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매력이 있는 다양한 이유중에 인물에 대한 묘사에서 전혀 다른 성격의 브랜드가 추구했던 방향성 그리고 그 회사를 이끄는 경영진들의 철학 등을 간접적으로 나마 볼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장면과 대사를 통해 강하게 기억 되게 합니다.

60년대의 레이스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영화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는 Race management의 특징들을 살펴볼 수 있는데, 우리는 흔히 레이스에서는 풀액셀로 달리고 최대한 강한 브레이킹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구 레이스에서는 차를 빠르게 모는 것 이상으로 차에 무리를 덜 주는 운전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몇 랩 달리다가 엔진이 과열로 작살이 나거나 브레이크 성능을 유지하지 못하면 빠른랩의 유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몇년전까지 적용되었던 F1의 피트인 후 재급유를 예로 들자면 1스탑으로 할 것인지 2스탑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타이어의 마모나 연료 사용량 등을 감안해서 무조건 격한 배틀 붙고 100%페이스로 달리는 미련한 경기를 지양했던 것처럼 과거에는 여기에 엔진에 대한 변수 그리고 지금의 제동능력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종합적인 브레이크 성능등이 이슈였을 것입니다.

7000rpm을 상당히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7000rpm자체가 대부분의 레이스카의 한계라서가 아니라 당시에 그런 높은 회전수를 오랜시간 사용했을 때의 엔진의 내구성이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켄 마일즈가 르망 직선에서 페라리의 머신과 나란히 달리면서 가속패달을 좀 더 밟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동일한 고민을 페라리 드라이버도 하는 것을 보면 당시 레이스 머신의 물리적인 최고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즉 어떤 조건에서 최고속을 찍을 수 있다해도 엔진이 얼마나 빈번하게 그런 높은 속도를 견딜지 예측이 매우 어렵고, 직접 머신을 조정하는 드라이버의 차와의 긴말한 교감을 통해 망가지지 않는 한도와 한계에 걸쳐진 정교한 운전이 요구되었을 것입니다.

요즘 레이스카들은 OBD를 통해서 수집되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통신망을 타고 본부의 컴퓨터로 전송합니다.
실제 냉각수온이나 유온뿐 아니라 타이어의 온도 등등 수많은 데이터를 관제에서 알 수 있고, 운전자에게 전달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요즘 차들은 rpm리미터가 너무 견고하게 작동할 뿐 아니라 레이스 중 최소한 회전수를 얼만큼 쓸지를 고민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과거에 그런 장비가 없이 그져 출발선을 일정간격으로 지나치지 않으면 자기 팀 머신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해야했던 시절에 드라이버가 갖춰야할 차와의 아나로그적인 소통과 이를 통해 내려야할 판단력의 크기는 어마어마한 것이지요.

엔진의 정밀도가 떨어졌을 것이고, 연료분사나 온도에 대한 제어 역시 컴퓨터 제어가 없던 시절이라 이러한 미세한 조절을 해야했던 미케닉의 감각과 기온 습도 등을 감안해 나름의 최적포인트를 찾으려는 노력도 지금처럼 엄청난 빅데이터를 통한 결정이 아닌 매우 인간적인, 어떻게 보면 다분히 원시적인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현재의 F1은 20시즌을 기준으로 4개의 엔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엔진으로 5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14년도 V8 2.4리터 엔진에서 V6터보로 바뀌면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는데, V8 2.4리터에 18,000rpm을 사용하던 때는 8개의 엔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F1에서 엔진블로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내구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말할 것도 없는데, 2006,7,8년 시즌 제가 한창 F1에 심취했을 때 경기중에서 감독이 드라이버에게 회전수의 사용을 줄이나 페이스를 낮추라는 명령이 잦았습니다.

18,000rpm을 모두 사용하는 것과 조금이라도 낮게 사용하는 것이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레이스의 긴 시간을 고려했을 때 분명 같은 엔진으로 2경기 이상을 사용해야하는 시즌경기를 감안하면 드라이버들이 차를 다루는 것 못지 않게 차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과거의 F1에서 더욱 더 돋보였습니다.

그보다 50년이나 이전에 벌어진 레이스에서 머신이 320km/h를 넘나드는 조건이라면 머신이 갖춘 조악한 안정성과 달리다가 빈번하게 엔진블로우와 타이어 펑크 그리고 화재를 비롯해 온갖 위험한 상황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레이스 환경속에서 24시간을 달려야할 때의 스트레스와 고뇌는 상상을 초월할 내면적인 고통과 긴장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본 누구나 멋진 사운드와 실감나는 레이스 장면에 매료되었을 것이지만 실제로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질문을 던질만한 부분에 대한 제 나름의 해석이었습니다.

천재 드라이버들의 비극적인 운명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병상에서 수년째 일어나지 못하는 마이클 슈마허와 작년 타계한 니키 라우다 등 앞으로 우리가 살면서 영화속에서 보고 싶은 영웅 수준의 드라이버들이 안전하게 레이스를 하고 은퇴후에도 건강히 오래 건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좋은 영화를 통해 그들을 자주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