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0239.jpgIMG_0240.jpgIMG_0241.jpgIMG_0242.jpgIMG_0243.jpgIMG_0244.jpgIMG_0246.jpgIMG_0247.jpgIMG_0248.jpgIMG_0249.jpgIMG_0250.jpgIMG_0252.jpgIMG_0253.jpgIMG_0254.jpgIMG_0255.jpgIMG_0256.jpg


국내의 수퍼카 시장은 이제 그리 작지만은 않은 제법 사이즈가 있는 시장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아울러 뒤져보면 아주 진귀한 모델부터 극상의 영타이머들까지 가끔 이런 차가 국내에 있었다니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아주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친한 선배분이 얼마전 구입한 F430 베를리네타는 국내에서 신차출고하여 현재 3,800km밖에 주행하지 않은 완전 무사고에 완전 무칠에 모든 것이 소위 제짝으로 페인트 한방울 들어가지 않은 극상의 상태였습니다.


2006년도 F430을 처음시승했을 때 325km/h를 달렸던 기억을 되돌리면 페라리와 저의 인연은 그리 가벼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후에도 많은 페라리를 시승했지만 F430은 기계적으로 완성도를 상당히 끌어올려 이제 제법 안심하고 탈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수퍼카로 인정받은 첫번째 페라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360모데나도 완성도면에서 F355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향상되었지만 변속기쪽을 보면 F430쪽의 F1시프터가 훨씬 안정적입니다.


오너의 요청에 따라 차량의 상태도 점검할 겸 시승을 나섰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날은 한참 춥다가 날씨가 풀려 노면에 얼었던 것들이 지면으로 올라와 제법 미끄러운 상황이었습니다.

막상 계속 추운 날보다 춥다가 갑자기 포근해진 바로 그날 저녁이 사실 가장 미끄럽습니다.


페라리는 흔히 마른노면에서도 차가 왜 돌아버리는지 모르게 순식간에 돌아버리기로 악명이 높은 차이고 가벼운 몸무게와 짧은 휠베이스를 생각하면 겨울에는 가급적 운행을 안하는 것이, 부득이 하게 되더라도 극도로 조심해야 합니다.


변속기의 상태나 엔진의 상태 등 더할나위 없이 좋은 컨디션을 만끽하며 5,000km도 타지 않은 새차에 가까운 10년넘은 페라리를 운전하는 것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듀얼클러치가 458 이탈리아부터 적용되었는데, F430까지의 싱글클러치 타입 변속기는 가속 중 시프트 업할 때 가속패달을 그냥 밟고 있으면 변속충격이 상당히 크고 거칩니다. 때문에 가속패달을 살짝 놓았다 밟는 동작은 클러치를 보호하고 변속충격을 없앨 수 있는 운전법으로 E60 M5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운전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하기에 여건이 좋지 않아 풀가속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림픽도로 우측 끝차선에서 3단 130km/h정도에서 가속패달을 아주 지긋이 1/3정도를 전개하며 회전수만 높이는 상황...


순식간에 후륜이 우측으로 흐릅니다. 도저히 이런 마일드한 가속에서 후륜이 날라간다는 상상을 하기 힘든 그런 상황에서 후륜이 미끄러집니다.

우측은 벽, 좌측에는 승용차 한대가 있는 상황..


스티어링을 우측으로 돌리는 카운터 조작을 했으며 조작은 스티어링 9시 15분 기준으로 스티어링에 손떼지 않고 180도 미만의 각도만 주었는데 노면의 그립이 잡히는 상황이 노면의 마찰력의 분포가 워낙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이라 카운터 직후 다시 반대로 한번 미끄러지고 두번째 반대로 카운터는 100도 미만의 조작으로 잡고 세번째 반대편으로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일단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아마 총 2초 정도의 시간에 카운터를 3번을 쳐서 잡았는데, 가속패달은 미세하게 전개된 상황이었고, 제동은 하지 않았으며, 꼬리를 칠 때 좌측의 승용차, 우측의 벽에 닿지 않게 하는 아주 빠르고 정교한 스티어링 조작이 필요했습니다.


미끄러지는 순간이 너무 급격했고,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냥 몸에 배어 있는 매뉴얼적인 반응을 동원해 차를 모션을 잡는 상황이었고, 식은땀이 줄줄 날 정도로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속도가 높은 상황일수록 카운터를 너무 지나치게 많이 치면 리버스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보통 리버스가 발생할 때의 동작은 너무나 급격하기 때문에 항상 풀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시승을 하면서도 그리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지 않았던 이유는 예측불가의 상황에 저나 차를 노출시키지 않는 운전법 그리고 뭔가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승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날도 사실 아무리 가벼운 시승이라해도 이런 차를 시승하면 안되는 그런 날이었던 것이지요.

다행히 아무일 없이 상황은 종료되고, 오늘은 도저히 시승하는 것이 무리이니 바로 차를 돌려 돌아가자고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리지널의 가치를 최대한 가지고 있는 시승차는 11년된 순정 타이어가 아직도 장착되어 있었으니 딱딱하게 굳은 타이어가 추운 날씨와 미끄러운 노면에서 접지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바보가 된 것이지요.


F430과는 스파이더 수동모델까지 총 3번을 시승했었는데, 이날도 아주 기억에 남을 메모리 하나를 얻은 셈입니다.

후륜구동 수퍼카들의 안전도는 겨울에 극도로 낮다고 봐야하고, 후륜에 힘이 많이 걸려있는 풀타임 4륜도 이런 노면에서 4륜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긴 겨울에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고 절제하는 것도 건강한 카라이프를 하는데 아주 중요한 내공이라고 생각합니다.

-testdr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