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지난 몇년간.. 아니 십 몇년간 일년에 한 두번씩은 이놈의 '내수'와 '수출'형의 옵션과 사양 장난(?)에 대한 국내 자동차 회사의 성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아반떼' 내지는 '엘란트라' 사건에 있어서 얼마전 제가 하는 일중에 몇가지 재미 있는 사실들이 발견 되어서 일부를 나눠 볼까 합니다.


1. 과연 자동차 원가(?)는 어떻게 계산 하는가?

흔히 모 자동차 회사가 신 모델을 내놓을때 마다 '총 몇억' 의 개발비를 써서 신 모델을 개발 했다. 라고 나옵니다. 이에 대한 계산 방법은 사실 상당히 간단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간 인시 (Man hour) * 평균 시간당 임금 + 각종 툴링 (라인에 들어가는 각종 금형이나 특수 장비 에서 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프로토 타입이라고 부르는 시작차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들 까지 포함) 과 직접적 투자 비용  + 각종 부가 비용 (보통 앞에 들어간 비용에 15~20% 정도를 더하게 됩니다.) 이 개발비가 됩니다. 


이 개발비에 들어가는 인시 (Man Hour)는 엔진이든 바디든, 전장이든 이 모델과 관련된 일을 한 사람들의 모든 업무 시간이 포함되는 거죠. 예를 들어 어떤 엔지니어가 한 엔진을 개발 하는데 참여 했고, 이 엔진이 총 4개 모델에 쓰인다면 이 사람이 1시간을 일하는건 각 모델별 개발비에 0.25 시간으로 계산 됩니다. (실제로는 여기에 각 모델별 판매 예측량 들이 더해진 계산 법이 있지만 말이죠..)


그래서 개발비 이야기가 나올때는 몇명의 인원이 몇년동안 고생해서 얼마간의 투자가 들어갔다.. 이런 문장을 쓰는 겁니다. 


그러면 이 개발비는 다시 예상 판매량 (실제 판매량이 아니고...)으로 나눠 져서 각 차량의 원가 계산에 반영 됩니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개발비에 다시 Overhead cost (융자 받아 쓰느라 내는 이자 비용 부터 개발이나 생산과 관련 없는 관리 직원 비용, 각종 공장 지원 비용등.. ) 와 Legacy cost 등이 더해지게 되는 거구요..


여기 이러한 비용에 이제 각 부품 회사에서 구입하는 부품가격과 철강 구입 비용 (차체등 라인에서 직접 금형을 하는 금속 제품이나 엔진 블락등 주조 하는 제품들이 있죠..) 그리고 순수한 조립에 들어가는 비용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당 월급과 라인을 돌리는데 들어가는 전기, 수도 비용등)이 더해 집니다. 


최종적으로 여기에 수선비용이나 각종 재보험으로 들어가야 하는 워런티 코스트가 있습니다. 차량 가격의 일부를 별도의 신탁기금등으로 조성해서 리콜이나 워런티 수리에 대비하게 되거나, 혹은, 별도의 보험회사에 워런티 비용을 지급받기 위한 보험을 가입하게 됩니다.




2. 도대체 '내수'용과 '수출'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면서 왜 '원가' 이야기를 꺼냈느냐?


지난 2008년 환율이 1000원 수준을 어우르고 있을때,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에서 동시에 생산되던 한국 회사의 중형차가 있었습니다. 완전히 동일한 사양을 맞춰 놓고 보았을때 (다만 부품을 공급받는 부품회사의 위치나 조립되는 공장의 운영비용들이 다르겠죠?) 한국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제작비용' (개발비를 제외한 부품가격과 철강 비용 + 조립에 들어가는 비용만)을  100으로 놓고 본다면, 미국이 107~109 수준, 중국이 121~124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환율이 1120원 기준이었을때 동일한 모델의 부분 변경 모델 (각 공장별로 옵션과 사양간의 부품간의 수준 차이가 있습니다만,  적어도 사양상으로는 완전하게 동일한 차량을 만들수는 있었습니다.) 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본 결과 이 모델의 한국 '제작비용' 을 100으로 놓고 보았을때 미국에서는 105~107, 중국에서는 112~114 정도가 나왔습니다. 


