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후방추돌 사고 후, 여러 모로 최근의 제 운전 스타일에 대해서도 좀 냉정하게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뒷차의 안전거리 미 확보, 앞차의 무리한 추월, 꽉꽉 막힌 옆 차선 등 법리적으로 합당한 이유를 대더라도

사고가 날 상황에 애초에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어운전이 미흡했다고 밖에 볼 수 없으니까요.

 

상황은,

편도 2차선 국도 오르막에서 2차로는 저속 화물차들로 그야말로 거의 줄줄이 비엔나였습니다.

하여, 1차로로 주행 중 오르막이 끝나던 시점에서 제 후방의 차 A가 2차로로 이동하여 저를 추월한 뒤

그 앞의 화물차와 저 사이로 바로 앞에서 끼어들었고, 저는 그걸 보고 급제동...

하프스핀 상태가 되었는데, 옆차선에는 다른 차들도 있고 바로잡으려다 일이 커지겠다 싶어 정차한 직후,

마찬가지로 저를 추월하려 바짝 다가오던 후방 차량 B에 거의 노브레이크로 추돌당한 사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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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놈의 머릿 속엔 마구니가 한가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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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한 머릿속...

확신 없는 삶 속에 자신을 자꾸 감추려 하며 점점 작아져가는 자아...

쪼그라져 가는 자존감과 자신감 속에 바늘처럼 삐죽 튀어나온 자존심 한 가닥...

 

아... 이렇게 순식간에 5년, 10년... 정신 차리고 보면 나도 금방 할아버지가 되어있겠구나... 뭔가 허망하네...

젊은 한 때의 고생이라며, 미래를 바라보며 피땀흘려 아둥바둥 살아도 결국은 가진 자들의 한가득 쌓여있는

풍요로움에 티끌 하나같은 피 한 방울 얹어줄 뿐인데... 내 삶은 그 어디에도 없는데...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에 중고등학생 시절에나 하던 중2병스런 어두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더니, 남은 건 그 생각들의 칙칙한 빛깔처럼 바래진 일상 뿐이더군요.

 

이런 삶 속에서 차를 더 이상 친구로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도 사라져갔습니다.

어차피 자율주행 시대가 올텐데 차가 무슨 소용이고 운전이 무슨 필요냐...

 

몇 년 전...

하얀 XD 스포츠와 함께 했던 시절의 소박한 마음가짐과 행복은 분명 내가 만들어서 내가 가졌던 것인데,

지금은 그게 마치 내 것이 아니었던, 손가락 사이로 모두 흘러내려 사라진 신기루같은 꿈으로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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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였지만, 복잡스러운 번뇌를 비우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며 깊이 반성 중입니다.

 

이젠 차가 아닌 내 삶을 바꾸고 싶다. 정말 바꾸고 싶다.

차는 타고 다니는 물건인데, 정말 그만 바꾸고 싶다. 지긋지긋하다는게 지금 제 심정이랄까요...

 

병원에 있는 동안 몸과 마음을 추스리면서 이런저런 차들을 물색하였고,

똑같이 NF 2.0을 사긴 뭣하여 NF 2.4를 찾아보다가 마땅한 매물이 보이지 않아 그냥 포기했습니다.

이후, LF 1.6 터보 혹은 말리부 중고... 그러다가 신차 견적까지 받아보았다가,

이 상황에서 중형차는 뭔 중형차냐...하여 아반떼 스포츠 깡통 신차와 i30 PD 깡통까지 고려...

그러다 결국 신차는 뭔 신차냐... 중고로 사자. 라는 쪽으로 굳혀졌습니다.

 

단, 지금까지 늘 선택했던 10년 넘은 중고차는 이제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쓰임새를 생각하면 여러 사람이 운전할 수 있도록 첫째 조건이 오토여야만 하겠지만,

그 동안 NF를 운전하고 AD 렌트카를 잠시 운전하면서 오토에 적응하기 위하여 편한 것만 생각하는 등

나름대로의 온갖 노력에도 운전하는 내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오토미션도 과감히 배제...

주차하기 편한 아담한 사이즈에 실내와 짐칸이 좁지 않은 걸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했고,

결론은 3년 이내의 국산 가솔린 N/A 수동 해치백이었습니다.

XD도 스포츠를 선택했었듯, 저는 세단보다는 해치백을 쓰임새와 디자인 면에서 훨씬 좋아합니다.

 

대안은 i30 GD 수동이 유일한데... 매물 자체가 정말 없었습니다.

알아보니 원래 가솔린 수동 자체가 안 나오는 모델이었고, 그나마도 단종되기 전에 D Spec 트림으로

잠시 나왔다가 단종되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수동은 그 좋아하는 선루프가 옵션으로 조차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나마 오토의 경우에도 선루프가 달려있지만 개인적으로 전혀 선호하지 않는 파노라마 선루프였습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주행거리는 좀 많지만 앞서 2015년에 신차로 뽑았다가 단기간에 가만 서 있는데 들이받히는 사고의 연속으로

중도 매각했던 MD 디젤 수동을 지금까지 유지했을 경우 대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걸로 매매상에서 데리고 왔습니다.

바닥 꽁 찍은거 제외하곤 무사고에 엔진과 미션 상태는 주행거리를 감안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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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용 순정 범퍼가 아닌, 수출 사양에만 있는 1.6 터보용 범퍼가 달려있었습니다.

소나타를 타다가 봐서 그런지 처음에는 너무 날티(?)가 나는 것 같아 잠시 망설였습니다만,

지금은 오히려 순정 범퍼 달린게 밋밋해 보일 정도로 금새 적응되었습니다.

 

뒤에는 커다란 스포일러도 하나 얹혀져 있고, 밝고 반응 빠른 LED 리어램프에 순정 HID 헤드램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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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고 온 직후에는 거의 매일 함께 모시고 다니는 어머니께서 애들 차 같다며 좀 당혹스러워 하셨습니다만,

지금은 예쁘다면서 내리시고 나서 꼭 한동안 차를 쳐다보고 오십니다. -_-a

가변 풀배기 작업이 되어있는지라, 나이 먹고 붕붕거리는거 타면 어쩌냐고 하시다가...

호주 워홀 가서 다양한 유럽차 시승 및 정비사 경험이 있는 동생의 한 마디에 그마저도 그러려니 하시네요.

"4기통 포르쉐도 이런 비슷한 음색이야~! 좋기만 하구만~!"

(...암만 그래도 나의 로망인 포르쉐랑 비교를!!;;)

아래는 왁알못의 세차&왁스작업 후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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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적응할 겸 친척 어르신을 뵈러 부산에도 다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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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는 MD보다 살짝 좁기는 한데, 아쉬울 정도는 아니네요. 시야는 오히려 더 탁 트인 느낌입니다.

어르신들 모실 때 아주 편안하지는 않아도 좁아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시커먼데, 시트 가장자리에 빨간 액센트가 들어가고 안전벨트도 빨간색이라

칙칙한 분위기는 면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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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변속레버와 3개의 페달...

수동미션에 버튼 시동이라니...아직은 적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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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과로 샤워를 못하고 탈 때 홀애비 냄새가 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미리 뿌려줍니다.

백화점 1층 냄새 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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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에 강제로 실려다니기 전까지는 이제 그만 이 차를 마지막으로 하고 싶습니다.

또 다시 사고나는 일이 없도록 다시금 차에 애정도 갖고, 좋은 일만 생각하며 밝은 기분으로

발빠른 방어운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