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투스카니 타는 이영준입니다.

소중한 주말을 나름 뜻깊게 보내기 위해 일요일인 오늘 새벽 05시에 눈을 떴습니다. 대충 씻고 투스카니 키를 챙겨 집을 떠난 것이 5시30분. 아흔아홉 구빗길로 유명한 평화의댐 코스를 방문해보기로 합니다. 아직 발목이 완치된 상황이 아니라 천천히 나들이 다녀오고자 마음 먹습니다.

집 앞 맥도날드에서 간단히 맥모닝세트를 챙겨 분당수서로에 올랐습니다. 외곽순환을 거쳐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올랐는데 생각보다 차량이 많았습니다. 이 이른 새벽에 다들 어딜 이리 바삐 달려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춘천IC로 나와 잠깐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북쪽으로 달려갑니다. 그때 연료게이지는 50%를 가리킵니다. 평화의댐까지 다녀오기엔 조금 부족하지 싶어 중간에 보이는 춘천휴게소에 들릅니다. 운좋게도 거의 최저가의 휘발유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럴땐 일반유를 잘 받아 먹어주는 이놈이 이뻐보이네요. 이 곳의 주유소는 좀 특이합니다. 춘천휴게소 자체가 상하행선 통합 휴게소인데, 주유소는 기본적으로 하행선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단, 상행선쪽에는 단 한개의 셀프주유기가 비치되어있습니다. 심지어 유류비는 약간 더 저렴합니다. 신기한 마음에 주유를 마치고 다시 북쪽으로 달려갑니다.

회사 업무로 가끔 들르던 춘천의 데이터센터를 거쳐 소양호 부근을 지나 파로호로 달려올라갔습니다. 중간에 약간 지루해졌으나 어느덧 파로호에 금새 도착하였고 길은 점점 신비로워지고 있었습니다. 새벽 안개가 짙게 내리깔렸고, 주변의 산은 점점 우락부락해지는 것 같더군요. 인적도 드물고 민가도 점점 사라져갑니다. 최북단에 위치한 이 호수는 한국전쟁때 많은 적군이 수몰당했다하여 파로호라 이름 지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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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느덧 평화의댐 굽이길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입구에는 해산휴게소라는 아주 작은 매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제 약 23km의 굽이길이 이어집니다.

굽이길은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중간중간 짧은 직선주로를 통해 속도를 높인 후 복합코너로 이어지는 구성이 많았습니다. 이 투스카니에는 ABS가 없는데, 전 아직 브레이크 락을 100%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합니다. 한때 심한 락킹으로 깍두기 타이어를 만들어버린 적이 있어서 신경을 곤두세웠으나, 여느 고갯길들처럼 노면 상태가 썩 좋진 못해 요철을 지날때 잠깐 락킹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발목 컨디션을 생각하여 최소한의 스키드음만 들으며 코너를 돌아나갔습니다.


중간중간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하이킹 준비를 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차 상태가 좋지 못해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중간에는 해산터널이 있습니다. 최북단 최고봉 최장터널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꽤 긴 직선 터널이지만 노면 상태가 매우 안좋아 속도를 낮춰 안전하게 통과했습니다.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약간 내리막이 이어지는데, 터널 출구 양쪽에 정차중인 차량들이 꽤 있었습니다.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위험할 수 있었던 구간입니다.

이제 반정도 왔습니다. 다시 굽이길을 따라갑니다. 2-3단을 오가며 6천 rpm까지 모두 사용합니다. 발목 상태가 좋지 못해 힐앤토를 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되는대로 레브매칭을 해가며 여유있게 돌아나가는 것도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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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도착한 댐 정상. 근무나온 것으로 보이는 육군 병사들이 저를 이상한듯 쳐다보더군요.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정상 공간은 꽤 넓고 잘 개발되어있었습니다. 물 문화관이 크게 자리잡고 있고 그 앞 공간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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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정상은 공사중이었으나, 그 웅장함과 경치를 즐기는데에는 문제없었습니다. 날씨가 매우 좋아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실력이 비루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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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전까지 집으로 돌아가야했기에 잠시 둘러본 후 바로 출발했습니다. 주행 실력도 미천하고 글 재주도 없어서 재미없게 적은 것 같네요. 새벽 일찍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온 보람이 있는 드라이브였습니다. 거리가 있는지라 자주 오진 못하겠지만 간혹 찾게될 코스네요. 주행 그 자체보다도 이 주변 환경이 주는 묘한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특이한 곳 같습니다. 이제 정말 끝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조용하고 평화로우면서 왠지 삭막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때문인지. 다른 고갯길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끝으로 저희 집이 있는 용인 수지에서 평화의 댐까지의 실소요시간을 참고로 남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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