얼렐레? 환율이 높아져서 미국 달러가 싸지면, 한국보다 미국에서 만드는 원가가 더 비싸져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질문이 나와야 할텐데요, 오히려 일부 부품의 '질' (quality) 그레이드가 낮아지고, 각 종장에서 현지 조달하는 부품의 공급량이 많아진데다가, 이 부품들을 공급하는 회사들도 이 부품의 원재료나 이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들의 글로벌화(?)와 다변화를 통해 오히려 그 만큼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외국에서 수입해와야 하는 원자재들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한국의 '기준가격'은 높아 졌구요.


그럼 위에서 언급했던 중형차보다 하나 적은 '준중형' 모델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2011년 1월 1일 기준 (당시 환율 1121원 기준)으로 동일 모델을 한국에서 만드는 '제작'비를 100으로 했을때, 동일 사양으로 (실제 엔진 배기량들에 차이가 있지만, 단순하게 눈에 보이는 '사양'만으로 계산 했습니다. 왜냐 하면 실제로 '제작' 비에 있어서는 엔진 배기량이나 이와 관련된 부품의 차이로 인한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미국에서 제작되는 차량의 가격은 103~105 수준에 불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환율이 내려 가면 내려 갈 수록 한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 순수한 원가는 싸지게 되는 것이죠.


글을 읽으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미국에서는 차값도 싸게 팔면서 안전과 관련된 부품에서 장난쳐서 내수 소비자를 우롱한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지도 모르겠는데,  제가 말씀 드릴려는 의도는 이겁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차량이라면 '원가' 때문에 안전을 우롱 한다.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완전히 다른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차량의 겉 보기나 모델명이 같다고 해서 이걸 같은 차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라는 겁니다.


한가지 대표적인 예로, 이곳 테드에서도 많은 분들이 타시는 모 독일회사의 C 세그먼트 차량을 놓고 이야기 해보죠. 

이 차량은 독일과, 멕시코, 중국, 남아공,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조립 됩니다. 같은 차량의 같은 엔진인데도 엔진블락도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4개의 각기 다른 공장에서 생산되고, 이게 전 세계에 공급됩니다. 그래서 이 차량의 엔진 코드를 뽑아보면 같은 엔진에도 엔진 코드가 최소 4~5개는 있습니다. 각 엔진이 조립된 공장마다 각기 다른 성분을 쓰는 바람에 매니폴드의 형상과 재질도 다르고 이와 관련된  ECU 캘리브레이션도 다릅니다. 


이 차를 놓고 보면 도대체 위에서 말씀 드린 한국회사의 모델처럼 '원가'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한달 차이를 두고 같은 공장에서 조립된 동일 사양 차량을 사왔는데 부품의 공급처가 같은 부품이 80% 수준입니다 결국 바꿔 놓고 말하면 이 회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장들과 하청 업체들을 유기적으로 이용해서 공장에서 원가 계산을 해 이득을 본게 아니라, '목표 원가'를 설정해 놓고, 환율이나 하청 업체의 사정에 따라 전세계의 하청업체들과 공장에서 만들어진 부품으로 어거지로 '원가'에 맞춘 차가 된겁니다.


이 차를 놓고 보면 지금 한국 매니아들이 분개(!)하고 있는 세이프티 빔의 갯수나 위치만 봐도 가기 각색입니다. 동일한 공장에서 만든 차량인데, 그 공장 기준에서 '내수'용인 차량에는 세이프티 빔도 앞 문짝에 하나씩, 이것도 그냥 '데코레이션'에 가까운 지름도 0.3인치 짜리... 반대로 같은 공장에서 '북쪽'으로 나가는 차량에는 세이프티 빔이 앞뒤로 두개씩, 지름도 0.5인치 짜리에 성분도 합금재질입니다.


이게 이름이 같고 겉 보기가 같은 차라고 해서 정말 같은 차일까요?


 




3.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의 중심'이 도대체 뭐냐?


