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해평야가 없어진 김해에서 이천쌀 먹으며 서식하고 있는 회원 정원우 입니다.

옛날 차와는 달리, 실내/전장 분야에서 대쉬보드 다음으로 작업하기 망설여지는 작업을 했습니다.
도어 네 짝의 도어모듈을 모두 신품으로 교체했습니다.
우선, 파워윈도우의 작동이 뻑뻑해져 메인테넌스가 필요했던 것이 첫째였습니다.
그리고 정상 범위에서 조금씩 새어든 빗물에 스피커의 종이 콘지가 젖어서 오디오 소리가 먹먹해졌는데,
그렇잖아도 음질적인 측면에서 구형 모델들보다 힘없이 땍땍거리기만 하는 소리에 귀가 쉽게 피로해져
금새 듣기 싫어지던 순정 일반형 스피커를 순정내비 사양에 들어가는 것으로 교체하려니,
기존의 도어모듈은 스피커를 리벳으로 고정하게 되어 있다보니 튼튼하게 장착하는게 어려웠습니다.

하여, 2016년식 끝물 버전의 개선된 나사 고정식 도어모듈과 순정내비 사양의 스피커를 구매했는데...
적잖이 번거로운 작업 과정 때문에 손 놓고 있다가 운전석 도어를 연습삼아 먼저 작업해본 뒤
그 다음 주말에 나머지 세 짝을 한번에 싹쓸이로 해치웠습니다.

01.jpg▲한동안 이 상태에서 도어트림만 대충 붙여놓은 채 타고 다녔습니다.

기존의 도어 모듈은 리벳 없이는 새 스피커 장착이 매우 난감한 구조인데...
그렇다고 발음체인 스피커를 리벳으로 고정하자니 전혀 내키지 않았고,
나사로 살짝이라도 고정하자니 그건 리벳보다 나을 바가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아주 젊은 한 때 가졌던 사악한 하이엔드 오디오 취향의 영향 때문인지...
자고로 스피커 유닛이란 튼실한 프레임에 힘 좋은 자석이 붙어 있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으며,
이런 물건을 공진 없이 매우 튼튼하고 야무진 캐비넷에 아주 단단하게 고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뒷면에 에폭시 접착제로 너트를 붙이려다가 도저히 안 되어,
파워윈도우 작동도 개선할 겸 통째로 신품으로 교체했습니다.

 02.jpg▲뭐한다고 이런 고생을 사서 하냐? → 그러니까 취미지.

하나하나씩 들어내다 보니, 굳이 복잡하게 만들어놓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일단, 도어에 조립되기 전에는 앞뒤 레일과 와이어로 치렁치렁한 낚시대나 풀어놓은 양궁 같은 부품을
조립한 뒤 비닐로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렇게 한 판으로 구성되면 무척 간결하지요. 저걸 통째로 붙였다 떼는게 어려워서 그렇지...
하여간 이런 구성이면 자동차 조립라인에서의 작업은 예전보다도 더더욱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도장을 마친 차체에서 도어를 떼어내어 따로 조립한 것을 조립라인에서 다시 붙이는게 합리적이겠네요.

도어모듈을 떼어내고 나니 속이 휑합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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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대기가 하나 밖에 없어!! 받히면 다 죽는 건가?

이렇게 떼어낸 도어모듈 뒷면을 보니... 이미 와이어가 거의 끊어져 있길래, 닛퍼로 끊어서 정리했습니다.
유리를 잡고 있던 클램프를 레일을 따라 상하로 움직여보니 무슨 가루가 풀풀 떨어지더군요.
마찰되는 부위의 윤활 부족이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04.jpg▲고생한 고품에게 경의를...

어쨌거나, 앞으로 훨씬 까마득히 고생해줄 새 도어모듈을 준비합니다.
 07.jpg▲갓 비닐을 뜯은 새 부품...

새 도어모듈을 뒤집어서, 아래와 같이 섭동부위에 실리콘 그리스를 넉넉히 발라줍니다.
 08.jpg▲자고로 자동차는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오래 타는 법...

고품의 경우...

09.jpg
▲찰과상...

레일은 물론, 우둘두둘한 와이어가 맞닿아 지나가는 자리가 거칠게 닳아있었습니다.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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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고 보니 마데카솔 같습니다.

