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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변속기가 자동변속기에 비해 운전의 편의성을 제외하고 모든면에서 우위에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80년대나 90년대초반에는 5단은 커녕 4단 자동변속기도 귀하던 시절이라 3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로얄시리즈나 스텔라 등의 차들이 굴러다니던 시절에서 Y2 소나타가 나오면서 4단변속기가 급속도로 번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5단 수동변속기보다 주행능력이 떨어지고 연비가 나쁘고 직결감과는 거리가 멀어 수동변속기는 여전히 자동변속기 보다 이점이 많았습니다.

5,6,7,8,9,10단으로 진화하면서 수동변속기는 운전의 재미를 제외하고 수치적으로 자동변속기를 압도할 수 있는 부분이 사라진 요즘입니다.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량의 숫자도 거의 없어졌고, 6단을 거쳐 요즘은 7~9단 변속기가 대세입니다.
5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대표적인 차는 페이톤 W12, W140, 220, 221 S600등이 있는데, 7단 이상의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차량과 비교해 5단 자동변속기 차량이 좋은 점도 있어 한번 짚어 보고자 합니다.

다단 변속기의 이점은 주행 중 부하가 변하는 상황에서 최적의 rpm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주행능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풀가속중에는 높은 회전수의 의미는 큰 힘을 나타내는데 다단일수록 레드존에서 변속한 직후 회전수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기어비로 인해 덜 떨어지고 이 의미는 큰 힘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가속이 빠른 것입니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속도나 부하대비 효율이 좋은 회전수에 걸릴 확률이 5단보다는 9단변속기가 높겠지요. 그래서 연비가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단변속기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단점이 있는데, 바로 감속할 때 느껴지는 변속충격입니다.

80km/h로 주행하고 있을 때 정차할 때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최고단 기어에서 속도가 낮아짐에 따라 순차적으로 아래단으로 내려갑니다.

8단을 예로 든다면 7,6,5,4,3,2,1로 내려가는데 4단 정도부터 2단까지 내려가는 과정은 그 위의 단수에 비해 감속할 때 아래단에 내릴 때 미세한 충격이 전해집니다.

물론 이 느낌을 아주 잘 제어하는 차량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차량은 아주 부드럽게 정차를 목표로 감속할 때 변속충격이 있습니다.

신형 BMW의 8단 변속기를 장착한 5시리즈가 특히 심한데 그만큼 단수가 많고 120km/h이하의 속도 사이에도 많은 단수가 배치되어 있는 것등이 이 미세한 변속충격이 더 빈번한 이유가 됩니다.

물론 6단변속기나 5단변속기도 이 충격이 없진 않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장 충격이 심한 순간이 2단인데, 이 2단의 기어비 차이 때문에 변속충격의 차이가 크게 다가옵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페이톤이나 S600의 5단변속기, 혹은 독일차 5단 자동변속기의 2단 최고속을 살펴보면 보통 130~140km/h지 커버합니다. G90 520d의 경우 2단으로 70km/h도 채 가지 못합니다. 3단 최고속도가 120km/h언저리입니다.

같은 2단이라 해도 이 기어비의 차이는 감속하는 과정에서 기어가 내려갈 때 더 큰 변속충격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직결감이 좋은 변속기일수록 감속 때 발생하는 변속충격이 심합니다. 클러치 록업이 적극적이지 않은 변속기들은 토크컨버터에서 이 변속충격이 흡수되거나 최소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급차에 5단변속기가 상당히 매력적인 이유는 확실히 7단 이상의 변속기보다 감속 때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효율보다는 승차감과 부드러움이 생명인 최고급차 레벨에서 5단변속기는 여전히 차량의 본질을 생각할 때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봅니다.

BMW가 DCT의 적용을 줄이고 토크컨버터형 자동변속기를 주력으로 밀어붙이는 이유에도 이 승차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F10 M5의 DCT나 E92 M3의 DCT도 이 감속할 때의 변속충격이 큰 편입니다. 폭스바겐 계열의 DSG나 포르쉐 PDK도 마찬가지인데, 듀얼클러치 차량들처럼 토크컨버터가 없는 경우 직결성이라는 이 변속기의 장점이 감속할 때 승차감은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지금 언급하는 내용들은 차를 아주 부드럽게 세울 때에 한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습관적으로 감속을 심하게 하는 운전에서는 느껴지지 않아 실질적인 고객 불편인지에 대한 부분은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운전을 섬세하게 하는 운전자일 수록 이 느낌이 강하게 때론 짜증스럽다는 점입니다.
록업 클러치가 낮은 회전수에서 거의 개입하지 않는 W140 W220 W221 S600의 경우 언급한 감속 변속충격이 아예 안느껴질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이러한 한 부분만으로도 하이테크로 가는 과정속에서 뭔가 한계적으로 만족시킬 수 없는 것들이 나온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아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근 미래에 이러한 부분까지 개선된 제품을 만났을 때 얻는 아주 디테일한 엔지니어링에 대한 존중심도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