지난 1년 반정도 꽤 많은 차량을 직접 '분해' 해 봤습니다. 우연찮은 기회로 몇개 자동차 회사들에 연구용 차량을 공급하는 일을 맞게 되었었는데, 이 회사들에서 '미국 현지에서 직접 분해/연구를 진행해줄 사람'으로 뽑아주게 되어서 동시에 두세군데 각기 다른 창고에서 멀쩡한 새차부터 3~4년된 자동차 까지 엔지니어들 몇명과 함께 특정한 부분을 중점 적으로 분해 해서 '리버스 엔지니어링' 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그 회사 연구소에서 필요한 '부품과 관련된 어셈블리등' 을 일일이 부품으로 개별적으로 구매 하기 힘든 경우에, 멀쩡한 새차를 사서 이 '시스템'만 별도로 동작 하게끔 만들어서 연구 지원 하는 일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몇번 해 보았던 일이, 담의 회사 차 뜯어서 '역으로 제작 원가 계산하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놓고 보면서, 자동차들을 보는 저의 시각도 조금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대표적인것들 중에 하나가 '생산지'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부품의 공급처'가 달라지면 실제로 겉보기에 같은 차량이라도 절대 '같은 차가 아니다' 라는겁니다.


하다 못해 같은 '생산지'에서 나온 차량도 최종 도착지에 따라 달라지는 부품의 수가 30~40% 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런 같은 생산 라인에서 다르게 사양을 만드는 것도, 사실은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실제 라인을 주의깊게 보신 분들이면 이해 하시겠지만, 현대식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컨베이어가 돌아가는 속도는 일정하게 정해져 있고, 이에 따라 각 스테이션 (라인에서 일하시는 한분 한분)에서 각 차마다 쓸 수 있는 시간도 일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사양이 너무 많이 차이나는 차들이 많아지면 라인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 하기 힘들기 때문에,  매일 매일 만드는 차량들의 사양을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생산 관리'에서 하는 주요 업무입니다. 그래서 왜 우리나라에서드 특정 사양으로 차량을 오더하면 '몰아서 만드느라' 몇주씩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구요.  


이걸 이번에 문제된 '세이프티 빔'과 같은 사양을 놓고 보자면, 그 사양을 하나 더 집어 넣는것이 전체 라인의 길이와 속도등에 나름대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혼용 생산을 하는건 Utilization 의 관점에서 보면 악몽에 가깝습니다. 만약 같은 라인에서 세이프티 빔 하나 짜리와 두개 짜리를 섞어가며 만들어야 한다면, 사실 그 세이프티 빔을 전부 다 집어 넣어 생산하나, 하나씩 빼나, '생산원가' 에서는 차이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세이프티 빔 하나 값이 몇백원 수준인데, 이로 인해 라인 속도에 차이가 나서 생산을 두세대 못할 수도 있거든요. 물론 실제로는 도어의 세이프티 빔은 메인 생산라인이 아닌 서브 라인에서 만들기 때문에 라인의 속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긴 합니다.하지만, 비단 세이프티 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밝혀지지 않은 차이점'을 놓고 이야기 해야 하기 때문에 들은 예입니다.  


지금까지  ㅂ ㅂ ㄷ ㄹ 이나 자동차 동호회등에서 이러한 '내수와 수출용의 사양 차이' (세이프티 빔, 에어백, 하다못해 하체 방청 까지...) 만 나오면 '원가 절감' 내지는 '차값 비교' 이야기가 나오는데, 위에서 이야기 했다 시피 그 단순한 사양 하나 바꿈으로 인해서 아껴지는 원가 보다는 '라인 전체의 속도와 생산성'을 놓고 각 차량의 '생산원가'를 비교하면 실제로 그러한 이야기가 못나온다는 거죠.


 

그런의미에서 또 다른 회사의 '준중형' 차량 이야기를 꺼내시는 분들도.. 제 기준에서는 좀 이해가 어렵습니다. 


가장 최근에 제가 직접 진행한 프로젝트는 아니고, 저와 같이 일하는 다른 회사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중에 하나가, 한국에서 먼저 발매 되고, 미국에서 얼마전에 발매된 이 '준중형' 차량을 분해 해서 비교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재미 있었던게, 실제로 차체를 제외 하고는 실내에 들어가는 와이어링 하네스의 위치나 커넥터의 종류도 다르고, 심지어 각 부품간에 통신하는 프로토콜 까지도 달랐으며, 부품의 공급처가 같은 부품이 전체 부품중에서 10~15% 수준을 유지 하는 차량을 가지고 한국에서는 이 사양이 없고, 미국에서는 있다 라고 말한다는게... 아주 어렵게 생각 되더군요.


