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지금 가진 편하고 좋은차의 이미지를 탈피하고자하는 노력의 첫 산물이라 할 수 있는 IS-F입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중에는 렉서스가 IS-F나 LFA를 만드는 것 자체가 렉서스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일이라고 비판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렉서스가 10년, 20년 후 현재의 뷰익 같은 '노인이나 타는' 브랜드로 전락하지 않고 계속 고급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위해서는 스포츠성 및 고성능에 대한 어필은 필수인 것이라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IS-F는 시장에서 그렇게 따뜻한 반응을 얻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앞으로 꾸준한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겠죠.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2009년에는 뉘르부르그링 24시간에서 IS-F는 비개조차 부문에도 출전했었습니다. 그랜투리스모 제작자인 카즈노리 야마구치가 드라이버로 참여해서 얘깃거리가 많이 되었었지만, 연료펌프 계통의 트러블로 종합 60위 정도에 머물렀다 하네요.

 

제가 이 차를 처음 샀을 때 저를 알던 많은 분들께서 "니가 렉서스를??"이라는 반응을 많이 보이셨습니다. 저는 쌈박한 일본차 보다는 아메리칸 V8과 아우디를 좋아했드랬습니다. IS-F를 사기 전 까지도 투아렉 V8을 (뭐.. 엄밀히 말하면 VW지만. 다 그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흐흐) 가지고 있었었죠. 사실 예전에 렉서스를 몰아 본 적은 딱 두 번 밖에 없었습니다. 작년에 한 번 운전해 본 RX350은 운전감각의 측면에서 투아렉이 얼마나 잘 만든 SUV인가를 저에게 알게 해준 차였고, 99년에 몇 번 운전해 본 2세대 GS300은 "아.. 직렬 6기통이 참 부드러운 엔진이구나"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지만 그 이상의 감흥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이 차 구입 당시 V8엔진을 가진 빠른 세단 (또는 왜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M3 세단, C63, 폰티악 G8 GXP, 다지 매그넘 SRT-8, 제네시스 4.6 등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런 차들에 비해  IS-F는 처음 접했던 느낌이 그렇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딜러 옆을 지나가다가 쇼 룸에 서있는 IS-F를 보고 니가 뭐 그렇게 대단한 차이길래.. 하고 들여다 본 것이 저와 이 차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다른 글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저에게 느껴진 이 차의 매력은 아마추어가 개조한 듯한, 온 몸에서 풍겨오는 허술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저를 참 즐겁게 했고, 4번의 테스트 드라이브와 5차례가 넘는 딜러 방문 끝에 저는 IS-F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번에 스킵바버 드라이빙 스쿨을 제외하고는 ABS를 사용할 정도로 급브레이크를 잡아 본 적도,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본 적도 없습니다. 빠른 달리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200km/h를 넘긴 적은 지난 8년간 없었고.. IS-F로도 100mph를 넘긴 적이 거의 없을 정도의 운전을 구사하기 때문에 저는 시승기를 쓸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앨범이고 하니 스타일 정도만 간단히 언급하려 합니다.

 

 

 

평범한(?) IS x50과 큰 차이는 뭐니뭐니해도 3인치 길어진 앞쪽 오버행과 2인치 넓어진 폭, 그리고 위로 툭 불거져 나온 후드일 것입니다. 차에서 1센티미터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아시는 분은 다 아실 겁니다. 특히, 전륜 뒤에 위치한 에어벤트가 시각적으로 앞 문과 전륜 사이의 거리를 짧게 보여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늘어난 오버행과 더불어 전륜구동차에 버금가는 황금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 부분의 제원이 커진 이유는 역시 5.0리터 V8엔진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LS600h의 5.0리터 엔진과 동일하지만, 고회전용 실린더 헤드 제작으로 유명한 야마하가 실린더 헤드를 설계했고.. titanium 밸브류와 단조 피스톤, 커넥팅로드, 크랭크 샤프트 등을 장비해서 제원상으로는 어디 빠지는 건 없습니다. 그리고 높은 횡가속력에 대비해서 실린더 헤드 쪽에 오일 펌프가 좌우에 따로 있고, 직분사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인테이크 매니폴드에도 인젝터가 따로 달려 있어서 도합 16개의 인젝터를 장비하고 있는 이상한 놈이기도 합니다.

