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색깔로만 구분하는 여자친구를 car girl로 길들이기(?) 위해 그동안 많은 차들을 보여주고 여러 자동차모임에도 데리고 다녔습니다. 차 모르는 사람에겐 재미없을 수도 있을텐데 제 취미를 존중해주고 같이 즐기려고 노력해주는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여튼, 그 친구가 다양한 차종을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던 중 어느날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차가 있다길래 알고보니 1세대 미아타랍니다. 팝업 헤드라이트인 부분과 라이트가 올라왔을때 눈이 땡그래보이고 차 전면부가 웃는 상이라 마음에 든답니다. 너무 귀엽다며 카톡배경사진까지 이걸로 바꿔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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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제 친구인 테스트드라이브 활동을 하는 레거시GT/미아타 오너 현홍이도 밸런스가 좋다고 추천해주는 차이기도 하고 연식이 있다보니 매물 시세도 낮길래 든 생각이 '그래? 그럼 대학졸업선물로 사줘서 수동도 가르치고 나도 타보자'였습니다.

구매한 차량은 은퇴한 어르신이 7년전 마즈다 딜러쉽에서 구매해서 탄 97년식 13만마일의 순정상태 미아타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찬찬히 뜯어보니 크루즈컨트롤과 파워윈도우/사이드미러가 달린걸로 보아 Torsen LSD가 달린 모델인걸 확인하고 쿨매임을 직감, 곧바로 거래 진행시켰습니다. 1세대 마지막 연식인데다 LSD 달려있고 녹없는 최상 페인트상태의 Classic Red 미아타는 정말 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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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카 반납장소에서 만나 찍은 첫 사진입니다. 20년의 세월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상태에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네요. 7시간 운전한 가치가 있고도 남습니다. 결제와 간단한 서류 작성 후 차키를 받아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느껴진건, 컨버터블은 정말 시끄럽다는 것과 순정상태의 서스펜션에도 불구하고 차체가 낮아 바닥에 붙어서 운전하는 고카트 느낌이 전에 탔던 미니 2세대보다 강했다는 것입니다.

한시간을 넘게 달려도 논밭 밖에 안보이는 그런 middle of nowhere를 달리며 비록 고속이라 탑을 오픈하진 못했지만 창문을 열고 기분을 한껏 만끽해 보았습니다. 컴팩트한 운전석에 앉아 풀내음과 비릿한 비료냄새가 섞여 들어오는 바람과 아날로그 느낌 물씬 느껴지는 콕핏의 불빛, 무심코 틀어본 라디오에서는 전 차주 어르신이 듣던 컨트리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분위기에 젖어들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량들을 거쳐 왔지만 매번 새로운 차를 인수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독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갖고 싶던 차를 마침내 갖게 된 흥분과 설레임, 새로운 분위기, 낯선 운전느낌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 아직도 각 차량마다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만 그런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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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타는 사실 깜짝 선물이어서 여자친구에게 친구 핑계대고 몰래 다녀온 외박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잠시 파츠샵에 들려 가죽이 해진 스티어링휠에 순정느낌의 커버를 씌워주고 약간의 데코작업을 거쳐 짠 하고 보여줍니다. 얼굴은 프라이버시를 위해 가렸지만 생각해보니 이미 지난번 북미 모임 후기에서 얼굴은 다 팔렸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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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를 받은 기념으로 드라이브를 갔다왔습니다. 코스는 북미 모임때 돌았던 코스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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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목: 어색한 첫만남>


내용에 다 담지 못한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이정도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연식이 연식인지라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이 보이고 경정비 해줘야 할 것들이 몇 있는데 최대한 제가 직접 해볼 요량입니다. 비싼차가 아니다보니 부담이 없는게 장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