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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연재할 몇편의 글은 8기통 엔진에 대한 매력과 가치 그리고 해당 브랜드의 기술력과 브랜드 정체성을 대표하는 자존심으로서 어떤 특징이 있고, 어떤 느낌인지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해석입니다.
소개하는 엔진들은 거의 대부분 제가 직접 소유하고 있거나 복원 혹은 튜닝한 경험이 있으며, 성능의 최대치까지 충분히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아우디가 양산형 모델에 250마력 V8을 장착한 것은 1888년 D1 V8이라는 모델이 시작입니다.
3.6리터 엔진을 사용했고, 당시 BMW나 벤츠에서 8기통에 4밸브 엔진을 적용하기 직전이라 상당히 하이테크 였고, 큰 몸집의 이 차량을 DTM에 출전시켜 많은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습니다.

아우디가 기함레벨의 차량에 중점을 두고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는 큰 결심을 한 시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엔진이 D1에 1991년 4.2리터로 사이즈가 커지면서 280마력이 되었고, D2 2세대 기함급에 A8이라는 이름을 부여 받아서 4.2리터를 그대로 둔체 4.0트윈터보로 바뀌기 전까지 엄청나게 오랫동안 아우디가 사골처럼 활용한 엔진입니다.

D2에 V8 4.2는 크게 4가지 출력의 차이가 있는데 1995년부터 1999년까지는 4밸브 엔진을 사용해서 300마력으로 시작해서 310마력, 340마력, 360마력까지 진화하는데 2000년형부터는 5밸브 엔진이 적용되어 흡기 3개, 배기 2개의 밸브를 갖춘 전혀 다른 헤드구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D1은 당시 8기통에 수동이 있었는데, 전 자동변속기 모델을 타봤습니다만 엔진은 정말 부드럽습니다. 4.2도 그렇지만 구형 3.6이나 D3에 적용되었던 3.7, 4.2모두 엄청나게 부드럽습니다.
다만 엔진의 레스폰스가 느리고 좀 답답한 느낌인데다가 4단 자동변속기가 클러치 락업이 빨라 저속에서부터 낮은 회전수에서 직결감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묵직한데 뭔가 나오겠지 하지만 별 감흥없이 끝나는 그런 느낌이었지요.

D2 A8에 4.2가 되면서 이 무거운 느낌이 많이 가벼우졌지만 하이라이트는 5밸브로 바뀐 엔진입니다.
이 5밸브 엔진을 탑재한 320마력짜리 후기형 A8 4.2로 계기판 275km/h를 가볍게 마크했을 정도로 성능이 좋았고, 5밸브가 되면서 7000rpm을 돌릴 수 있게 되었지요.

이 엔진을 튜닝해 C5 S6, D2 S8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각각 340마력과 360마력이 되었고 S8에 실린 360마력 엔진이 초기형 MPI 4.2리터로는 가장 하이라이트입니다.

340마력짜리 S6와 S8은 알미늄 바디를 가진 S8의 특성상 실제 무게 차이가 없거나 S8이 오히려 가벼워 달려보면 S8쪽이 확실히 20마력 차이 이상으로 빠르고 고회전 특히 6000rpm이후 화끈하게 뻗어줍니다.

BMW가 가변 캠 타이밍 기구를 더블바노스로 구현한다면 아우디는 캠 어드져스터와 가변 인테이크로 중속과 고속을 보강합니다.

3000rpm부근에서 흡기 매니폴드내 플랩이 열리면서 공기의 경로와 흡입량이 달라지는데 D2 S8의 이 순간 토크가 상승하는 느낌은 터보엔진의 래그 이후에 치고 나가는 느낌과 매우 흡사할 정도로 강렬합니다.

그리고 4500rpm부근에서 캠 어드져스터가 작동해 고속캠 영역으로 들어가면 다시한번 회전이 가벼워지면서 7000rpm까지 시원하게 돌아줍니다.
진동이 전혀 없고 부드럽기는 12기통 부럽지 않지요.

BMW가 E38 740i에 적용한 4.4리터 유닛이 5800rpm레드존이었던 것과 비교해 S8은 7200rpm까지 돌려 레드존을 넘겨서도 도는 아주 매끈하고 멋진 엔진입니다.

토크감이 벤츠의 5리터 엔진과 비교해 좀 부족하고 사운드의 저음 부분이 약해 비트가 약한 엔진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알루미늄 엔진은 블럭의 내구성이 탁월해 아무리 빡세게 타도 압축이 떨어지거나 스크레치가 생기는 법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정밀한 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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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엔진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 직분사화되면서 B7 S4에 직분사 340마력으로 실리게 되었고, B8 S5초창기 모델에도 이 엔진이 실렸습니다. 물론 A8이나 심지어 C6 A6에도 직분사 4.2리터가 MPI엔진을 대체했습니다.