 

 

 

넓어진 차폭을 그나마 잘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게다가 디자인 상 앞 범퍼가 아래로 내려갈 수록 더 넓어져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어무 펑퍼짐하다는 느낌까지 받게 됩니다. 아참.. 펜실베니아 주는 원래 앞에 번호판이 없으니 불법이네 마네 그러실 거 없습니다.

 

 

펜더에 장비된 에어 벤트입니다. 휠하우스 안 쪽의 압력감압용이 아닌 엔진룸 내의 압력감압용이랍니다.

 

 

 

브렘보에서 공급하는 14.3인치 디스크와 6피스톤 모노블록 알루미늄 캘리퍼가 장비된 전륜입니다. 후륜에는 13.6인치 디스크와 2피스톤 모노블록 캘리퍼가 장비됩니다. 모노블록 캘리퍼라서 브레이크 성능이 좋다.. 라기 보다는 전체적인 구조상 브레이크 성능이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M3나 E39 M5 등은 슬라이딩 캘리퍼 가지고도 무시무시한 브레이크 성능을 보여주니 말입니다) 타이어 사이즈는 경쟁차종보다는 날씬한 전륜 225/40 R19 - 후륜 255/35 R19입니다. BBS에서 단조로 제작한 휠은 4짝 모두 위치 교환이 불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후륜은 사이즈가 다르고, 좌우는 에어플로우 설계상 스왑이 불가능한, directional wheel이라는 이상한 휠입니다.

 

 

IS-F의 디자인 상 가장 말이 많은 곳입니다. 바로 머플러죠. 지금 보시는 머플러 팁은 머플러와 연결이 되어 있지 않은, 그저 디자인 엘레먼트입니다. 페라리 캘리포니아, BMW 7시리즈, SM7, 에쿠스, 렉서스 LS 등이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캘리포니아와 IS-F는 눈에 확 띄는 구성이기 때문에 특히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구멍이 뚫려 있고 실제 머플러와 정렬이 되어 있는 구조라 배기가스가 바로 나오긴 합니다. Club Lexus 포럼 같은데서 글을 읽고 있으면 "나는 가짜 exhaust 때문에 IS-F 안 산다" 뭐 이런 말을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억울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빨대 같은 내경의 파이프에 3인치 머플러 팁을 장비한 350Z를 뭐라하는 사람은 없어도 이런 '가짜'를 보면 많이들 분개 하시더군요.

 

이런 설계로 인해서 생각지도 않은 좋은 점은 하나 있습니다. 개조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찰이 많은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의 오너들이 자주 말하는 겁니다만, 배기 계통을 아무리 개조해도 겉으로는 티가 안나기 때문에 경찰들이 시비를 걸지 않는 답니다.

 

 

실내 사진입니다. IS x50과 다른 차이점은 일단 전/후스포츠 시트 이고 뒷좌석은 2인승 전용 버킷시트라 나름 자세를 잡고 앉기 좋습니다. 가운데 시트자리에는 작은 F로고가 박힌 플라스틱 덮개가 덮혀 있습니다. IS-F의 스포츠 시트는 2011년형 IS x50 F-Sport 패키지에도 옵션으로 선택이 가능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다른 실내 차이점은.. 우드 트림 대신 Aluminium Composite라는 트림이 장비되어 있습니다. 카본 파이버 플라스틱 위브 같이 알루미늄을 정성스레(?) 실처럼 짤라서 엮은 후 에폭시로 마무리한 것입니다. CFRP에 슬슬 질려가던 터라 뭐 그런대로 봐 줄만 합니다.

 

 

IS-F 전용 백색 방향지시등을 장비한 테일라이트입니다. IS는 08년인가 마이너 체인지가 이루어지면서 테일라이트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만, IS-F의 테일라이트는 여전히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렁크에 립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매뉴얼 모드일 때는 이렇게 'F'자가 써집니다. 가운데 "M8"이라고 써진 것은 매뉴얼 모드의 8단을 나타냅니다. 투아렉의 화려한 그래픽 정보표시창에 익숙하던 저에게 IS-F의 계기판은 갤러그 수준 밖에는 안되어 보였습니다. IS x50과는 달리 바늘이 파란색이고,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운 전압계와 오일 온도계가 가운데에 있습니다.

 

 

오토 모드일때는 기어단수 표시 기능이 있습니다. 쓸모는.. 전혀 없습니다.

