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교환을 해놓으면서 빼놓은 오일을 자세히 살펴보니 금속가루가 미세한 띠를 이룰 정도로 과장을 보태면 대야에 쇳가루가 수북히 쌓여있을 정도였다.
차를 견인차에 실어 용인 WABBP로 바로 보내야겠다고 맘을 먹는 것은 0.01초도 걸리지 않았다.

와프에 도착한 RS2의 하부를 뜯어 정밀하게 점검을 하기로 하고 하부서부터 차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하단부에서 메탈베어링을 확인하기 위한 분해작업에서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 자빠질만한 흔적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1번과 2번 실린더쪽 소메탈(커넥팅로드와 크랭크샤프트에 인접하는 베어링)베어링이 불을 먹어 누렇게 탈색이 되어있을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크랭크 샤프트를 잡아주는 대메탈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위의 사진은 크랭크 샤프트쪽의 모습인데, 소메탈과 맞닿는 부분에 뚜렷한 상처가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이 대목에서 크랭크샤프트를 교환해야하는 이유와 살벌한 견적과의 투쟁 그리고 이번 작업이 단순히 부품 몇개를 교환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자 그럼 독일에서 작업을 해주기로 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자.

1.
상태가 좋은 중고 블럭을 구해서 새로 엔진을 조립한다.
2.
중고 엔진의 메탈베어링을 모두 신품으로 교체하고, 피스톤 링도 모두 신품으로 교체한다.
3.
이전에 박살난 엔진에 장착되었던 오일펌프는 당시 신품으로 교환했던 것이기 때문에 오일펌프는 중고엔진에서 새로 조립하는 과정에서 모두 재사용한다.
4. GT3071
터빈과 배기매니폴드 역시 신품으로 구입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모두 박살난 엔진에서 그대로 중고 엔진으로 이식한다.

위의 내용이 하만모터스와 내가 한 약속된 작업내용이다.



위의 사진들은 와프에서 차를 분해하는 과정의 전부를 모두 사진촬영한 것으로 분해하기 이전 상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함이었다.
분해하는 과정만 수백장에 이르는 사진이 와프측에 의해서 촬영되었고, 이는 조립을 하는 과정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원천봉쇄하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실린더 헤드는 가이드 고무를 첫번째 오버홀 할 때 교환한 상태였지만 위의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흡기밸브중 한개가 오일에 젖어 있는 즉 가이드 고무의 상태가 좋지 않거나 작업의 실수로 오일이 스며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RS2 2008년 겨울 장기입원을 시킬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고, 이때부터 필요한 부품을 와프측에서 내게 넘겨주고 난 회사의 부품팀에 이 모든 부품을 모두 직접 오더하게 되었다.

맘을 단단히 먹었다.
그리고 여기서 확인된 손상이 전부인지 아닐지는 좀 더 두고봐야하는 문제이다.

엔진이 작살났다. 그것도 오버홀한 후 2천킬로도 타지 못하고 말이다.
1
년만에 3번째 오버홀을 해야하는 심정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궁금해서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위에 언급한 독일 하몬모터스측에서 제대로 작업을 했다면 과연 왜 오일압력이 떨어졌고, 엔진이 짧은 시간안에 사망을 했는지 일반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난 종이에 그간 일어난 것을 일단 결과위주로 적어보았다.

1.
신품수준의 오일펌프가 장착되었다. (사실 혹은 거짓)
2.
약속한데로 하몬측에서 메탈베어링을 신품으로 교환했다.(사실 혹은 거짓)
3.
견인하기 직전 엔진에서 다다다다하는 소음이 발생했다. 이는 소메탈이 작살나면서 피스톤이 중심을 잃어버려 실린더와 피스톤이 비정상적으로 접촉을 했기 때문에 들릴 수 있는 소음이다.
4.
오일압력이 정상치보다 낮았지만 엔진이 작동을 하는데 부족한 압력은 아니었다.(오일압력 5바 대비 4바에 엔진이 수분만에 작살나는 경우는 드물다)
5.
그래도 엔진은 작살났다.

와프측과 내가 테이블에 앉아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정확한 원인을 찾는 토론을 하는 와중에서도 난 작살나버린 메탈베어링을 잘근잘근 씹어먹는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몬모터스에 전화를 걸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해야하나 아니면 확실한 증거들을 수집할 때까지 따지는 것을 미뤄야하나 고민을 했다.

그 순간에는 하몬모터스를 협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있는 행동은 원인을 찾고 엔진을 정상화 시키는 길이다.
그리고 이제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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