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개러지 게시판에서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어봅니다. 
개인사업을 시작한지 1년이 된 시점에 너무 기념비 적인 모델에 대한 의뢰가 접수되어 기쁜 마음에 조심스레 공유를 하고자합니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면 삭제하셔도 괜찮습니다. 


천안에 있는 가죽공방에서 공방장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자동차 핸들에 가죽을 랩핑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면서 본인은 자동차 작업은 해본 적이 없으니 전문가인 저에게 할 수 있겠느냐라는 문의였습니다. 물론, 할 수 있고 차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니 현대자동차의 포니라고 하네요. 포니 1인지 포니 2인지 또는 포니 픽업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포니라는 단어를 듣고 가슴이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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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공방에서 강사를 하고 있었기에 퇴근하는 길에 제품을 받아왔네요. 정말 올드한 영타이머라 상태가 좋진 않았습니다. 뒤틀리고 변형되고 심지어 백커버는 일부 소실까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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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커버를 제거하고 백커버를 탈거하자 알수 없는 먼지와 모래가 후두둑 떨어지네요. 침수차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이 먼지와 모래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그것이 정말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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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에서 선택된 천연가죽은 스코틀랜드의 B.O.W. - 브릿지 오브 위어 사의 세미아닐린 그레이드 브라운 컬러 입니다. 벤틀리 내장에서 가장 많이 선호되는 컬러 원단이죠. 가죽의 그레이드는 아닐린 - 세미아닐린 - 프리미엄 나파 - 나파 등으로 단계별 분류가 되는데 실제 양산차에서 사용하는 가죽 중 가장 최고등급이 바로 세미아닐린입니다.  그 이상 등급은 아닐린만 있는데 내구와 오염 등에서 너무 민감하기 때문에 사용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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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한 영타이머는 대부분 패턴이 매우 단순합니다. 스크랩을 거의 나누지 않습니다. 심플하게 중앙 하단부에 한번만 적용해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산할 당시엔 원가절감이라는 단어가 거의 없었을 시절이기도 하고 단가보다는 품질, 그리고 감성이 우선 시 되던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일부러 로스를 감안하면서 고급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니의 가죽핸들 제작도 이러한 이유로 매우 심플하면서 고급스럽게 작업을 합니다. 패턴을 만들고 재단을 하며 본격적인 마감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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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는 브라운 컬러에 화이트 스티치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색상의 조합이 흡사 에르메스의 시그니쳐 콜라보레이션처럼 보입니다. 패션이나 공예에서는 브라운 컬러를 탄 이라고 부릅니다. 탄 컬러에 가장 무난하게 어울리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티치 컬러가 바로 화이트 입니다. 고급스럽고 질리지 않기 때문이죠.


이렇게 또 손 스티치로 2-3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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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핸들 모양이 완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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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한 싸움이지만 제가 이겼습니다. 비록 비용적인 부분 때문에 혼커버와 백커버 까지 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핸들 림 하나만으로도 충분이 아름다운 모습이 구현이 되었습니다. 

이런 류의 복원이나 리스토어 작업을 비용을 받으며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괴리감이 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뿌듯합니다. 영타이머 차량을 운행하는 차주들은 올드한 소재만 만질 수 밖에 없지만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해 신품의 컨디션으로 마감과 소재, 컬러를 바꾸어 다시 신차같이 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를 기쁘게 한다는 뿌듯함이 제게는 즐거움이 되네요.

개인사업자를 운영하기 때문에 테드에 섣불리 작업글을 올리기 어려웠지만 포니의 작업글은 공유를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이렇게도 작업이 되는 구나 하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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