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잘 타던 바이크를 대체할 네바퀴를 들였습니다.

KakaoTalk_Photo_2021-08-16-17-20-57.jpeg

기존에 타던 할리 데이비슨 포티에잇. 7월이어도 남자는 가죽자켓입니다. 간지는 그런 거라 배웠습니다.


좋은 탈것이었습니다만 매력보다 한계가 더 크게 느껴지기에 이성적으로 고려하고 판매하였습니다. 보험을 해지하고 나니 잔여 기간 84일분에 대한 환급금이 들어오더군요. 약 280일동안 베스파로 시작해서 BMW, 할리까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얕고 넓게 느껴봤다 생각하며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 합니다. 

마침 작은 차에 대한 열망이 슬슬 커지고 있어 500c, r56, e85 등등을 찾아보았지만 '과연 이게 최선인가?' 를 되묻는 저를 발견하게 되네요. 두구당 두구당 하는 엔진을 팔고 넘어가는 건데 바아앙 하기엔 좀 아쉽달까요.  결국 작지만 작지 않은(?) 차 한 대를 성공적으로 가져왔습니다.
 

KakaoTalk_Photo_2021-08-16-10-20-18 002.jpeg

벤츠 SLK(R171) 55 amg입니다. 운 좋게도 좋은 컨디션의 차량에 연이 닿게 되었네요. 


장난감용 차량을 고를 때 제가 크게 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신차로도 볼 수 있는 조합을 가지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신차를 살 수 있을 때까지 참으면 됩니다. 생활 필수품으로서의 차를 고르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신차와 중고차는 느낌이 많이 다르니까요.

2) 지속적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을 차량인가? 만약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생각을 다시 해 보아야 합니다. 여기에서의 어려움이란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여러 부품들이 단종되어 부품상의 재고 부품들을 찾아야 하는 등, 금전 외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을 말합니다.
 

KakaoTalk_Photo_2021-08-16-10-20-18 003.jpeg


이번 차량에 있어서는 어느정도 충족이 가능할 것 같아 구매 결정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1) 4미터 남짓한 차체에 NA V8을 넣은 로드스터는 이제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저기통 과급이 기본이 되고, EV가 날개를 갓 펴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더더욱이나 나오지 않을 조합이라 생각합니다. SLC43만 해도 아마 이 차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이겠지요.

2) 이 차량에 들어간 M113엔진은, 이미 가지고 있는 CLK320의 M112과 많은 부분에서 비슷합니다. 가지고 있는 많은 부품들을 포함해 정비에서도 많은 이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복잡한 구조의 차량도 아니며, 많은 부품을 일반 171과 공용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제일 결정적으로, 제가 벤쓰를 좋아해요. Cha is bens 라고 배웠습니다. 헤헿
 

KakaoTalk_Photo_2021-08-16-10-20-18 004.jpeg

가져온 뒤 이리저리 장거리도 뛰고 해서 약 1000km 못 미치게 타 보았네요. 짧은 소감을 적어보자면..

1) AMG 이전에 벤츠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요. 액셀이나 핸들이나 가볍진 않고, 이 체급에서 기대하지 않은 정도의 고속 안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민첩한 느낌은 없네요. 물론 ESP 켜뒀을 때 기준입니다. 

2) 5.4리터 엔진 특성은, 다시금 당연하게도, 가지고 있던 M112 3.2 엔진과 매우 비슷합니다. 낮은 아이들 rpm과 3000rpm 조금 못 미쳐 부푸는 토크 곡선은 다른 차를 타면서도 괜히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지어지네요. 그래 너도 옛날 엔진이구나- 하면서요. 다만, 조금(많이) 더 으르렁대는 배기와 조금(많이) 더 호쾌한 가속력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3) 미션은 솔직히 722.6 미션이 더 마음에 듭니다. 크루징시 rpm을 낮게 쓰는 건 좋은데 그건 그냥 기어비 차이일 것 같구요. (4단 타운카와 7단 SLK의 100km rpm이 거의 비슷합니다) C모드보다는 S모드가 킥다운에 더 민감하다 보니 좀 날티나는 느낌이 나네요. 감성으로만 따지면 평소엔 컴포트로 놓고 어슬렁거리다가 가끔 매뉴얼로 놓고 타이밍 맞춰가면서 패들시프트 만지는게 더 낫습니다. 

3) 드라이빙 포지션이 매우 낮습니다. 의자에 앉아 손을 뒤로 뻗으면 뒷 타이어를 어렵지 않게 만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앞 코가 길게 느껴집니다. 후륜 풀사이즈 세단 모는 느낌으로 가늠하면 얼추 맞습니다. 어릴 적 '스타워즈 : 보이지 않는 위험' 에서 본 포드 레이서가 이런 느낌일까요? 

4) 연비는 복합적으로 7-8km/l 정도. 음... 가지고 있는 링컨 타운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잘 나오는 편이네요. 한 탱크로 대략 500km정도 탑니다. 시내 3050 준수하고, 고속도로 규정속도 가끔씩만(?) 어길 때의 수치입니다.

5) 뚜껑이 열립니다. 

KakaoTalk_Photo_2021-08-16-10-20-17 001.jpeg


가져온 첫날에 마침 CLK의 옆자리가 비어 있어서 기쁘게 주차해 보았습니다. 번호도 비슷하네요. 내림차순, 오름차순. 10년 터울의 바디, 같은 세대의 엔진. 3v SOHC. 

길이로 따지면 한대는 프라이드(5도어), 한대는 아반떼(MD) 정도의 차체입니다. 작은 차 큰 기쁨이 이럴 때에 쓰는 말인가 싶습니다.

KakaoTalk_Photo_2021-08-16-18-12-55.jpeg


그렇다 해서 큰 차라고 딱히 작은 기쁨이진 않는걸 보면, 그냥 제가 차를 많이 좋아하는 걸로...
생각해보니 이 차도 SOHC(2v)네요. 세상은 EV를 향해 가고 있는데 제 차들은 캠샤프트마저도 하나씩 모자라고 그렇습니다. 

추억과 감성을 충족시켜 주는 몰락귀족의 딸 CLK.
편안한 여행에 최고의 동반자인 듬직한 양복비서 타운카.
넉넉한 출력으로 오픈 에어링을 즐기게 해줄 SLK. (아직도 의인화할 캐릭터를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자여 여자여...)

3대 22기통 13200cc의 장난감 조합은 앞으로 크게 바뀌지 않을 예정입니다. 바이크는 아마 앞으로도 안 타지 싶고, 다들 10년 넘은 중고차들이라 저거 판다고 살림살이가 나아지지도 않을 것 같구요. 

아무튼, 두바퀴로의 외도를 끝내고 네바퀴로 온전히 돌아왔습니다. 잘 즐겨 보겠습니다. ^^

회원님들도 언제나 즐겁고 안전한 취미생활 되세요.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