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롤 헤드(petrol head)'로서 자동차 영화인 '포드 v 페라리'를 안 볼 수 없었습니다.
 

다만 포드와 페라리 머쉰의 특징이 대략 예상되고, 영화에서 페라리가 어떻게 그려질지도 대략 예상되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 설레임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포드 v 페라리'는 미국 대중 자동차 메이커인 '포드'와 이탈리아 스포츠카 메이커인 '페라리'가 1964년부터 1969년까지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에서 격돌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movie_image1.jpg



이 스토리는 제가 일전에 V8 엔진에 대한 글을 쓰면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https://www.testdrive.or.kr/boards/4151559


V8 연주(E39 M5) - TRS 인스펙션 이후(2)
V8 연주(E39 M5) - TRS 인스펙션 이후(2)




바로 위 글의 중간쯤에 있는 부분으로, 아래에 인용한 부분입니다.
 

"V8에 대해서는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메리칸 V8과 벤츠로부터 각인된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두 차종이 전통적으로 V8의 대명사였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 V8의 경우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카체이스 씬에서 흔히 보여 준 모습 – ‘V8 경찰차가 교차로의 90도 코너에서 마치 차가 전복될 것처럼 롤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을 훤히 다 드러낸 채 코너 바깥으로 차 전체가 미끄러지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때 꼭 휠 캡이 하나 떨어져 나갑니다. 여기서 그 휠 캡은 알루미늄 휠의 휠 허브에 씌우는 휠 캡이 아니라 스틸 휠 전체를 씌운 휠 캡입니다.)’- 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영화 ‘불릿’에서도 V8 머스탱과 V8 차져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마찬가지로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이 때 V8의 액션은 저음의 엔진·배기음과 허둥대는 차체 및 휠스핀을 일으키는 타이어로 인해 ‘비효율’, ‘힘은 세지만 빠르지는 않은’ 이미지가 각인되게 되었습니다.


 

오일쇼크와 환경규제 이후의 아메리칸 머슬 엔진의 형편없는 배기량 대비 출력도 이러한 이미지를 강화시킨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제는 아메리칸 V8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헤리티지를 존중합니다. 일례로 머스탱이 전통적으로 채택했던 리지드 액슬도 드래그 레이스에서 강점이 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고, 미국의 도로환경 – 직선이 많고 진입가속과 장거리 크루징이 중요한 환경 – 을 생각하면 그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보다 좀 더 윗세대라면, 포드 GT40이 르망 24시에서 페라리를 제압한 일이나 오일 쇼크·환경규제 이전 아메리칸 머슬의 엄청난 출력을 겪었으니 아메리칸 V8에 대해 저와 다른 이미지를 가졌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제 청년기가 아메리칸 V8의 침체기였던 것으로 봐야겠습니다."




 

바로 위와 같은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페라리 엔진과 아메리칸 V8 엔진에 대한 나름의 기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도 대략 어떤 느낌일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포드 GT40은 '고배기량·(상대적) 저회전·고토크' 엔진, 페라리는 '저배기량·(상대적) 고회전·저토크' 엔진일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상은 영화 전반에 걸쳐 여러번 등장하는 캐롤 쉘비의 대사 "seven thousands rpm..."과 포드 GT40과 페라리 머신의 각 RPM 게이지(GT40은 7천 rpm부터, 페라리는 8천rpm부터 레드존)를 잠깐 비추는 화면을 통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 7리터 V8(포드) v 4리터 V12 하이캠(페라리)
 

영화를 보기 전에 두 차의 제원을 찾아 보지는 않았고, 위와 같은 예상을 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제원을 찾아 보니 다음과 같이 예상과 맞아 떨어지는 제원이었습니다.


