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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중에서 유럽사양으로만 만들어진 차종의 가치는 북미형 배기가스 기준에 맞춰 디튠된 엔진을 탑재한 차종보다 높다고 봅니다.

E34 M5 3.8사양도 이에 해당되며, 유로스펙만을 가진 스페셜 차종 중에 아우디의 RS2와 B5 RS4는 그 좋은 예입니다.

즉 오리지널의 느낌이 강하고 실제로 같은 엔진이라해도 유로사양과 북미사양은 미세한 차이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0년 데뷔한 RS4는 유럽사양으로만 만들어졌으며, 공식적으로 미국에는 수입되지 않았습니다. 유럽과 동일한 배기가스 규정을 가지는 일본에도 몇 대만이 비공식적으로 수입된 것으로 압니다.


코스워스에서 흡기와 관련된 부분을 설계해서 유체쪽은 코스워스에서 손을 대었다는 부분과 S4의 2.7트윈터보와 근본적으로 거의 같은 구성이지만 냉각쪽의 성능이 비교도 되지 않게 강력하게 설계된 부분, 큰 터보에 아날로그의 꽝터보를 가진 특성 등 여러가지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요즘 터보가 일반화되어있는 시점에 과거의 터보는 과연 지금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부분인데, 일단

RS4가 데뷔했을 때의 상황을 보면 E46 M3의 NA초고회전, W202때 C36, C43 NA대배기량을 강조한 벤츠는 W203 C32에 수퍼차져를 탑재해 급이 더 큰 M5, RS6, E55 AMG의 브랜드별 엔진구성의 차이를 하위 모델에도 그대로 적용된 시점이었습니다.


2.7리터라는 엔진의 크기는 아주 의미가 큽니다.

요즘은 2리터 아니면 3리터로 기통당 배기량을 500cc정도로 해서 3기통 1.5, 4기통 2.0, 6기통 3.0으로 사용해 생산효율을 극대화시키지만 당시에 아우디에는 V6만해도 2.4, 2.7, 2.8, 3.0으로 전혀 다른 색깔의 4가지 엔진이 있었고, 그중에서 2.7트윈터보가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2.5리터는 너무 펀치가 없고, 3리터는 저속에서 풍부한 토크를 가지고 있지만 드라마틱한 부분이 좀 약하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배기량을 가진 2.7리터의 구성은 초반에 약간 무거운 듯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기량의 덕을 좀 볼 수 있는 정도의 넉넉함도 가지고 있고, 부스트가 가해지면서 급격하게 증폭되어 전혀 다른 영역의 세계로 안내하는 드라마틱한 회전 특성을 보여줍니다.


닛산 스카이라인의 RB26엔진의 2.6리터 직렬 엔진도 초반 반응과 부스트 이후의 특성등을 비교하면 이렇게 3리터가 되지 않는 엔진 즉 기통당 500cc에 한참 못미치는 엔진들이 과급이 되었을 때의 회전수 상승에 따른 드라마가 확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스트만 받쳐준다면 고회전에서 제어도 기통당 배기량이 큰 엔진보다 쉽고, 때문에 고회전에서 살아있는 토크감면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요즘 직분사 기반의 터보 엔진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터보레그가 거의 없다는 부분인데, RS4의 경우 터보레그가 확실합니다. 물론 RS2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밟았을 때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과급되는 과정 그 자체의 모든 부분이 몸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부스트가 터지면서 발휘되는 폭발적인 가속력이 더욱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터보 레그는 컨트롤의 어려움을 말합니다. 미세한 조절을 할 때 즉 가속패달을 놓았다 밟는 아주 미세한 변화에 엔진의 힘의 가감이 가속패달의 조절폭보다 더 크기 때문에 코너에서 미세한 조절을 하는데 큰 방해를 줍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신형 터보의 미세한 힘조절은 NA와 거의 차이가 없어져 코너에서 차를 다루는 감각에 있어서 구형터보들에 비해 훨씬 수월하고 결과적으로 차를 빠르고 쉽게 몰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다만 터보 본연의 캐릭터가 아니 전자제어에 의하 가공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꽝터보엔진들이 직빨에서는 큰 매력이 있지만 코너에서 빌빌할 수 밖에 없는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RS4의 경우 RS2와 비교하면 엔진 자체의 유연성 때문에 컨트롤이 아주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교한 컨트롤을 방해하고도 남을 정도의 터보레그는 존재합니다.


엔진의 힘이 3000rpm을 넘어서야 제대로 붙는 특성도 그렇고 과격한 부스트의 상승에 너무 부드럽게 올라가기 때문에 레드존에 가도 엔진이 고회전이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습니다.

깜짝 놀라 변속을 하고 나면 여전히 풀부스트 영역의 회전수라 미친듯이 치고나가는데, 순정 서스의 RS4 뒤가 살짝 꺼지고 앞이 살짝 들리면서 맹렬한 가속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5000rpm부근에서 어드져스터가 작동해 타이밍이 바뀜으로 토크가 쳐지는 영역에서 다시한번 힘을 끌어올리는 세팅으로 고회전으로 가서 7000rpm 가도 회전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없습니다.


순식간에 힘을 쏟아내고 6000rpm 되면 힘이 빠져버리는 대부분의 최신형 터보 엔진보다 6000rpm이후 훨씬 시원합니다.


이런 엔진 특성은 최적의 기어비와 맞아떨어져 4,5,6단은 변속후 6000rpm부근부터 재가속이 되는데, 부분이 싱거우면 rpm변속이후 펀치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스포츠 엔진으로 개발된 엔진이라 주로 S4, 올로드콰트로 RS4, A6등에 사용되었지만 RS4 와서 진짜 제대로된 타이틀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모터로 튜닝되었습니다.


강력한 엔진 본체의 내구성도 이 엔진의 큰 장점입니다.

NA M엔진들이 매력이 있지만 컨로드 베어링을 16만에서 26만킬로 사이에 교체해주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RS4의 엔진은 오일관리 문제가 없다는 조건에서 메탈베어링을 교체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을 정도의 Bottom end가 강하게 내구력 위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매력적인 하드웨어는 궁극적으로 어떠한 스토리가 있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집니다.

이런 스토리는 세월이 쌓여 단종이 된지도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서 그때 그 "명기"를 회상하며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좋았던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듭니다.


한두가지가 아니라 정말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가지는 엔진들은 2.7TT말고도 많습니다.

차를 소유한 이후 이런 스토리를 함께 알아가면서 알게된 내용으로 만족하는 철저히 자기만족일 수 있지만 자동차 역사가 발전하면서 어떤 계기로 제작된 훌륭한 엔진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매니어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