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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재욱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이제 완연한 겨울입니다. 다들 월동 준비로 바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올해의 카라이프를 결산하고 있습니다.

참 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녔고, 이것저것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활동도 도전해보고요.


개인적으로는 "월간 여행자"라는 프로젝트를 세우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여행가기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1월 전국일주를 시작으로 11월까지는 이런 저런 핑계로 열심히 여행을 다녔고, 이제 마지막 달에는 어디로 갈 지 고민 중이네요.


'금붕이'라는 별명을 얻은 540i도 여전히 잘 지냅니다. 최근에는 윈터로 신발을 갈아신겼고요.

상반기에는 소소한 정비를 꾸준히 마쳐 올해 메인터넌스 계획은 우선 마무리하고

하반기에는 데일리카로서 믿음직하고 먹성 좋은 동반자가 돼 줬습니다.

이 차 덕에 새로운 사람들과도 많이 만나고 멋진 경험도 많이 해, 내년에는 벼르고 있는 다른 정비들도 차근차근 진행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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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차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오늘은 간만에 옛 친구인 EF S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010년 4월, 제 카라이프의 시작을 함께하고 벌써 만으로 7년이 다 돼가네요.

지난 해 YF 터보를 들이고, 사고를 겪고, 또 연이어 540i를 데려오면서 EF S는 "언젠가 복원"을 목표로 오랫동안 킵하고 있었죠.


아무래도 제한된 예산과 시간에 두 대의 차를 유지관리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 대의 차를 관리하는 마스터님을 비롯한 여러 선배님들의 내공에 경의를 표합니다 ㅎㅎ

특히나 YF 터보를 탈 때는 한 쪽은 새차라 고치는 건 EF만 신경쓰면 됐는데,

540i를 데려오니 메인터넌스의 포커스 자체가 자연히 540i 쪽으로 쏠리게 돼 EF S에 많이 소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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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자연히 EF S의 상태도 나빠졌습니다. 손톱만했던 휀더의 부식은 어느 덧 손바닥만큼 커졌고, 캠버볼트가 절어붙어서 링크를 그라인더로 잘라내는 등 완전 "생쇼"를 해야 했죠.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인데, 이것이 달리지 못하고 서 있기만 하니 골병이 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고 나니 EF S를 정말로 오래 소장할 양이면 더 자주 타 주고 생기를 불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EF S를 다시 스프린터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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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올 초 교체했던 머플러부터 당장 바꿨습니다. 원래 이른 바 '포탄형' 튜닝 머플러가 장착돼 있었는데, 오래된 배기 파이프에 구멍이 나면서 덜렁덜렁+허당이 돼버렸죠. 소리도 시끄러워지고요.

당시에는 540i가 워낙 우렁차니 쏘나타라도 조용히 만들자-는 심산으로 초 저렴한 순정 엔드를 사다 끼웠습니다.


그런데 소리와 손맛으로 타던 수동차에 배기음이 완전히 죽어버리니 재미도 없고, 무엇보다 눈에 띄게 리스폰스가 저하되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7년 전 구입했던 머플러가 아직도 판매 중이었고, 구변은 돼 있으니 그대로 사다가 장착합니다. 사실 순정을 잠시 끼우고 있던게 되려 불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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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러를 교체하면서 함께 매니폴드에서 내려오는 1번 파이프의 플렉시블 조인트도 잘라내고 새걸 달아줍니다. 사실 이게 머플러보다 비쌌지만, 어디선가 긁혀 배압도 새고 보기 흉한 것을 두고 보느니 이 참에 새걸로 갈아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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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도 교체했습니다. 기존에 장착된 멀티스포크 휠은 일제 정품이긴 하지만 무거울 뿐 아니라, 너무 오랜 세월의 여파로 밸런스가 온전히 나오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외관도 많이 헤졌고요.