 

  

1966 Ford GT40 Mk 2 1966 Ferrari 330 P3
엔진 형식                   V8                  V12
배기량                6,997㏄               3,967 cc
보어 X 스트로크      77.0 mm x 71.0 mm
최대출력     485 bhp @ 6,200 rpm     420 bhp @ 8,000 rpm
최대토크         475 lb ft @ 4,000 rpm
중량                1,216 ㎏                  792 kg
마력당 중량비              2.50 kg/hp                1.88 kg/hp
리터당 마력           69.31 bhp/liter              106 bhp/liter
0-100km/h                  4.3초
최고속도            320-330㎞/h                310 km/h



 

제원을 보면 포드 GT40은 우선 배기량이 '7천cc'입니다. 7천cc.


 

6천cc도 아니고, 7천cc라니..

항상 이런 식이죠. 아메리칸 머슬은.


 

터보, 하이캠 이런 것 없습니다.

대신 배기량을 높게 잡습니다.

(터보차져 대신 수퍼차져는 사용합니다. 터보와 달리 랙이 없고, 자연흡기처럼 리니어한 반응을 보여주면서 토크를 올려 주기 때문에 수퍼차져를 선호하죠.)


 

그리고 역시 'V8'입니다.

아무리 배기량이 커도 V12가 아니라 V8이죠.


 

V12가 아닌 V8을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선 V12의 경우 실린더 개수가 많은 만큼 고도의 기계적 정밀성이 필요하고, 한 뱅크가 직렬 6기통이므로 크랭크 섀프트의 길이가 길고 따라서 그 강성 확보가 문제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같은 배기량일 때 기통수가 많아지면 실린더당 배기량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 경우 다기통 엔진이 진동이나 정숙성에서는 유리하지만 토크 면에서는 다소 불리하게 됩니다.


 

한편 배기 사운드의 경우 직렬 6기통은 다소 맹한 소리가 나고, V8은 두둥거리는 비트가 특징이며, V12는 직렬 6기통 엔진 두 개를 붙여 놓은 형식이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직렬 6기통과 유사하다고 느껴집니다. 같은 형식의 엔진이라도 배기 세팅을 통해 사운드에 변화를 줄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성향은 위와 같다고 보입니다.


 

3.2리터 직렬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가진 BMW E46 M3의 배기 사운드는 아래와 같이 비트가 거의 없고 다소 막힌 듯한 사운드입니다. 참고로 같은 6기통이라도 직렬 6기통과 V6의 배기 사운드는 매우 다릅니다. V6의 경우 뱅크가 두 개이다 보니 화음처럼 오로롱거리는 사운드가 나옵니다.

https://youtu.be/rkl4aOuyRvk




 

5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가진 포드 머스탱의 아래 사운드는 역시 비트와 중저음의 톤이 특징입니다.

https://youtu.be/x_L4wQveKBo


 

미국인들은 할리 데이비슨처럼 두둥거리는 비트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강한 토크를 기반으로 빠른 정지가속 후 저암피엠으로 크루징하는 운전 패턴을 가지고 있죠. 이것이 바로 고배기량 V8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다운사이징의 여파로 메르세데스 벤츠 AMG도 배기량이 줄어 들고 직렬 6기통 AMG도 존재하지만, AMG의 정체성이 가장 강했을 당시의 엔진을 보면, W220 S55 AMG는 V8 5.5 수퍼차져, W220 S600은 V12 5.5 바이 터보였습니다. 그 후대 모델의 경우에도 W221 S63 AMG는 V8 6.3 자연흡기, W221 S600은 V12 5.5 바이터보였죠. 즉, 배기량이 5.5리터로 동일한데도 AMG는 V8, 일반 모델은 V12이고, 심지어 배기량이 더 큰 6.3리터의 AMG는 V8, 배기량이 더 작은 5.5리터의 일반 모델은 V12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V8이 V12보다 '박력'(사운드와 토크)에서 앞서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벤츠 S600은 럭셔리 비지니스 세단이므로 배기 사운드를 철저히 막아 놓은 세팅이라 배기 사운드를 느낄 수 없지만, 자연흡기 V12 6.0 엔진을 가진 W140 S600의 배기 튜닝한 사운드를 들어 보면 완전한 하이톤 사운드로, 비트가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W221 S600을 몰아 본 기억으로도 (순정이기도 하고 터보엔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트는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6리터 V12 자연흡기 엔진을 가진 벤츠 W140 S600의 배기를 튜닝할 경우 아래와 같은 하이톤 사운드가 터져 나오고, 거기에 비트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https://youtu.be/9zZcAJ-NEKo



 

반면 V8 엔진은 어떤 엔진이든 순정의 막힌 사운드를 틔워 주면 어김 없이 특유의 비트가 드러나고, 중저음의 톤을 들려 줍니다.


