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LF쏘나타 1.6텁을 출고하여, 한창 달아올라있는 고동환입니다.

 

그렇습니다.

달아올라있는 상태에서, 평일에는 잠만 자는 차를 내버려둘 수 없어 야밤 드라이브를 감행했습니다.

먼저 목적을 정해봅니다.

 

1. 아직은 낯설은 관계를 좀 더 개선해본다.

2. 달리기는 어렵겠지만, 전반적인 일반주행특성을 다시금 느껴본다.

3. 야밤 초행길에서 감수성에 젖어본다.

4. 혹시모를 로또샷을 기대해본다.

 

서울지리를 잘 모르기에 일단 지도를 보면서 편도 1시간 내외의 목적지를 찾아봅니다.

음.... 잘 모르지만 강촌은 예전에 업무 상 한번 다녀와 본 적이 있어 집에서의 거리를 보니, 약 1시간 20분, 70km정도의 거리입니다.

적당합니다.

 

저녁 9시 반쯤 출발합니다.

외관을 한번 훑어보고, 시동을 걸고, 목적지설정과 멜론의 연동을 합니다.

오늘 들을 가수는 이적, 들국화, 부활입니다.

평소라고 다른 가수의 노래를 듣진 않습니다.

 

성수역에서 출발해서 강변북로로 접어듭니다.

역시 강변북로에서 한강을 보는 야경은 참 아름답습니다.

노래도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을 떠나서, 혼자 드라이브를 나선게 언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포르테를 팔고나서 약 2년간 단 한번도 혼자만의 여유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강변북로 끝자락 쯤에서 구리>청평 쪽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약간의 공사구간과 초행길의 익숙치 않은 방향회전으로 잠시 긴장해보지만,

그 것도 잠시, 국도에 접어들며 더욱 한적해진 길을 따라 달려봅니다.

 

차에 노래가 흐르는지, 차가 노래에 흐르는지 마음이 풍경에 흐르는지...

구분이 불필요합니다.

 

이적의 노래가 끝나고, 들국화의 "아침이 밝아올 때 까지"가 흘러나옵니다.

흠칫!! 차가 이상합니다.

 

이적노래 때는 원래 노래 중간중간 공백에 맴도는 에코가 마음을 뭉클거리게 하는데,

아니, 들국화 노래에도 에코가 있네요... 분명 이어폰으로 들을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 차의 오디오가 원래 그런 것 같습니다... 왠 음장효과가 설정도 불가능합니다....

마치 부서 회식 후 2차 노래방에서 부장님이 목놓아 부르시는 것 같습니다...

급피곤을 느끼며, 부활노래로 바꿔 듣습니다..;;;;;

 

깨진 감수성을 다시금 북돋으며, 길을 재촉합니다.

강촌역에 도착하여 목적을 위해 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봅니다.

바로 포기합니다. 역시 사진은 제 영역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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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기착지에 도착한만큼 연비를 확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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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저는 연비운전과 거리가 멉니다. 

최대한 규정속도를 지키며 2차선에서 연비운전을 했으나 이정도 입니다.


커피와 담배를 가볍게 소비해주고, 집을 향해 핸들을 돌립니다.

돌아올 때는 음악을 끄고, 엔진과 서스펜션, 바디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잠시 들어봅니다.

조수석 A필러에서 요철의 크기에 따라 간헐적인 투정을 부리지만, 뭐 국산차에 잡음없는 차 없겠거니라고 여기고 있어 가볍게 패스합니다.


팽팽한 서스펜션과 편평비 높은 타이어 덕에 국도 코너를 제한속도에서 감속없이 그냥 지나가봐도 아무런 불평없이 깨끗이 돌아줍니다.

좋은 노면에서 적막과도 같은 정숙성에 놀라면서도, 시트가 오래운전한 허리를 편하게 합니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제 운전능력을 탓하며 다시금 크루즈컨트롤을 켭니다.

집에서 도착한 후의 연비는 17km/l.


엔진힘을 충분히 느껴보기에는 어려운 주행이었으나, 혼자만의 여유와 새로 맞은 가족과의 아이스브레이킹으론 괜찮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2차 노래방 부장님의 기억은 씁쓸하네요;;;

마음을 정리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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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