제 취향에는 딱이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만산 6스포크 휠로 교체해 줍니다. 요즘 찾기 힘든 PCD 114.3+4홀 휠이라 며칠간 중고나라에 잠복해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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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캠버볼트가 로어암 부싱 내부의 베어링과 늘러붙은겁니다... 망치로 때리고 불로 지지고 무슨 짓을 해도 안 빠져서 로어암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그 밖에도 앞서 이야기했던, 로어암을 잘라내고 캠버볼트를 교체하는 삽질에 이어, 또 어떤 부분을 손봐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사실 가장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변속기였습니다. 7년 전 클러치 교체 당시 작업자의 잘못된 작업으로 미션오일 드레인볼트에 '야마'가 나 있는 상태로, 계속해서 미션오일 누유를 모니터링해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변속감도 엄청 퍽퍽해지고, 내부에도 싱크로 파손으로 2단 기어가 빠지는 등 문제가 많았죠. 어쨌든 볼트구멍이 야마나서 하우징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니 새 미션을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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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션 교체 작업을 준비하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참에 기어비까지 조정을 해 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승용 세단인 EF 쏘나타의 순정 기어비는 스프린터들에 비하면 한참 처집니다. 특히 3단이 엄청 길어서 3단을 넣자마자 축 처지기 시작하고, 4단에서 최고속이 나오긴 하지만 영 가속이 심심했죠.


어짜피 커스터마이징해 나만의 차로 복원하고 소장할 것이라면 언젠가 미션도 손을 봐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점점 커집니다.

결국, 통장을 텅장으로 만드는 용기를 내 후회하기 전에 지르기로 결심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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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그렇게 EF S의 변속기가 바뀌었습니다. 상태 좋은 중고 미션을 마련해 3, 4단 기어비를 대폭 끌어당기고, 종감속 역시 4.533으로 교체, 가속력을 엄청나게 보태줬습니다. 대신 5단은 0.697로 오히려 늘려 서킷까지 가는 길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가기로 합니다.


그 결과 제원 상 4단에서 200km/h까지 올라가던 최고속이 170km/h로 떨어졌습니다. 이전보다 손발은 훨씬 바빠졌지만 운전 재미는 몇 갑절이나 늘어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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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터로의 컴백을 스스로 축하하기 위해 지난 달에는 언더백 레이스에도 나가 봤습니다. 롤케이지가 없어 타임 트라이얼에만 참가했지만, 여전히 충분히 잘 달려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삽질'에 공감을 못 할 것 같습니다. EF 쏘나타라는 차량이 특별히 소장가치가 높은 것도 아니고, 서킷에서 눈에 띄게 빠르거나 엄청난 감성을 지닌 차도 아니니까요. 이번 작업을 준비할 때도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재밌는 차를 사라"는 조언도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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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차량 가액의 2배, 3배가 넘는 돈을 부어가며 나만의 차를 만드는 작업에는 분명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부품을 구할 수 있을 때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고요.


더군다나 처음에는 뒷좌석에, 조금 커서는 조수석에, 그리고 이제는 운전석에 앉고 있는 이 차를 경제적 가치나 효용성만 생각해 보내기에는, 아직 제가 많이 무른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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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손볼 곳이 많습니다. 슬슬 부식과의 싸움이 시작됐고, 복원을 제대로 한다면 전체도색도 고려해봐야 하고요.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 작업 중에는 울어버린 틴팅지 제거와 낡아 작동이 불량한 오디오 수리도 남았습니다. 메인터넌스적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큰 악영향은 없는) 누유를 잡고 슬슬 오일이 비치는 서스펜션 시스템 교체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고요. 당연히 540i의 정비 목록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돈들 일, 신경쓸 일 투성이지만 많이 설렙니다. 처음 EF S를 운전하면서 느꼈던 그 설렘이 돌아온 것 같아서요.

추워진 날씨가 야속하지만, 그래도 집을 나설 때 쏘나타 키를 더 찾게 되는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이 차를 꾸준히 고쳐, 언젠가 그 결과물을 다른 분들 앞에 보였을 때 박수받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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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 S와 540i, 둘 다 올해 수능을 본 고3 학생들과 동갑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 태어난 셈이죠.

오래된 차를 타는 즐거움은, 운전 이외의 부분에서 내가 정성을 들이는 만큼 만족감으로 보상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많은 회원님들도 이 즐거움에 공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버지 손에서 차생(車生) 1막을 지내고, 제게 넘어와서 2막을 마쳤으니 이제 3막 시작이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는 스프린터이자 영타이머로서 팔팔히 달려주리라 기대합니다.


올해 유례없는 추위와 폭설이 찾아올 거라고 벌써부터 예보 투성이지만, 부디 제 두 애마와 회원님들 모두의 애마가 사고 없이 포근한 겨울을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겨울 무사히 보내고, 내년에 지금보다 더 나아진 차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



EF S & 54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