 

위 벤츠 W140 S600의 하위 등급 모델인 S500은 5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가지고 있는데, 아래와 같이 역시 V8 특유의 비트를 품고 있습니다. V12와는 너무도 다른 사운드입니다.

https://youtu.be/vnMYWDqhBQc




 

5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가진 BMW E39 M5도 순정 배기 사운드는 아메리칸 머슬에 비해 비트가 매우 약하지만 배기 튜닝시 아래 영상과 같이 비트가 살아 납니다.

https://youtu.be/9EsNtRXnYbE

https://youtu.be/oTpiwNI-6C4




 

다만 페라리 F355의 경우 V8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5밸브, 저배기량, 짧은 배기라인, 8천 알피엠 이상에서 최고출력을 뿜어 내는 하이캠 등의 이유 때문인지 아래 영상과 같이 V8답지 않게 매우 하이톤의 사운드를 뿜어 냅니다.

https://youtu.be/jchd1Sj6PsM

참고로 페라리 F355는 배기량이 3.5리터밖에 안 되는데도 직렬 6기통이나 V6가 아닌 V8입니다. 원래 엔쵸 페라리는 "V12가 아니면 진정한 페라리가 아니다."라고 했을만큼 다기통을 선호했고, 이 때문에 V8 엔진을 가진 페라리는 '리틀 페라리'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영화 속 페라리 머쉰인 330 P3는 4리터 V12엔진으로, 8천rpm에서 420마력을 발휘합니다. 포드 GT40이 6,200rpm에서 485마력을 발휘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초고회전형 엔진입니다.
 

이쯤 되면 영화를 보기 전에도 포드 GT40과 페라리 머쉰이 각기 어떤 모습일지 예상이 됩니다.
 

한마디로 포드 GT40은 토크풀한 고배기량 V8에 비트와 중저음의 사운드를 뿜어내는 엔진, 페라리는 고회전형 V12에 하이톤의 사운드를 뿜어내는 엔진일 것이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출력을 올리는 방법은 결국 토크를 올리거나 회전수를 높게 쓰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출력 = 토크 X 회전수이기 때문이죠.
 

토크를 올리는 방법은 배기량을 올리거나 과급(터보차져, 수퍼차져)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회전수를 높게 쓰는 방법은 하이캠을 쓰는 것입니다.
 

결국
포드 GT40은 아메리칸 스타일대로 배기량을 올린 것이고,
페라리는 페라리 스타일대로 회전수를 높게 쓴 것이죠.


 

고회전형 엔진의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8천 알피엠 이상을 돌릴 수 있는지 여부, 좀 더 엄밀히는 최고출력 발생지점이 8천 알피엠 이상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으로는 BMW E60 M5도 8천 알피엠 이상을 돌릴 수 있는 엔진이지만 최고출력 발생지점이 7,750 rpm이기 때문에 제 기준으로는 진정한 고회전형 엔진이 아닙니다. 즉, 8천 알피엠 넘게 엔진을 회전시킬 수는 있지만, 7,750 rpm이 지나면서 출력은 오히려 감소하게 되므로, 8천 알피엠 이상의 회전수가 크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요. 8천 알피엠 이상에서 최고출력이 토출되는 혼다 S2000, 페라리 F355, BMW E92 M3가 진정한 고회전 엔진입니다.


 

포드 GT40의 레드존은 배기량에 비하면 다소 높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반 양산차량과 비슷한 7천 알피엠입니다.


 

영화에서 캐롤 쉘비가 'seven thousands rpm'이라는 대사를 여러번 하는데, 바로 '차를 극한까지 밀어 붙인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입니다. 그러나 8천 알피엠이 레드존인 페라리 입장에서 보면 7천 알피엠은 극한의 영역이 아닙니다.


