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영준입니다.

매일 질문글만 올리는데에 죄책감을 느끼고, 용기를 내어 제 이야기를 한번 적어보려합니다.

 

저는 이제 막 서른이 되었고, 결혼한지도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운 좋게 좋은 분을 만나 카라이프를 시작하게되었습니다.

 

생애 첫차로 F30 320d 12년식을 입양했습니다.

넉넉치 않은 형편이었지만 좋은 분을 만나 합리적인 가격에 입양해올 수 있었습니다.

큰 행운이라 여겼죠.

고이 모시며 타기보다는, 기회만되면 서킷에 데려갔습니다.

완전 순정상태였지만 제 운전실력에 비해선 과분했습니다.

 

그러던 중 본격적으로 서킷을 즐겨보고자 투스카니 2.0 수동을 세컨으로 들였습니다.

아무래도 320d로는 서킷 유지비 감당이 어려웠고, 데일리카로 서킷을 겸하긴 여러모로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아내도 흔쾌히 세컨 입양을 동의해주었구요.

320d는 오랫동안 데일리로 운용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사건은 너무나 갑자기 찾아오더군요.

친구들과 잠시 머리를 식힐겸 강원도로 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머리 속이 뒤숭숭했던 전 320d를 끌고 밤의 강원도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죠.

트랙션이 그리 좋지 않은 금호 4x 2를 신겨 놓았고, 완전 초행길을 빠르게 돌아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했지만,

당시 어떤 생각이었는지 저는 겁을 상실했고, 타이어는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굉장히 급한 코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너가 끝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각이 더 깊어지는 코너였죠.

어김없이 저는 언더스티어에 빠져버렸고, 브레이킹을 했으나 이미 속도는 너무 빨랐습니다.

결국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가드레일을 긁은 후 멈췄습니다.

 

새벽 늦은 시간이었던지라 불행 중 다행으로 반대편에서 오던 차량은 없었습니다.

급히 원래 차선으로 차를 옮긴 후 내려보니 차량 좌측은 완파되었더군요.

 

왼쪽 두 바퀴는 마치 부러진 다리처럼 주저앉았고,

운전석 문짝 겉면은 떨어져 가드레일에 붙어버렸고, 

브레이크오일은 땅을 적시고 있었고,

본닛도 찌그러졌습니다.

 

미천한 실력에, 미천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큰 과오를 저질러 버린 것이죠.

빠르게 긴급출동을 부르고, 사고 사실을 아내에게 알렸습니다.

결국 2천만원 이상의 견적이 나왔고, 저는 전손을 결정했습니다..

 

아끼던 차량을 잃은 슬픔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저를 믿었던 아내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게되었고, 데일리카 대신 불편한 투스카니를 태우게 되었죠.

 

평소 차를 너무 좋아했기에,

뒤숭숭하고 복잡한 마음을 제 차가 해소해줄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위험한 와인딩길에 올랐지만, 제 마음조차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던 저는, 당연히 제차로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었고,

결국 아끼던 차량은 저를 떠났고, 가족에게는 실망감만 안겨주었습니다.

 

사고를 겪은 지금도,

차를 타고 쾌적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너무 좋습니다.

좁은 차 안에 몸을 가두고, 엔진소리를 들으며 시원하게 변속하는 느낌은 결코 버릴수가 없네요.

하지만 즐거움이 무모함으로 바뀌는 순간

소중한 것들을 너무나 쉽게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이 글을 올리면 많은 질타가 쏟아질 것이라 각오하고 있습니다.

겸허히 듣겠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카라이프를 즐기시는 테드분들을 글을 보며 많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저도 더 성숙한 카라이프를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