IS-F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을 저에게 꼽으라고 하시면 저는 주저없이 8단 자동변속기라고 말하겠습니다. 저는 '자동변속기가 수동변속기만큼 응답성, 조작성, 효율성이 좋아진다면 굳이 수동변속기를 탈 필요가 없다'라고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가능하면 언제나 수동변속기를 탔던 이유는 아직 그런 자동변속기를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죠. 물론 E63이나 SL63 등에 장비되는 다판클러치 방식의 MCT 자동변속기를 타보지는 못했지만, 토크컨버터를 장비한 전통적인 자동변속기 중에는 IS-F의 8단 변속기가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특성을 말씀드리면.. 매뉴얼 모드에서는 2단부터 8단까지 토크컨버터가 무조건 락업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엔진의 응답성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특히 저속 반개도 상태에서는 변속시 차가 울컥거리는 BMW의 SMG같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매뉴얼 모드에서는 업쉬프트는 100ms, 다운쉬프트는 회전수 보정을 포함해서 200ms의 아주 짧은 변속시간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레드존을 아무리 쳐도 운전자가 업쉬프트를 하지 않으면 차가 부서지든 말든 계속 현행 기어를 유지해 주는 우직한 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1단 부터 8단까지 세차게 가속할 때의 느낌은 변속을 자주하기 때문에 약간 오락같습니다. 흡사 예전에 세가 메가드라이브시절 "수퍼 모나코 GP"에서 운전을 하는 기분입니다.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아마 잘 아실겁니다.) 여러 자동차 잡지에서는 8단 정도되면 '변속의 즐거움보다는 번거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라는 취지의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IS-F의 V8은 M3와는 또다른 의미의 '고회전형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소리냐? 라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 IS-F의 엔진은 V8 중에서는 그래도 고회전 엔진 (최고출력@ 6600rpm / 레드존 6800rpm) 축에 드는 편입니다만, 8000rpm이 넘는 M3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고회전형의 의미는 토크 특성에 기인합니다. 요즘 나오는 고성능 엔진은 밸브 타이밍 조정이나 기타 방법으로 저속에서부터 고속까지 고른, 평탄한 최대 토크가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IS-F 엔진은 VVT가 있음에도 peaky한 토크 커브를 그리고 52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특성을 보입니다. 예전에 스킵바버 드라이빙 스쿨에서 IS-F가 M3와 비교해서 가속을 더 세차게 하는 느낌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이는 아마 고속으로 돌릴수록 빨려드는 듯한 엔진 특성에서 기인한 듯 합니다. 이러한 엔진특성에는 아무래도 기어가 더 많은 쪽이 더욱 스포티한 주행을 가능하게 만들겠죠.

 

오토모드 역시 보통 오토차량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없는 주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착실히 업쉬프트, 다운쉬프트를 해주고, motorboating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토모드에서 WOT로 가속하면 변속 때 마다 엔진음이 끊기는 것이 매뉴얼모드와는 또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밖에서 들으면 아마 수동변속기라고 착각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좋은 차라도 안 좋은 점이 없을 수가 없겠죠. 지금까지 IS-F를 타면서 안 좋다고 느낀 것을 몇 개 적어보면..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90% 정도 이상 꺾으면 자동으로 원상복귀가 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감겨들어가는 이상한 현상이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승차감이 너무 딱딱합니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차 중 단단한 서스펜션을 가진 차들은 E39 M5, FD3S RX-7 정도 밖에 없었지만 지금까지 타 본 차들 중 가장 '더듬한 튜너가 개조한 차'같은 승차감을 자랑합니다. 특히, 뉴욕 브루클린에서 퀸즈를 연결하는 Belt Parkway 정도의 노면이면 심각하게 다른 길을 찾는 것이 좋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드라이빙 스쿨에서 느꼈던 것 처럼 트랙 주행에서는 도리여 유연한 모습을 보여줘서 좀 놀랐습니다.

 

이 정도가 IS-F에게 한정된 불평이고, 터치스크린 방식 HVAC / 음향 조절이라든지 수동 접이식 미러 (북미 사양 렉서스는 LS에만 전동식 미러가 적용된답니다) 등등도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죠.

 

그래도 운전의 즐거움이 큰 만큼 열심히 타고 다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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