 

포드 GT40과 맞선 페라리 머신의 계기판을 잠깐 비춘 화면에는 레드존이 8천 알피엠으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포드와 페라리)은 아주 예전부터 이미 그렇게 엔진을 만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포드는 '고배기량 V8'을, 페라리는 '8천 알피엠을 돌리는 고회전 엔진'을.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포드 머스탱은 5.0 V8(퓨얼 컷 7천 알피엠 부근)이 스탠더드 모델이죠. 여기에 튜닝한 모델은 수퍼차져를 더한 '쉘비' GT500(영화에 나온 캐롤 '쉘비'의 그 쉘비입니다.).


 

그러나 포드도 간혹 고회전형으로 튜닝하기도 합니다. track enthusiast를 위한 쉘비 GT350R이 그것이죠.
 

https://youtu.be/hnsf0xL0YyA
 

쉘비 GT350R은 7,500rpm에서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5.2리터 V8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Voodoo 엔진)을 탑재했으며, 이 때문에 저회전에서는 오히려 5.0리터 V8 엔진(Coyote 엔진)을 탑재한 머스탱 GT보다 힘이 없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이는 하이캠 엔진의 특성이죠. 토크밴드를 고회전대로 이동시켜 출력을 올리는 하이캠 엔진의 특성상 저회전 토크가 희생됩니다.




 

https://youtu.be/IA0Xy2Fkdag

몽환적인 음악과 함께 "나쁜 뉴스는 저회전에서 스탠더드 머스탱 GT보다 힘이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것이고, 힘을 느끼기 위해서는 엔진 회전수를 올려야 한다.", "그렇지만 좋은 뉴스가 있는데.. 그저 엔진 회전수를 올려라!(Do that! Just do that!)"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Voodoo'[부두교의 주술(呪術)]라는 이름처럼 마력(魔力)을 가진 고회전 엔진에 취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I need this in my life."라고 되뇌이며 끝냅니다. 고회전 엔진이란 그런 것입니다.


 

2. 미국(포드) v 유럽(페라리)
 

미국은 인치, 피트, 마일 등 미국 이외의 세계와 다른 단위를 사용하고, 풋볼도 미국 이외의 세계와 다른 풋볼을 합니다.


 

레이스도 오벌 트랙을 수백바퀴 도는 나스카나 직선 주로에서 정지가속을 겨루는 드래그가 일반적입니다. 각이 큰 급코너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F1 레이스와 비교하면 핸들링의 정교함이 필요하지 않은 대신 내구성과 높은 출력이 필요한 레이스입니다.


 

이런 토양에서 생산된 미국 차가 유럽의 레이스인 르망 24시에 출전한다?


 

여기에는 무언가 계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헨리 포드 2세가 엔쵸 페라리에게 모욕을 당한 것이 그 계기로 나오죠.

[엔쵸 페라리에게 모욕을 당한 또 한 사람으로 람보르기니의 창업자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있습니다. 트랙터 사업을 하던 페루치오가 자신의 페라리 차량의 문제점을 엔쵸 페라리에게 말하자 페라리가 "트랙터나 만지는 놈이 뭘 안다고 까부냐(You know how to drive tractors. But you'll never learn how to drive a real Ferrari.)"고 모욕하였고, 이에 크게 자극받아 페라리를 꺾을 스포츠카를 만들기 위해 람보르기니를 설립하게 되었죠. 참고로 이 영화에서도 괴팍한 성격의 켄 마일스가 정비소에 찾아 온 손님에게 "이 차는 스포츠카다. 알피엠을 높게 사용해야 한다. 당신은 스포츠카를 몰 줄 모른다."며 모욕하는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이런 일은 오래되지 않은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쯤 "직발만 좋다."는 비아냥을 듣던 아메리칸 머슬인 바이퍼, 콜벳, 머스탱 등이 서킷 사양으로 튠한 후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달려 랩타임 기록을 갈아 치웠던 일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전에는 닛산 GT-R R35가 포르쉐 911 터보의 기록을 갱신하여 화제가 되던 시절이었죠. 한마디로 독일, 일본, 미국 스포츠카들이 자존심 경쟁을 하던 때였는데, 위 나라들은 모두 2차 세계대전 참전국들입니다.