수동으로 독일에서 S5를 타본 적이 있는데, 고회전 특성이 뚜렷하고 매우 부드럽고 좀 여성스럽기는 하지만 당시 아우디가 만들던 V6 NA엔진들과 비교하면 레스폰스가 날카롭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딜레마는 직분사를 통해 얻는 소비자 Benefit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사운드가 MPI때보다 약하다는 점입니다.
직분사화 되면서 회전한도를 올리지도 않았고, 출력이 크게 오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괜히 연료계통만 복잡해져 고압펌프가 망가지는 이슈등을 안고 있었던 과도기적 엔진이라는 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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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 RS4에 RS모델 최초로 터보 대신 NA엔진을 싣고 8000rpm이상을 돌릴 수 있게 만들어 아우디가 고회전은 BMW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합니다.

같은 엔진을 드라이섬프화한 후 R8에 올리고, RS4는 웻섬프를 유지하면서 준중형 사이즈로서는 8기통 수동에 420마력 파워는 RS의 매력을 알리기에 충분했습니다.

RS4로는 B5때와 달리 웨건과 세단 동시에 출시했고, 역시 오버휀더를 가지고 있었고, 이 엔진은 좁은 엔진룸에 구겨 넣었으니 정비성은 별로이지만 역시 블럭의 내구성은 세계최강이라고 볼 수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비트가 잘 살아 있어 직분사 S4에 장착된 엔진이 RS4엔진 때문에 디튠된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4.2리터로는 꽃이라고 볼 수 있는 엔진입니다.

성능을 이야기하자면 E92 M3의 4리터 엔진이나 당시 경쟁했던 W204 C63의 6.2리터 엔진에 비해 보잘것이 없습니다.
사실 감성이 아닌 가속성능만 따지고 보면 경쟁 모델들에 비해 확실히 뒤쳐집니다.
그리고 단점은 가속패달을 밟았다가 놓았을 때 회전수가 천천히 떨어지는 것 때문에 가벼운 플라이휠로 바꾸고 매핑을 바꾸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이 요소가 운전의 재미를 떨어트리는 것이라 당시 아우디의 설계를 저 개인적으로도 이해가 안되긴 했었습니다.

지금 바로 2022년에 이 차를 모는 느낌을 말하자면 준준형 바디에 8기통 수동 고회전 엔진! 너무나 과분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M3보다 느린 것이 문제가 될 것이 없고, 가벼운 클러치 패달과 체인지레버는 운전이 쉽고 사운드가 일품이며,
B7 RS4는 핸들링 실력도 상당히 좋아 공도 와인딩에서 아우디 특유의 언더스티어도 심하지 않아 정말 즐거운 차입니다.

고회전도 2리터나 3리터와 4리터 이상은 완전히 다릅니다.
엔진이 작은데 고회전을 돌리기 위해서는 저회전에 대한 희생이 큰데 4리터쯤 되면 저회전에 대한 희생이 체감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4000rpm만 사용해도 너무 빠른데, 아직도 4000rpm을 더 돌리고도 남고 회전수는 올라갈수록 점점 힘이 강해지니 달리면서 든든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엔진을 그대로 초대 RS5에 올렸는데, 450마력으로 업그레이드되고 RS4때 보다 레스폰스와 고회전 파워가 눈에 띄게 보강되었다는 점입니다.

RS5의 4.2가 RS4의 4.2를 거의 완전한 형태의 스포츠 엔진으로 바뀐 그 시점이며 배기 음색도 많이 달라져 RS4와 비교하면 순정 상태의 배기사운드가 확실히 RS5쪽이 우렁차고 멋집니다.

가속테스트를 하면 30마력 차이가 아니라 80마력 차이 정도의 차이를 낼 정도로 달리기 실력이 E92 M3와 견줄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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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5 RS6에 4.2에 과급기를 장착해 450마력을 발휘하게 되었는데 RS6전용엔진입니다.
지금은 전용엔진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같은 블럭 같은 엔진에 부스트압차별로 여러 차종에 적용하지만 2003년 진짜 전용엔진을 RS6에 탑재한 것은 대단한 투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RS6의 정비성을 많이 말하는데 제가 엔진을 여러번 내렸다 올렸다한 경험으로 말하자면 제대로 정비해 놓고 타고 10만킬로에 한번 내린다고 생각하면 이 엔진만큼 매력적인 8기통 터보 엔진은 없다 입니다.

그 이유는 꽝터보 스타일로 도는 특성이 ECU튜닝을 하면 두드러지는데 7000rpm까지 정말 미친듯이 솟구치고 아무리 더운날 스포츠 주행을 해도 온도가 완벽하게 제어되기 때문입니다.
280으로 항속을 해도 오일온도가 100도 부근에서 올라갈 생각을 안하고, 오르막 와인딩을 아무리 과격하게 타도 오일온도가 변하는 것을 보기 어렵습니다.

