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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가 카레라의 자연흡기 엔진을 터보 과급엔진으로 대체한다는 내용보다 더 쇼킹한 것이 바로 박스터와 카이맨의

6기통 자연흡기 대신 4기통 터보엔진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이다.


박스터가 데뷔한지 올해로 20년이 되는 시점에 3세대로 진화하면서 지켜왔던 이미지와 성능으로 보여주었던 확실한 실력은 상당히 의미있는 것이었다.


포르쉐의 스포츠카 라인업에서 실력있는 엔트리 미드십 로드스터의 존재감과 만족도는 카레라의 영역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내에서 추가적인 볼륨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911보다 어떤면에서는 핸들링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카레라를 위협할 수준의 출력이 아닌 언제나 디튠된 엔진을 탑재해 영역구분을 미리부터 철저히 한 덕분에 박스터는 완벽한 오픈 에어링과 적당하다고 하기에는 충분한 파워 그리고 아주 높은 완성도로 차를 좋아하는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여자친구나 아내에게 사주고 싶은 차 최상위 순위에 손꼽혔던 차종이다.


어떻게 보면 박스터나 카이맨은 출력에 아주 민감하다고 보기는 힘든 그런 영역이라 구지 고급스러움과 여유있는 주행감각 대신 소형엔진을 바쁘게 만들어 수치적인 숫자가 앞섰으니 더 좋은거 아니냐?라는 커뮤니케이션과 제품 전략에 대해서는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타봤다.

스포츠카에 있어서 시동을 거는 순간은 운전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세레모니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런 차를 타는 사람들의 심리와 기대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4기통의 시동 걸리는 소리란 1억짜리 차와 500만원짜리 차가 크게 다를 수 없는바 4기통 엔진에 너무 무리한 바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인 것 같다.


기어를 넣고 시가지를 빠져나가는데, 기존 박스터의 카랑카랑하고 존재감 확실했던 회전질감과 압축감이 좋았던 느낌 대신 원동기 돌아가는 거친 사운드와 원래 6기통 엔진인데 스파크가 4개만 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둔탁한 느낌은 애써 건조한 느낌으로 연출하려고 애를 쓰는데, 무슨 짓을 해도 이 엔진으로 나의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게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 너 잘달린다고 했으니 한번 밟아주마.

속도가 붙는 느낌은 상당히 좋았다.

2.5리터 터보 엔진은 350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42.8kg이다.


991 카레라S때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박스터의 터보 엔진 역시 최대 토크를 아주 겸손하게 사용해 급격한 부스트 상승에 의한 플랫토크 구간의 높이를 제한해 최대한 NA느낌이 나게 조율한 것이 분명하다.


카레라S와 비교하면 박스터S쪽이 조금 더 터보의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고 일단 바닥에 비비면서 끝까지 밟을 때의 느낌은 스포츠성면에서나 고속으로 갈수록 탄력이 더 붙는 듯한 느낌으로 기어비가 촘촘해지면서 높은 회전수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져도 6000rpm이후의 영역에서 확실히 추진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고속으로 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박진감은 카레라S에 못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6기통때보다 출력이 높다는 것으로 기술이 향상되었다고 받아들일 초보자들을 제외하고 4기통을 통해 실질적인 운전자가 얻는 것은 신호등 레이스나 0->100km/h가속이 빨라진 것에 대해 열광할 초등학교 수준의 꿈나무 카매니어들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스포츠카에 바라는 고객의 기대치가 란서 에볼루션과 박스터가 같을 수는 없다.

란에보나 임프레자와 같은 차에는 V6 6기통 엔진이 들어가면 코미디가 되는것과 같이 1억이 넘는 최고급 프리미엄 스포츠카에 4기통 엔진을 얹는 것 역시 이보다 더 심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엔진이라는 큰 질량이 차량의 중심에 위치한 미드십 특성상 4기통화를 통해 6기통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핸들링에 대한 이점은 전륜구동이나 후륜구동 차들보다 미미하다. 오히려 정교한 액셀링을 통한 코너에서의 액셀웍에서 과급엔진은 NA에 비해 항상 불리하니 핸들링 핑계를 대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차를 아무리 이쁘게 만들고 운전하기 너무 좋은 편안한 공간에 고급스런 질감이며,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에 고속에서의 안정성과 움직임은 정말 바닥에 딱 달라붙어 뭔짓을 해도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은 든든함을 줄 정도로 완벽한 운동성능을 확보했지만 이 빌어먹을 4기통 엔진은 아무리 이쁘게 봐주려고 해도 정감이 안간다.


911이 991로 진화하면서 확보한 초감각적인 코너링 능력과 핸들링에 대한 새로운 기준은 박스터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이전에도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이차가 보여주는 핸들링을 생각하면 다른 어떤 스포츠카도 주눅이 들어 자포자기 할 정도의 수준까지 되어 버렸다.


박스터를 폭발적으로 많이 팔아 볼륨브랜드가 되겠다는 다짐에 의해 선택한 옵션이 아닌 카레라와의 관계속에서 집안의 서열이나 앞으로의 방향성 어쩌구하는 핑계를 댈 것이라면 718박스터는 집안에서 최대의 불이익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박스터의 4기통 터보화가 보여주는 슬픈 교훈은 아무리 훌륭한 브랜드라도 수십년 지켜왔던 철학과 차만들기에 대한 방향성 조차 시대가 요구한다는 미명하에 그리고 연비좋고 빠르기만하면 뭐든 이 핑계 저핑계 갖다 붙여 혁신인 듯 목에 힘주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포르쉐를 통해 매니어들을 감동시켜줄 차를 원하는 것이지 시대가 원하는 차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동차의 가치와 재미 그리고 거기에 연결된 소중한 카라이프를 모두 배터리차만도 못한 쓰레기로 간주하는 쥐뿔도 모르는 환경운동가들을 만족시키는 차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포르쉐가 스포츠카 브랜드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기 위해서는 시대가 원하는 차 그 상위 개념의 차를 만들줄 알아야하고 끊임없이 매니어들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 설득력이 얼마나 복잡하고 미묘하면서 까다로운 과정인지는 포르쉐 스스로가 가장 잘 알것이다.


718이라는 숫자가 주는 소중한 역사적 의미를 포르쉐가 한 결정적 실수를 커버하는데 이용했다는 것도 슬픈 사실이다.


확신하건데 박스터와 카이맨에 6기통 엔진은 부활할 것이다.

-test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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