 

영화에서도 "포드가 유럽과 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는 헨리 포드 2세의 대사로 2차 세계대전에서 서로 적국으로 싸웠던 기억이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또 하나 2차 세계대전의 냄새를 풍기는 점은 '미영 합작'입니다. 유럽 레이스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유럽 스타일 섀시가 필요했기 때문에, 포드 GT40은 영국제 차체(Lola사의 차체)와 미제 엔진(포드 Galaxie의 7리터 V8 엔진)의 결합으로 탄생했습니다. 또한 포드 GT40을 개발하는데 큰 공을 세우고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사실상 우승한 레이서 켄 마일스는 영국인이고, 포드 GT40 프로젝트를 맡은 캐롤 쉘비는 미국인입니다. 영화에서 캐롤 쉘비가 타고 다니는 쉘비 코브라도 영국제 차체에 미제 엔진을 장착한 차였죠.
 


 



3. 실용주의(포드) v 심미주의(페라리)


 

이 영화에는 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미인대회에 나온 것이라면 우리는 탈락이다."


 

켄 마일스가 미끈한 디자인의 페라리 머쉰을 보면서 한 말이죠.


 

이에 대해 캐롤 쉘비는 "아름다운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대꾸합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나온 페라리 머쉰 스타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모든 모델을 통틀어 전체적으로 봤을 때 페라리 디자인이 아메리칸 머슬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죠.


 

위 장면은 미국인들의 실용적인 모습과 이탈리아인들의 심미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페라리 F355에 대해 "더 빨리 달리는 스타일로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들의 스타일을 고수했다."는 평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멋'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죠. 수트의 경우에도 이탈리안 스타일은 어깨선이 부드럽고 전체적인 핏이 슬림한 반면, 아메리칸 스타일은 이탈리안 스타일과 다르게 매우 실용적인 박스 스타일입니다.


 

한편 영국인들은 같은 앵글로 색슨이면서도 미국인들과 다소 다른데, 이탈리아 외에 페라리를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나라가 영국(그 다음은 일본)이라고 본 기억이 있습니다(이것은 1990년쯤의 기준이고, 중국 시장이 성장한 현재는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영국인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쾌락을 추구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죠.


 



4. 비트 사운드(포드) v 하이톤 사운드(페라리)


 

영화는 V8 7.0리터 포드 GT40의 '뚜뚜뚜'하는 V8 비트 사운드와 페라리 머쉰의 하이톤 사운드가 엉킵니다. 그리고 포드 GT40은 7천 알피엠에서 변속하고, 페라리는 8천 알피엠까지 알피엠을 계속 올리죠.


 

영화를 보고 V8 사운드에 매료되신 분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V8은 중저회전에서 여유 있게 크루징하면서 나오는 사운드(두. 두. 두. 두. 둥.)가 본질적인 매력이라고 느낍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레이스하면서 풀알피엠을 쓰고 풀액셀할 때 나오는 (하이캠 아닌) V8 사운드는 비트 사이의 간격이 줄어 든 '망치로 쇠를 때리는 사운드'(뚜뚜뚜뚜뚱)로 들리는데, 제가 선호하는 사운드는 아닙니다.


