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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재욱입니다.


매번 앨범란이나 Q&A를 통해서만 글을 올리다가 간만에 게시판에 근황 신고를 하려고 합니다.


이제 금붕이("금색 붕붕이"라며 친구가 붙여준 이름입니다... 처음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귀여워서 쓰고 있습니다)가 제 호적에 들어온 지 꼭 만으로 6개월 정도가 됐습니다.

여전히 낯설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평일에는 자주 차를 타지 못함에도 6개월 간 9,000km 가량 운행하면서 이제 손에 많이 익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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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한국에 제 차를 포함해 2대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캐시미어 베이지 외장과 마찬가지로 정식수입 사양에는 없었던 아이보리 베이지 인테리어는 E39 모임을 비롯해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많은 관심을 보이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 만큼 제 스스로 관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하지만요.


딱 한가지 외장의 흠이라면 헤드라이트였습니다. E39 후기형의 경우 프로젝션 타입의 HID 헤드라이트가 적용되는데, 후기형 개조가 돼있는 제 차에도 같은 타입이 장착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헤드라이트의 치명적인 결함 중 하나가 조사각 조절 암이 라이트의 열에 경화되면서 바스라져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과 고무 품질은 정말 동시대 국산차에 비해서도 형편없을 정도라서 이런 고질병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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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각 수리를 벼르던 차에 수리가 완료된 상태 좋은 제품을 구해 직접 교체하기로 합니다. 어느 정도는 셀프 정비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입니다 ^^; 헤드라이트를 교체하면서 안개등 벌브도 노란 색으로 바꿔 나름의 뽀인트를 줘 봅니다.


이렇게 해서 겉으로는 더 손댈 곳이 없는 540i지만, 몇몇 고장부위들이 지속적으로 관측됐고, 올 초부터 전반적인 리프레쉬를 준비하다 마침내 금주까지 작업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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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년까지는 파손돼 있던 디퍼렌셜을 교체하고 터진 쇽업소버와 스프링을 AC 슈니처 중고품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2건의 작업이었지만 둘다 비교적 스케일이 컸죠.


서스펜션을 교체한 뒤에 느낌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느껴지는 약간의 유격감이 거슬렸고, 18인치 썸머타이어로 돌아온 뒤 후륜의 간섭도 문제였습니다. 유독 뒷바퀴 지상고가 낮아 요철을 지날 때면 그윽-그윽-하는 간섭이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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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E39를 잘 보기로 유명한 정비소를 방문해 하체 점검을 받아봅니다. 요철을 지날 때마다 나는 찌그덕거리는 소리의 원인은 스태빌라이저의 우레탄 부싱.

하지만 순정이 아닌 아이박 스태빌라이저가 장착돼 있어, 맞는 부싱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스태빌 부싱은 구리스칠 정도만 해두기로 합니다.


유독 수많은 링크와 암으로 연결된 E39의 하체 중에서도 고질적으로 잘 터지기로 유명한 텐션 스트럿 부싱도 사망 판정을 받습니다. 다행히 그 밖에는 아직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진단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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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좋게도 정비소 방문 하루 전에 전 차주께 받은 부품들을 정리하다가 신품 부싱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텐션 스트럿 부싱이었고, 그걸 챙겨간 덕에 공임만 내고 하체 작업을 완료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후륜의 불안감은 잡히지 않았고, 우선 이를 보류하고 에어컨 냉매를 충전하기 위해 동네 카센터를 찾아갑니다. 꽤 오랫동안 서 있었던 탓에 냉매는 거의 다 빠져나간 상태였고 다행히 컴프레서에는 문제가 없었죠.

그리고 냉매 충전 중 눈에 들어온 광고 포스터 속 우레탄 완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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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그런 제품이 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고, 대략적인 원리는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런걸 사다 끼우는 이유는 잘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후륜 간섭을 없애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상태가 좋은 신품 쇽업소버와 스프링을 장착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인 상황에서, 일단 최저비용으로 차고를 높이고 서스펜션의 작동범위를 줄이는 방법으로 한번 끼워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비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해당 카센터에서도 "이런걸 왜 끼우려고 하냐"고 하는걸 보니 별로 인기 없는 제품인 것 같지만, (아마도) 오랫동안 눌려 인장력이 약해진 스프링을 어느 정도 보완해 줬고, 또 차고도 손가락 2개 정도 올라가면서 간섭도 완전히 해소됐습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개이득!"인 셈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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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주일 뒤, 2차 정비에 들어갑니다. 미션의 변속충격이나 칼칼한 회전질감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이전 교체시기가 불분명한 미션오일(ATF)을 교체하고, 또 이전 정비에서 고착으로 인해 사망 판정을 받은 캘리퍼도 상태 좋은 중고품으로 교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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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퍼 역시 오랫동안 교체되지 않은 브레이크액으로 인해 고착이 진행된 상태였고, 브레이크 소음과 가속력 저하의 원인이었습니다. 부싱 교체 때 이야기를 듣고 캘리퍼 리페어를 맡겨야 할 지 고민하던 중 마침 중고 제품을 아주 저렴하게 득템해 극적으로 함께 정비하기로 합니다. 교체하는 김에 브레이크 호스도 새 것으로 갈고, 뷔르트 DOT4 브레이크액을 넣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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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9 540i의 변속기는 ZF 5HP24로, 동시대의 레인지로버나 재규어 XK8, XJ8 등에도 쓰였던 자동변속기입니다. 작업자께서 미션오일팬을 열어보자마자 "와 이거 상태 장난 아니네" 라고 하시더라구요. 새까만건 물론이고 점도라고 할 것이 없어진, 거의 물 상태였습니다. 인수 후에 바로 작업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차에 좀 미안한 생각도 들더라구요.


어쨌거나 약 5시간에 걸쳐 브레이크와 미션오일 작업까지 모두 마무리 지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정비소를 나서니 와우! 완전히 다른 차가 됐네요. 고착으로 인한 브레이크 간섭도 적지 않았는지 가속도 엄청 경쾌해졌고, 제동 역시 훨씬 부드럽고 리니어하게 바뀌었습니다. 변속충격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게다가 그간 제대로 가속이 안되면서 나빠졌던 연비도 개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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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 싸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상반기 메인터넌스 계획이 생각보다 빨리 마무리 됐습니다. 그 결과 차는 제가 데려온 뒤로 최고의 컨디션이라고 느껴지네요. 하반기까지는 상태 좋은 쇽업소버와 스프링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집에 잘 있는 EF S도 꾸준히 정비를 해오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새 차가 주는 신뢰감과는 대조적으로 오래된 차는 어딘가의 고장이나 결핍을 하나씩 손봐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쳐진 차의 느낌이 요즘 차들과는 다르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저도 신경쓸 것 없이 탈 수 있는 새 차를 타는 것이 문득 그리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면서 이 만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차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쳐서 썩차를 새차로 만드는 소소한 즐거움도 자동차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인 것 같습니다.



EF S & 54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