바로 위에서 언급한 10~15% 수준의 '공유하는 부품'들은 사실 그 회사의 어느 차량들 끼리도 (구지 그 모델이 아니더라도) 호환이 가능한 부품들이었습니다. 즉, 그 회사의 차량이라면 그 모델이 아니더라도 공용으로 사용 할 수 있는 부품이었습니다. 


이 차량의 예를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왜 미국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커튼 에어백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옵션으로도 선택 못하냐?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걸 '생산'의 관점에서 놓고 보면, 미국에서는 '커튼 에어백'이 생산라인의 '스테이션'으로 들어가서 그만큼 생산 라인의 길이도 길어지지만, 반대로 한국에서는 아예 그 공장의 생산라인에 '커튼 에어백'과 관련된 '스테이션'이 아예 없기 때문에 옵션으로라도 제공을 할 수가 없게 되는겁니다. 


간단하게 에어백을 하나 더 다는게 아니라, 시트에서 나오는 사이드 에어백은 그나마 시트 아래의 하네스로 가는 전선에 꼽기만 하면 돼지만, 커튼 에어백은 에어백과 하네스, 그리고 이로 인해 천장의 헤드라이너와 A필러등을 조립하는 순서에서 최소한 2명의 인원이 추가 되어야 하고, 이로 인해 생산 라인의 길이가 그 스테이션 만큼 길어져야 합니다. 그러면 최소한 이 생산 라인에서 만드는 차량의 70% 이상이 이 사양을 선택해야만 스러한 스테이션을 추가 할 수가 있는데, 만약 한국 내수나 한국에서 만들어 지는 차량이 수출되는 마켓을 통틀어서 커튼 에어백의 선택율이 낮다면, 아예 그 사양을 그 생산라인에서는 삭제 하는 것이죠.


이러한 또 하나의 예는 위에서 이야기를 들었던 독일회사의 C세그먼트 예를 들어 볼까요? 이 회사의 독일 공장은 라인에서 그만큼 적응력이 길어서 상관 없습니다만, 멕시코 라인의 스테이션 갯수 때문에, 어느정도 이상의 사양이 장착된 차량은 생산할 수 없습니다.  독일에서 생산된 차량은 고성능 모델에 추가 에어백이나 4륜 구동등 각종 사양을 가득 담을 수 있지만, 멕시코에서 생산 되는 차량은 가죽 시트나 엔진/미션등의 기존 사양의 '업그레이드'된 사양은 가능해도, 추가적으로 '사양'을 담는건 불가능 하다는 거죠. 그래서 지난 세대 차량의 경우 스테이션 웨건은 독일에서 수입해오고, 세단 차량은 멕시코에서 만들었는데, 이 차량도 세단형 뒷문짝에 들어간 세이프티 빔 갯수나 구조와 스테이션형 웨건형 뒷문에 들어간 것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문의 힌지 모양을 변형하는 것으로 두 개의 동일한(?) 뒷 문짝은 호환이 안되게 만들었습니다. 힌지만 바꾸면... 두 문짝은 서로 완벽하게 호환 됩니다.  그때 과연 미국에서 이러한 차이를 알아 차린 사람이 몇명이었으며, 그걸 가지고 문제를 만들었었던 가요?




분명히 몇년전에 제가 지금 알고 있는걸 모르고 있던 기준에서는 저도 '수출'형과 '내수'형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자동차 관련 공부를 하면 할 수록,  그리고 그 와중에 새로운 일을 맡아서 또 새로운 시야를 넓히면 넓혀 볼 수록,  그렇게 단순하게 '성토'할만한 부분이 아니더란 말이죠..


지금처럼 '글로벌 화' 되어서 위에서 이야기 한 유럽 회사처럼 전세계의 여러개의 공장에서 그때 그때 환율 변화나 수요에 걸맞는 유기적인 '부품의 이동'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자동차가 하나의 '레고' 와 같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습니다.


