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에 일본 출장 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간만에 일본행인지라 좀 설레기도 하고 이번엔 예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렌터카를 이용하여 다니기로 한 일정이라서 더더욱 설렜습니다.
좀 무리해서 BMW 323으로 예약했죠.
좀 괜찮은 일본차로 예약하면 더 싸지 않을까 했는데 렌터카 목록에는 좀 재미있게 탈만한 차가 없더군요. 사실 출장가기 전에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는 일본 렌터카 업체는 다 뒤져서 찾아봤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란에보나 임프레자 같은건 왜 렌트를 안 해주는지….
암튼 그나마 BMW323이라도 건진 게 다행이었죠.
첫날은 일을 보고 오후에 목적지인 하꼬네로 출발했습니다.
예전에 일본에 잠시 살면서 차를 몰아봤던지라 좌측통행이 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BMW가 좌핸들 차여서 좌측통행인데 좌핸들 차를 모는 느낌이 묘하긴 했습니다.
국내에서 우핸들차를 몰면 비슷한 느낌이 들겠죠?
그래도 고속도로에서는 반대편차랑 마주보면서 달리는 상황은 아니니 마치 국내에서 운전하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ㅎㅎ
운전은 그럭저럭 할 자신이 있었지만 사실 일본에서 운전하기 힘든건 길을 몰라서겠죠.
그냥 네비게이션이 지시하는대로 가면 되겠지하고 무작정 갔는데 우리나라보다 더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는 네비게이션 덕에 불편함을 모르고 다녔습니다.
일본 고속도로도 우리나라처럼 별로 1차선은 추월차선이라는 개념 없이 다들 이차선 저차선으로 제갈길을 가더군요~ㅋㅋ
제가 달릴 때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규정속도로 열심히 달리는 차들이 일차선을 꾸준히 달리고 있더라구요.
참, 일본서 렌터카로 고속도로 이용하실 분들은 반드시 ETC(우리나라로 치면 하이패스) 단말기와 카드를 같이 신청해서 다니세요. 어찌나 자주 톨게이트가 나오던지…

지루한 고속도로가 끝나고 하꼬네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오래 전부터 봐오던 자동차 잡지기사 중 일본의 칼럼니스트들이 주로 이용하던 시승코스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하꼬네 와인딩로드가 이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예약해 둔 료칸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새벽에나 가려고 일단 료칸을 찾기 시작하는데 ,음… 전화로 설명만 듣고 좁은 골목길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료칸은 못 찾고 이상한 길로 접어들어버렸습니다.
이차선도로도 아니고 거의 버스한대 지나가면 꽉 찰듯한 도로를 서로 마주보고 차량들이 달리는 매우 아슬아슬한 길이었는데 그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가 유턴할 곳도 놓치고 오후 6시인데도 불구하고 컴컴한데다가 드문드문 있는 집들은 흉가처럼 불빛도 하나 없는 요사스런 동네로 접어들더군요. 다른 나라까지 와서 불법유턴은 안 된다는 생각에 유턴할 곳이 나올 때까지 가보자 하는 맘으로 가다 보니 미시령, 한계령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무지하게 꼬인 길이 나타났습니다.
음… 여기가 거긴가… 싶은 맘에 쭉 뻗은 길에서는 오히려 천천히 달리며 유턴할 곳을 찾던 제가 눈이 내려 신이난 강아지마냥 엑셀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큰 기대도 안했던 차량이라 그저 그럴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대이상으로 머릿속에 그리는 라인을 따라 잘 돌아주더군요.
역시 BMW라서 그런지 기본기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유턴을 해야한다는 사실도 잊고 신나게 산길을 오르다보니 이제 주변은 완전히 암흑천지였습니다. 계기판에 있는 시계는 분명 오후 6시 10분인데… 너무 황당하더군요.
바람은 심하게 불고 간간히 보이는 집들은 거의 불빛도 없이 흉가수준이고… 귀신을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이거 꼭 뭔가 나타날 것만 같은 살벌한 풍경으로 점점 바뀌어져 가는데 순간 내가 지금 어디 가고 있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비게이션상에 도로는 분명 계속 이어지는데 그때의 분위기상으로는 그 도로로 계속 가다가는 왠지 막다른 길이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할 수 없이 외국에서 불법을 저지르지 말자던 아까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이 꼬불꼬불한 길이 다 끝나고 다시 직선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 앞뒤로 차가 없기에 속도를 줄이고 후다닥 차를 돌렸습니다. 그 황량한 길에 누가 본다고… 쯧쯧…
다시 내려오다가 또 와인딩을 만나니 다시 신이난 강아지가 되었고 신나게 밟아서 내려오다보니 다시 호텔이랑 료칸들이 있는 동네로 들어서서 일단 편의점 주차장에 주차.
우여곡절 끝에 예약해 뒀던 료칸을 찾아서 짐을 풀었죠.

사실 지금도 그 길이 일본 칼럼니스트들이 이용하는 그 하꼬네 와인딩로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안내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꼬네에 있는 꼬불꼬불한 길이다 보니 거긴가… 싶긴 한데… ㅎㅎㅎ

한달이 지난 최근에 구글어스로 그 동네를 살펴보던 중 정말 놀라운 걸 발견했습니다.
하꼬네역에서 제가 달렸던 길을 통해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Ashi 라는 호수가 있는데 구글어스에 등록된 사진들을 보니… 경관이 예술이더라구요.
으으…. 안타까운건 불법을 저지를 생각을 아예 하지 말고 끝까지 달렸으면 10분 정도 후에 그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달릴 때만 해도 그 험한 길 너머에 그런 멋진 호수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다음에 일본 여행가면 다시 한번 그곳에 가보렵니다.
료칸이든 호텔이든 호수 바로 앞에 있는 곳으로 예약을 하고 가보려구요.


사실 이번에 모 대기업의 의뢰로 제네바 모터쇼 프레스데이에 촬영하러 출장을 가는데 같은 시기에 독일 하노버 CeBIT에도 제가 운영하는 회사가 제품을 출품하는지라 이달 말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독일과 스위스에서 렌터카로 실컷 운전할 기회가 다시 생겼습니다.
이번엔 프랑크푸르트-제네바-하노버 사이에서 다닐 경로를 미리 파악해 놓고 구글 어스에서 좀 사전점검을 한 후에 다니는 경로 근처에 있는 볼만한 곳들은 좀 챙겨보며 다녀온 후에 아쉬워 하지 않으려고 틈틈이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렌터카는 아우디 A4 Avant를 예약했는데 11일간 676.40유로 정도 하더군요.
독일에서 독일차를 빌려서 그런지 가격도 괜찮고 3~4명이 같이 타고 다닐 예정이라 기차비보다 싸고,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른 회원님들께서도 해외여행이나 출장 시 렌터카를 많이 이용하시겠지만 경험해보지 못하신 회원님들에게 적극 권장해드리고 싶어서 주저리주저리 길게 글을 썼습니다.

참, 푸조의 경우엔 자사차량을 유럽 외의 국가에 프로모션하는 차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하는 단기 리스프로그램도 운용하더군요. 최소 리스기간이 18일인데 재미있는 건 그 짧은 기간 동안 운용하더라도 내 이름으로 등록된 차를 받아서 몰고 다닌다는 거.^^
정말 나중에 두어 달이라도 유럽 여행 할일 있으면 푸조 리스를 이용해서 다니고 싶던데요~^^

재미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니 지나간 여행이 어딘가에 정리가 되어 남는다는 생각이 들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