많이 추스렸구요. 기분좋은(?) 빚도 생기구요. 아직은 어리숙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제 98년식 벤스 또한, 제 상황 만큼이나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니, 많이 나아지게 만들었습니다.

KakaoTalk_Photo_2020-02-14-15-45-17.jpeg<2020년 2월, 일산 *L 모터스, 출고 준비중입니다.>

이전 주인분의 야매 수리 덕분에 제 차량은 썩 좋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얼기설기 엮어둔 범퍼, 색 다르고 지저분한 패널들, 출렁거리는 서스펜션 등. 저야 이미 그 상황을 알고 가져왔으니 여전히 예뻐하긴 했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딱 '헐어빠진 중고 외제차' 느낌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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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일산 *L 모터스, 출고 직전 감동의 시운전(동승) 후.>

다행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러 방면에서 부품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앞쪽 양 휀다와 앞 범퍼는 열정이 넘치시는 마산의 지인분에게 분양받았고, 각종 기계류 부품들은 국내 부품 수입상에서. 그리고 자잘한 전용 부품 - 언더커버나 깜빡이 등 - 은 벤츠 정식 센터를 이용했습니다. 19년의 제 취미는 주행보다는 부품을 사는 행위였어요. 

처음 이 차를 구매해 왔을 때에는, 막연한 자신감만이 있었습니다. '까짓거 뭐 직구해서 부품 구매하면 다 될거야' 라면서요. 제가 생각하던 스스로의 모습은 독수공방하며 혼자 부품을 구하고, 뚝딱거리며 고치는 모습이었습니다.

KakaoTalk_Photo_2020-02-14-16-10-45.jpeg<2020년 2월, 일산 *L 모터스, 직접 케이블타이로 보수한 언더커버가 뿌듯합니다.>

참 어린 생각이었다는걸 깨닫게 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진단/해결한 문제는 채 절반도 되지 않고, 직구를 한 부품은 프론트 범퍼에 붙일 립 정도가 크네요. 

주위 분들의 도움 덕분에 많은 돈과 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고, 또 그렇기에 차량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습니다. 조*한님, 권*엽님, 그리고 박*림 사장님! (그리고 다른 모든 분들)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너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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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일산 도색공장 앞>

이번 작업 중 가장 큰 일은 전체도색이었습니다. 공장 출고시의 원 색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만큼 색은 고민할 필요 없이 원색이었구요. 작업자분이 신경써 주신 만큼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휀더의 방향지시등 삭제(후기형 휀더 이용), 북미형 범퍼 장착 및 방향지시등 이동, 그리고 원래 달려있던 측-후면 브라부스 애드온에 맞춰 프론트도 립스포일러 장착 (브라부스 카피 - 정품은 어디서 구하나요? ㅠㅠ) 정도가 추가되었구요.
립 덕분에 디자인상으로도 균형이 맞고, 사이드뷰를 보았을 때에 좀 더 깔끔한 맛이 살아나네요. 

.... 사실 이런 디테일들이 궁금하실/눈치채실 분들은 많지 않으시겠지요. 그냥 혼자 뿌듯해서 적어보았습니다. 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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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관악구 한 대학교 캠퍼스 내 - 친구 기다리느라 잠시 주차했어요. 소방관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ㅠㅠ>

그리고 보시다시피, 바디킷에 맞추어서 휠도 18인치로 올려 주었구요.
처음에는 period-correct한 브라부스 3피스 휠을 생각했지만 오 지져스, 가격이 엄청나네요. 집에 핫초코 전용 수도꼭지를 달 만큼 돈을 벌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얌전히 다른 대안을 찾아 보았습니다.

이왕 브랜드 맞춤을 포기했으니, 평소 좋아했던 매쉬타입 휠로 노선을 변경했습니다.  BBS RS 3피스를 찾고 - 가격에 절망하고. BBS LM을 또 찾고 - 가격에 실망하구요. 이럴 바에는 그냥 BBS LM 모양의 카피휠을 끼워볼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카피 프론트립이야 푸라스틱 쪼가리니까 괜찮다지만 카피휠은 조금 무섭달까.... 차에 잘 모르니만큼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최종적으로는 일본 WEDS사의 휠을 구매하였습니다. bbs lm과 거의 비슷한 모양새에 정품 휠, 그리고 나쁘지 않은 가격. 앞뒤 옵셋이 같은게 조금 아쉽지만, 이미 동일옵셋 기준으로 스페이서를 맞춰 두었기에 저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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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광주의 한 세차장 - 추가요금 없이 5천원에 물 마음껏 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에요.>

일련의 과정, 그리고 적지 않은 수많은 노후 부품들의 교체 끝에 이제 제 차는 오일 타는 냄새도 안 나고, 모든 에어벤트에서 바람도 잘 나오고, 무엇보다도 고속도로에 올려 유유자적 달리고 있자면 웃음이 실실 나오는 훌륭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타면서도 '에구 짠한놈, 금방 고쳐줄게!' 라는 마음보다는, '아이고 이쁜 내새끼~'라는 마음이 먼저 드네요. 소위 말하는 '리스토어' 라기보다는 정비 + 약간의 호작질 정도의 수준이지만, 저에게는 너무 과분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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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광주 거주지 지하주차장 아래 - 공허한 눈빛의 바닷가재 인형은 제 차의 호크룩스입니다. 롯*마트, 행사가 9,800원>

차량 자체에 대한 만족도 외에도 뜻하지 않은 즐거움도 있습니다. 거주지 경비아자씨의 "아따 벤스 멋져부네잉"을 필두로 해서, 차에대한 칭찬과 질문을 많이 받아요. 특이한 색 때문일까요? 관심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나만 이 차를 좋아하는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공연히 마음이 들뜨는 것도 사실입니다. ^^ 

 

KakaoTalk_Photo_2020-02-14-15-45-04.png<2020년 2월, 광주 집 지하주차장 아래 - 요즘 차들에 비하면 무척 아담한 바디에요. >

이제 눈에 보이는 부분은 지금 상태에서 그릴 정도를 제외하고는 달라지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보다 더 멋져질 여지는 남아있겠지만, 투자대비 효과를 생각해 보면 딱 이정도가 최고의 만족도를 줄 것 같아요. 일반적인 관리를 하면서 타다가 20만키로가 되면 기계적인 부분을 몇가지 더 만져주려 합니다.


물론 그 전까지는, 신나게 즐겨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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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Mercedes-Benz CLK320, Bordeaux Red Metallic
3200cc 90° V6  + 722.6 5 speed trans


Brabus Add-On Bodykit
Eibach Sportline spring + KYB Gas-a-just Damper
Weds Farmas M-revolt 7.5J +38 w/ Continental MC6 225/40/18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님들도 2020년에도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드라이빙 되세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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