지금 처럼 계속적으로 각종 매체나 인터넷등을 통해 '성토'는 이루어 져야 합니다. 다만, 이게 '마녀 사냥' 내지는 '이거에 실망해서 그 회사 차는 더 이상 안산다.' 식의 발언이 아니라, 왜 자동차 회사가 이러한 사양 차이를 만들게 했는지,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각종 법 규제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 (needs)를 통해 시장이 바뀌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와야 합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 볼까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지난 몇년동안 이야기 했던 HID(혹은 제논 헤드라이트) 이야기를 해보죠, 아직까지도 미국시장에서 제논 헤드라이트는 값 비싼 옵션입니다. 벤츠 E클래스에서도 지난 세대 모델까지는 제논 헤드라이트가 옵션이었고, 이마저도 AFS따위는 달려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지금도 벤츠 GL클래스 같은 차량들에서는 제논 헤드라이트가 옵션인데다가, 선택률도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소나타도 얼마전까지는 미국 생산품에서는 HID자체가 없었습니다. 


접이식 미러... 미국에서는 전동 접이식 미러의 필요성도 없을뿐 아니라, 차에 달려 나와도 평생 쓰는 적이 없습니다. 


반대로 충돌 안전 규정과 테스트 절차등은 거의 3년 기준으로 강화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 측면과 앞으로 추가 될지도 모르는 측면 45도 (다른 차량이 45도 기준으로 한쪽 모서리로 B필러를 향해 충돌하는) 시험등이라던가, 사이드 에어백을 앞다투어 기본 사양으로 만드는 것들 때문에,  이번에 이슈가 된것 처럼 측면을 별도로 보강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다시 말하면 어디 높은데 계신분이 '측면 추돌 당해서 가족중에 한분 돌아가시는 상황'이 일어나서 경을 치던지, 아니면 차량 구입하는 사람들이 사이드에어백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지거나, '세이프티 빔 갯수로 인해 그 차 안사고 마침 다른 회사에서 나는 세이프티 빔 두개 있다고 광고 하면서 그 회사 판매량이 확 높아 진다던지' 하는 변화가 있지 않는한... 이와 같은 '내수 와 수출 차별' 타령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고, 반대로 자동차 회사에서는 그냥 '쇠귀에 경읽기' 하는 수 밖에 없다는 거죠.


아주 엉뚱한 이야기 인데, 이번 현대 '아반떼' 미국 기자 시승회 하고, 실제로 딜러에서 '아반떼' 파는 셀링 포인트 중에 하나가 뭐냐면 '후석 열선 시트' 입니다. 기존에 뒷자리까지 열선깔아준 차가 손에 꼽을 정도고, 실제로 지난 10몇년 동안, 앞자리에라도 히팅 시트 깔아준 차량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BMW나 벤츠 같은 차량에는 당연히 열선시트에 통풍시트도 있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5시리즈(E60)에 통풍시트 장착한 차량은 전체 판매량의 0.3%뿐이고, 열선시트가 장착되지 않았던 차량도 20%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니 '리미티드'트림에 '뒷좌석 까지 열선' 기본으로 깔아 줬다는게 어떤 미국애들 한테는 '이거 럭셔리 선택 사양을 '덤핑' 때린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 입니다.  


흔히 미국에서 직수입 하려고 알아 보신 분들이 놀라시는게, 한국에서 팔리는 BMW 나 MB 등의 차량을 같은 사양으로 뽑으니 미국 딜러에는 그런 차량이 있지도 않아서 한국에서 사는것보다 훨씬 더 긴 3~6개월 기다려서 차 받을 수도 있고, 그렇게 옵션 넣어서 뽑아 봤자 가격 차이도 안날 뿐더러,  미국이나 한국에서 막상 중고차로 팔려고 보니 미국에서는 옵션 있으나 없으나 가격 차이도 없고, 한국에서는 '직수입'이라 가격 안나오더라... 하는 겁니다.


안전사양도 이러한 '옵션질'이나 '옵션 사랑' 처럼 소비자의 요구 (need)입니다. 더 이상 이런 사양 가지고 '원가 절감 하느라 이거 빼고 저거 뻈다.'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게된 제 상황에서 (이게 제가 자동차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해서가 아니라, 실제 '원가' 뽑아 보니 별 차이 없더라 라는 거죠...) 제가 해 드리고 싶은 이야기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