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프에 차를 입고시킨 직후의 모습


브레이크 & 파트 클리너라는 이름의 이 케미컬을 뿌리면 아무리 심하게 오일로 떡이 진이라도 30초면 깨끗해진다.


누유되는 부분에 대한 윤곽이 들어났다.


바로 이부분에서 미세하게 누유가 일어났던 것이다.


머플러의 수정도 덤으로 했다.





자리를 제대로 잡은 머플러


지인의 여주 별장에 가기 전날 땀을 뻘뻘흘리며 Cup2휠로 손수 교체한 직후의 사진


아우토반에서 엔진이 박살난 후 거의 만 5개월만에 가족들과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위에서 봤을 때는 오일누유가 보이지 않았는데, 아래쪽에 여기저기 오일범벅이라면 오일펌프쪽에서 터보로 가는 라인쪽에서 오일이 샜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웅걸 이사님의 설명을 듣고 오일량을 점검해보니 다행히 오일량이 그리 많이 준 것은 아니었다.
검사소에서 15km정도만 가면 되기 때문에 RS2를 몰고 용인의 WABBP로 향했다.

차를 리프트 시켜보니 아까와 마찬가지로 어디서 오일이 새는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지저분했다.
Brake & Part cleaner라는 약품을 뿌리자 30초도 안되어서 엔진 하부가 아주 깔끔해졌다.
그리고 나서 시동을 걸고 자세히 관찰하자 이웅걸 이사님의 말씀대로 오일펌프에서 터보로 올라가는 라인의 입구쪽에서 오일이 미세하게 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인을 풀러 수정을 한 후 다시 연결하였지만 여전히 오일누유가 멈추지 않았다. 라인의  연결부위를 용접해서 수정하려고 했지만 용접이 쉽지 않은 부분이라 아예 라인을 새로 까는 것으로 결정을 보았다.

작업은 완벽히 끝났고, 덤으로 약간 삐뚫어진 머플러의 끝부분도 수정해서 자리를 제대로 잡았다.

이제 남은 일은 냉각팬의 1단이 돌지 않는 원인을 찾아야 했다.
옛날차들은 냉각팬에 관련된 컨트롤 유닛이 따로 없고, 수온센서는 ECU로 냉각팬 스위치는 저항에 연결된다.

이 저항이 좋지 않으면 1단 냉각팬이 돌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독일에서 온 아우디 테크니션에게 듣고 부품을 주문했다.
부품이 도착한 후 성수동 고진 AS에 가서 교환을 해보려고 하는데, 정재겸 공장장님을 우연히 공장에서 만나뵈었다.

그분은 한국에서 아우디의 5기통 엔진을 만져보신 몇 안되는 수석 미케닉으로 저항을 교환하기 전에 릴레이를 먼저 살펴보자고 했다.
릴레이 박스를 열자 명확하게 냉각팬 1단을 관장하는 릴레이가 존재하고 있었고, 릴레이를 탈거한 후 릴레이로 전원이 공급되는 것을 확인하자 전원이 이상없이 올라왔다.

필요없는 릴레이하나를 빼서 냉각팬 1단 자리에 꼽고 시험을 해보니 냉각수가 정확히 90도를 살짝 넘는 시점에 냉각팬 1단이 이상없이 작동했다.

이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문제는 모두 해결한 셈이다.
RS2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고, 가족들과 함께 지인의 여주 별장에 놀러갔을 때 우리의 든든한 발이 되어 주었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잘 나왔고, 연비도 정속으로 가면 11km/리터 이상을 발휘했고, 한국도로에서 현재의 서스펜션 느낌도 좋았다.

뿌듯함에 기뻐서 펄쩍 뛸 것 같지만 실상 맘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안도할 뿐이다.
그러면서 깨달은건 차가 고쳐지고 완성되는 과정속에서 작용하는 바로 ‘운’이라는 것의 파워였다.

나의 자동차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싸움을 마치고나서 그 모든 과정을 뒤돌아보면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운이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에 대해 부정할 수 없었다.

차를 제대로 관리하고 복원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차에 대한 애정이다.
그 애정이 있으면 탐구하게 되고 정보를 찾아 해메고 그러다보면 기계적인 부분에 빠삭해진다.
거기에 직접 눈으로 들여다보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찾는 과정속에서 쌓인 지식은 차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놀라운 역할을 한다.

RS2의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으로 얻은 것은 실제 문제해결을 위한 답은 아니었다. 결정적 이유는 인젝터가 바뀌어 있었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속에서 다양한 다른 내용과 기술적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언제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는 그때의 탐구가 도움으로 작용할 것이다.

위의 조건이 모두 갖춰지고 나서 필요한 것은 자기의 애마를 제대로 손봐줄 수 있는 미케닉이다. 자신이 미케닉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정비실력이 있으면 관계없지만 일반적으로 장비의 한계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남은 한가지 중요한 것은 바로 ‘운’이다.
그동안 연재했던 내용을 자세히 되짚어보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으로만 전개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간에 포기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돈은 돈대로 엄청 많이 깨졌고,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난 최선을 다하고도 안되면 운이 없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 한편으로 맘이 편하기도 했다.

차는 평생 취미이다.
한번 차를 취미로 생각하게 되면 중간에 기복은 있다해도 평생 즐기는 장난감인 셈이다.
처음에는 새차를 사서 구입하는 재미, 튜닝하는 재미,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달리는 재미, 운전실력을 쌓기 위해서 서킷에서 시간을 보내며 실력을 연마하는 재미, 자기가 어렸을 때 동경하던 오래된 고물차를 구입하는 재미, 그차를 고치고 복원하는 재미, 자기가 복원한 자랑스런 애마를 카쇼에 출품하는 재미, 그 자랑스런 애마에 가족들을 싣고 여가를 즐기는 재미, 동종 차를 소유한 오너들과 나누는 대화의 재미….

500마력짜리 삐까뻔쩍한 스포츠카를 새차를 구입하는 재미도 크고, 고물차의 낡아 터진 서스펜션 부싱을 교환한 후 헐렁하던 핸들링이 타이트해졌을 때의 재미도 크다.

그 재미의 크기는 쉽게 측정되는 것이 아니고 때론 시원한 쇼룸에 앉아 말쑥한 영맨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몽블랑펜으로 신차 계약서를 쓸 때의 희열보다 땀을 뻘뻘흘리며 리프트 밑에 미케닉과 들어가 라이트를 비추며 애마의 구석구석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피다가 발견한 작은 문제점, 해결, 정상회복의 기쁨이 더 클수도 있다.

RS2가 내일 당장 어떤 문제가 또 터질지는 모른다.
내차가 완벽해졌다고 말하는 것에 소심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큼 단순히 조심스러워서가 아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웬만한 문제가 터져도 그리 화가 나거나 긴장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 못 고치면 다음달 아니 내년에 고치면된다. 돈이 없으면 생길때까지 기다렸다고 고치면 된다. 시간이 없으면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리면 되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물어볼 곳이 없으면 여기저기 찾으면 되고….

한가지 확실한 건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지금 수준으로 만드는데 고작 1년도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동안 연재를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test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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