마찰되는 부위는 모두 그리스를 넉넉히 발라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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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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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 레일... 하얀 건 기존에 발려있던 것인데, 새로 바른 실리콘 그리스와 섞여서 번졌습니다. ㅋ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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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 일반 석유계 혹은 테프론 그리스는 해롭다고 들어서, 완전 실리콘계 그리스를 구해서 발랐습니다.

출고된 부품 자체에 그리스가 많이 도포되지 않았던 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스에 먼지나 이물질이 달라붙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뭐 그냥 먼지와 이물질 앉은 채 갈리는 것보단 기름 떡진 먼지와 이물질이 나을 것 같아서
넉넉히 발랐습니다.
이미 일찌감치 탈이 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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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스피커 귀찮다, 모비스튠 만세. 이런거 없었으면 이미 크루즈 타고 있었음.

하여간 오래 가야 하니 재 조립할 땐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였고,
나사류는 처음 체결 상태보다는 조금 더 조였습니다.
왜냐면, 풀 때 그냥 힘없이 풀리는 나사도 있었던지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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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물론, 사진으로 보이는 손자국들은 모두 깨끗이 닦고 조립.

지겹지만, 그 다음 주엔 조수석 및 뒤쪽까지 싸그리 해치웁니다.
한 번 해보고 나니 순식간에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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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작대기가 하나 밖에 없어!!

조물딱 조물딱 도어패널 안쪽의 물 고인 부분을 다 닦아낸 뒤 캐비티 왁스를 뿌리고서야 조립을 시작하여
완성했고, 이 때문에 한동안 정리를 못했던 실내외를 깨끗이 세차도 했습니다.

근처 어딜 맡겨도 스피커 교환에 방청까지는 난색을 표하는 작업이었던지라,
직접 하는 김에 최대한 꼼꼼히 해보았는데...
이거 절대로 카센터 사장님께 빌어서라도 맡겨야 하는 작업입니다. T-T 공임은 괜한게 아닙니다.

업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취미삼아 자동차 정비 기능사 시험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혼자 이런 짓(?) 하느라 부은 시간과 돈이 문득 아까워져서...
뭐 열 번 스무 번 도전하다 보면 될 수도 있겠지요. 안 되면 말고...

개인적으로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조와 말끔한 동작입니다.
아무리 편리하다 해도 그걸로 인해 유지보수 할 것이 많아지고 정비 비용이 커지는 건 싫어합니다.
즉, 기계적으로 높은 신뢰성과 단순하고 경제적인 정비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깁니다.

그런데 i30 GD, 그 중에서도 2.0 GDi는 막상 뜯어보면 허무할 정도로 구조가 간단합니다.
TBW인 점은 아쉽지만, 그만큼 구조가 단순해졌고 자연흡기라서 터빈 같은 건 있지도 않습니다.
각종 편의장비가 탑재되었음에도 FD보다도 더 간단하고 XD보다는 훨씬 간단합니다.
MD나 GD나 원체 간결해진 구조인데, 거기다 GD 후기형의 누우 GDi 엔진은 겉벨트 쪽 마저 단순합니다.
감마 1.6 GDi만 해도 오토텐션베어링이 빠지고 벨트와 아이들베어링, 워터펌프로 간소화 되었는데,
누우 GDi는 아이들베어링마저 빠져서 벨트와 워터펌프로 끝입니다. 이건 같은 엔진인 i40 가솔린도 동일.
벨트 장력은 무려 옛날 차들처럼 알터네이터 나사로 수동 조절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선지 몰라도, 겉벨트 작업 비용이 매우 경제적입니다.
거기다 디스펙 수동변속기 사양인 경우... 사고차이거나 험하게 다루지 않는 한, 잔손 갈 곳이 없어지죠.
세금은 무려 중형차, 연비는 1.6 오토, 보험료 및 타이어 가격은 흔한 준중형 수준이기는 합니다만...
일상적인 소모품 교환 및 고장 발생시의 정비 비용으로는 수동 경차만큼이나 경제적인 상황입니다.
심지어 온통 전자화된 최근 차량임에도 직접 손보기에 편합니다. 스캐너만 있다면 금상첨화...
정비의 용이함과 경제성은 스포티 타이틀을 달고 있는 모델로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면입니다.
게다가 겉보기와는 달리 실내도 최소한 과거 중형차 사이즈라 하는 MD만큼은 넓습니다.
경제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패밀리카로서 여러 모로 매우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