 

레이스는 극한까지 쥐어짜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레이스에서는 초고회전을 쓰는 엔진 사운드를 선호합니다. 8천 알피엠을 넘어서 맹렬하게 회전하는 엔진은 '혼신의 힘을 다 해 달린다.'는 느낌을 전해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8천에서 1만 알피엠 사이의 사운드를 좋아하고, F1 머쉰 같은 1만 알피엠 이상의 사운드는 너무 가늘어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래는 1991년 르망 24시 우승 차량인 마쯔다 787B가 2011년 프랑스 사르트 서킷에서 우승 20주년 기념 데모 런을 하는 장면으로, 1만 알피엠까지 회전하는 로터리 엔진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여러 대의 머쉰 사운드가 엉켜서 8천 알피엠 사운드가 희석되었지만, 아래 영상은 단독 주행을 한 것이기 때문에 깨끗한 8천 알피엠 오버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hLw-IforMY8


 

아래 영상에서는 코너에서 연달아 힐앤토 레브매칭하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sxXtpMngivM



 

5. 포드 v 페라리 승자는?


 

영화는 포드 GT40이 페라리를 누르고 4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을 알리며 막을 내립니다.


 

광활한 땅에서 태어난 탓에 접히지 않는 사이드 미러와 큰 체구를 가졌으며, 크루징과 정지 가속에 특화된 고배기량 V8 엔진에, 정교한 핸들링과는 거리가 먼 섀시를 가진 아메리칸 머슬은 사실 유럽 레이스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입니다.


 

그러나 과거 종종 그러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어떤 계기가 생기면 유럽식 세팅을 한 후 유럽 레이스에 참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또다시 포드가 페라리를 제압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페라리가 가진 이탈리안 특유의 열정과 과장된 유쾌함이 좋습니다.


 

아래 영상의 두 이탈리안과 페라리처럼 말이죠.
 

https://youtu.be/fU48yWje8CM


 

https://youtu.be/KnY6aGFYXKY



 

"This is the magia마법, 마술, 매력, 매혹 of Ferrari, people laugh, people have a smile! People laugh. Everyone smile. They just thumbs up. They want to hear the engine. This is the Italian's passion for cars. This is your will, Enzo, this is your will! You make people happy. And this is very important."


 

"Thank you~ Enzo Ferrari!"
 

"Everyday is christmas!"
 

"Happy new year!"
 

"Beethoven"
 

"Chopin"




사람들을 미소짓고 행복하게 만드는 페라리가 승자 아닌가 싶습니다.


페라리를 보며 미소짓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을 엔쵸 페라리에게 보여 주며 말하고 싶습니다.

 

"This is your win, Enzo. This is your win."

(이것이 당신의 승리입니다, 엔쵸 페라리. 당신의 승리입니다.)
 



PS. 사람들이 페라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만든 이(엔쵸 페라리)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지독하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기 일의 매니아.
 

PS. 개인적으로 사운드는 페라리 F355의 고회전 사운드를 선호하고, 하이캠 아닌 V8은 저회전 비트가 매력 포인트라고 느낍니다.


 

PS. 광활한 미대륙에서 장거리 주행을 할 때에는 아메리칸 V8이 제격이라 생각합니다.



 

PS. 1987년에 데뷔한 페라리 F40은 엔쵸 페라리(1898-1988)의 유작입니다. 엔쵸 페라리가 직접 만든 마지막 페라리이죠(“This is the last car made by Enzo Ferrari”).



 

참고로 엔쵸 페라리보다 1살 더 살고 죽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페루쵸 람보르기니(1916-1993)91세에 사망한 엔쵸 페라리보다 14년 적게 살고 77세에 사망했습니다. 람보르기니가 생존 당시 위와 같이 호언장담했던 인터뷰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In 1987, only to think to make a car like this you’re in another world, you have another mind, you’re a dreamer, you’re a genius.”

1987년에 엔쵸 페라리는 오직 이 같은 차(F40)를 만들기 위한 생각에 골몰했고, 그 때 그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있었고, 다른 마인드를 가졌으며, 꿈꾸는 자였고, 천재였습니다.

 

 

“Enzo Ferrari has passed away by making the greatest car of his company, definitely!”

엔쵸 페라리는 (말년에) 그의 회사에서 가장 위대한 차(F40)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 해 하얗게 불태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Dreams are very important in the life.. and this is a dream.”

꿈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것(F40 혹은 F40을 타고 있는 것)은 꿈입니다.