이 엔진이 얼마나 뜨겁냐하면 2003년식 RS6는 엔진룸의 열을 차단하던 패드가 얇에 2004년식보다 실내로 엔진의 열이 좀 더 많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여름에 타고 나서 시동을 끄고 좀 있다가 다시 타면 지하에 세워둬도 실내 특히 다리쪽 공간이 후끈후끈합니다.
영사의 날씨 겨울에 스포츠 주행을 하면 희터를 켜지 않아도 전혀 춥지 않을 정도입니다.

터보차져의 내구성도 엄청난데다가 제가 세단으로 300이상을 가장 안정감 있게 달리는 차 베스트로 여전히 RS6를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즘 터보 엔진들이 터보차져 열관리 때문에 5단까지 잘 나가다가 최고속으로 가는 6단이나 7단 고회전에서 힘이 빠지는 현항이 두드러지는데 이 엔진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터보가 박살나는 한이 있더라도 엔진이 열 때문에 퍼질 일이 없을정도로 튼튼하고 5만킬로를 탄 엔진이나 18만킬로를 탄 엔진이나 블럭의 압축느낌이 동일할 정도로 스테미너가 좋은 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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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소형화되는 시점에 아우디가 8기통 4리터 트윈터보를 만든건 BMW와 벤츠와 짜고치는 고스톱일만큼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터보의 위치가 엔진 중앙으로 옮긴 것도 BMW 벤츠의 구성과 완전히 동일해 다른 점을 찾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 엔진의 등장은 아우디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벤틀리나 포르쉐, 람보르기니에도 나누어 주어야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전략형 엔진으로서의 의미를 가집니다.

C5 RS6때처럼 전용엔진이라는 개념은 이제 없어진 것이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모델에 적용을 시킬 것이냐만이 원가 개념에서 접근하다보니 폭스바겐 그룹에서 이 엔진은 거의 모든 고성능 모델에 탑재되는 표준 엔진이 되어 버렸습니다.

눈여겨 볼 만한 것은 C7 S6, S7에 이 8기통 4리터 트윈터보를 부여했다가 C8에서는 빼버렸다는 점인데, 그 이유 때문에 C7때의 S6나 S7이 RS6, RS7과 같은 블럭의 엔진을 사용하는 특혜를 누리게 된 영광스러운 모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부드럽기로 따지만 이 엔진은 전기차만큼 부드럽습니다.
사람들이 W12가 있지 않냐고 하는데, 사실 회전질감만 따지고 보면 W12보다 이 V8이 더 부드럽습니다.

소리도 안나고 회전하는 느낌이 아예없으며 터보가 터지기 직전까지 존재감이 정말 제로인 그런 엔진이지요.
부스트가 터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파나메라 터보나 람보르기니 우르스를 타보면 이 엔진이 얼마나 대단한 엔진인지를 쉽게 깨닫습니다.

이 엔진이 어떻게 보면 2세대 8기통 트윈터보 엔진이고 설계의 차이점은 직분사라는 점, 터보의 위치가 엔진 중앙 위쪽으로 올라왔다는 점 등인데 이로 인해 장점은 레스폰스 즉 터보 레그가 혁신적으로 줄었다는 점입니다.

스풀이라고 하는 그 느낌, 부스트가 안 걸리다가 걸리면서 치고 나갈 때가 정말 찰라입니다. 터보래그가 거의 없다는 점 그리고 밟았을 때 치고나가는 순발력이 굉장하다는 점은 C5 RS6때의 기다렸다가 꽝터보터지는 느낌과 다른 느낌입니다.

에피소드로는 W221 S600 514마력으로 RS7과 공도에서 붙은 적이 있는데, 가속패달을 오래 짓이기고 있으면 S600도 고속에서 RS7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빠르게 치고 나가는 편입니다.
문제는 중간에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가속할 때인데, 제가 뒤에서 엔진 특성 감안해 가속패달을 RS7보다 미리 전개해서 그 순간 거리를 좁혔음에도 불구하고 RS7가 부스트가 걸리자마자 튕겨 나가듯 멀어지는 모습을 입을 벌리고 구경했던 적이 있습니다.

절대 파워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앞차가 가속패달을 전개하는게 보이는데 그 이후 스풀이 되면서 튕길 때의 그 강렬함이 제가 거리를 좁히는 듯 하다가 순간적으로 멀어지니 정말 허무할 정도였습니다.

튜닝빨이라고 하면 8기통 엔진으로서 이 엔진만큼 경제적으로 튜닝할 수 있는 엔진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효율이 좋고 빠른 엔진입니다.
출력이 좋아도 빠르지 않은 엔진이 있는데 이 엔진은 정말 빠른 엔진입니다.

RS6, RS7에 비해 소형터빈을 사용하는 S6, S7에 터보차져의 내구성 문제가 있었고, 오일세퍼레이터 진공 문제 등이 있었지만 역시 블럭만큼은 정말 튼튼한 엔진으로 튜닝의 즐거움은 크고 부담은 적은 엔진입니다.\

개인적으로 듀얼클러치와 맞물리는것이 ZF자동변속기의 그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To be continued...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