 

엔쵸 페라리의 유작인 F40을 몰고 거리에 나서자 옆 차 운전자들이 전부 미소 지으면서 엄지를 치켜 세우고 사진을 찍으며, 엔진 소리를 들려 달라고 손짓합니다. 또한 앞 차 운전자들은 뒤쪽 멀리서부터 들려 오는 페라리 사운드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페라리를 찾습니다(F40에 뚜비 머플러를 장착했다 하더라도, 사운드가 멀리 퍼져 나가는 점에서는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인 F355가 터보 엔진인 F40보다 더 하다고 보입니다). 이에 대해 스테파노는 이것은 페라리 F40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하죠.

 

 

사람들의 이러한 행동을 본 후 스테파노는 엔쵸 페라리의 유작인 F40 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This is your will, Enzo. This is your will!”

 

 

이 말은 F40이 엔쵸 페라리의 유작이라는 점에서 이것이 당신의 유언입니다, 엔쵸. 이것이 당신의 유언입니다.” 혹은 뒤에 나오는 “You make people happy.”를 감안하여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엔쵸 페라리의 바람이었다는 뜻에서 이것이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엔쵸. 이것이 당신의 바람입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이 말을 할 때 스테파노의 감성 어린 표정을 보십시오.

곧이어 “Thank you Enzo.”라고 합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예술입니다.


 

엔쵸 페라리는 예술가이고 그의 차는 예술작품입니다.

그는 사업가이기 전에 레이서였고, 레이싱을 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양산차를 제작했습니다.

 

 

예술가는 비범한 천재이고, 영감을 가지고 있죠.

 

 

이러한 예술가에게는 귀족이나 재력가의 후원이 필요합니다.

페라리가 매우 비싼 차이고, 주로 귀족이나 재력가가 소유하는 것은 예술가에 대한 후원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작품은 꼭 내가 소유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작품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며 감상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하여 자동차를 대중화하였고, 그 덕에 우리가 자동차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사업가 포드도 이 세상에 큰 공헌을 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PS. 페라리 F40은 독일 스포츠카인 포르쉐 959에게 빼앗긴 최고속 기록을 탈환하기 위해 만들었고, 페라리 F355는 전작인 F348이 일본 스포츠카인 혼다 NSX에게 밀리자 NSX를 잡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엔쵸 페레라리는 열정과 고집, 자존심과 근성의 거장입니다.



 

PS. 제가 볼 때 아메리칸 머슬은 나름의 멋과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굳이 유럽 스타일을 모방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유럽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인지, Matt Farah는 팩토리 사양이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에 트랙용 세팅인 쉘비 GT350R을 트랙에서 몰면서 “SVT가 정말로 정말로 우리가 항상 만들기를 원해 왔던 머스탱을 만들었다.”, “20만 달러 이상의 이탈리아나 영국 수퍼카들을 위한 기술을 사용한 엔진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묘하게도 쉘비 GT350R이 달리는 트랙에는 “FerrariSiliconValley.com”이라고 커다랗게 쓰인 간판이 있고, 쉘비 GT350R이 그 아래로 질주합니다. 그리고 옆에는 성조기가 나부낍니다.



 

PS. E46 M3(2000-2007)가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는 영상의 촬영일자는 2019. 4., E39 M5(1998-2003)가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는 영상의 촬영일자는 2014, 마쯔다 787B(1991)가 사르트 서킷을 달리는 영상의 촬영일자는 2011, 페라리 F355(1994-1999)의 영상 촬영일자는 2016년 및 2017. 7. 30.이며, 페라리 F40(1987-1992)의 영상 촬영일자는 2014년입니다.

 
 


 

차량 제작 연도와 영상 일자를 비교해 보십시오.

명차란 이런 것입니다.

 



 

PS. 영상의 BMW E46 M3, BMW E39 M5, 쉘비 GT350R, 마쯔다 787B, 페라리 F40 모두 수동입니다. 페라리 F355F1 기어인데, 마르케티노가 자신은 수동을 더 선호하며, 수동이었으면 더 좋았겠다고 하고, F40을 몰면서는 페라리 수동기어에 대해 극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