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제주도 여행을 급 떠나게 되어서 이틀간 약 300km 정도를 다녀본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제주도 처음으로 가봤는데.. 덕분에 너무 동선을 잘못짜서 졸지에 완전 투어링모드가 되어버렸습니다.


짧은 준비기간에도 기적적으로 공유가 광고했던 4만키로 갓 넘은 올뉴 K7 2.4가 배정되었습니다.(다른 렌트카 회사에서는 1종 있냐고 물어보더니 있다고 하니깐 차가 없어서 그러는데 원하면 단체관광용 스타렉스라도 내주겠다고 하더군요) 48시간 대여료가 14만원인데 풀커버 보험료가 9만 6천원이더군요 ^^;;; 타본 느낌은 차가 자신의 상품적 정체성과 달려있는 엔진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변속기가 상품성과 엔진 양쪽 중 어디에 줄을 서야하나..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상품적 정체성으로는 품위있고 싶어하는데 엔진의 정체성은 꽤나 스포티한 놈이고.. 근데 변속기는 누구 편 들어야 하나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질적인 MDPS 짜증을 한번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자석현상도 없었고 차도 핸들 잡은 방향으로 잘가고요. 다만 타이어 관리도 안하고 얼라이먼트도 안봐서 그런지 웅웅웅 대는 택시에서나 들을법한 소리가 나더군요...


제주시 권역(북쪽)은 휘발유가 1,550원 균일가 수준입니다. 남쪽 서귀포는 조금 싸고요.


섬 중심으로 갈수록 당연하겠지만 오르막이고 반대로는 내리막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준 와인딩 로드가 꽤나 존재합니다. 그리고 로터리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지역주민들의 렌트카에 대한 짜증 때문인지... 운전이 상당히 거칠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지역주민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단순하게 렌트카 넘버가 아닌 차를 얘기합니다. 거기에 상용(트럭)차들은 더더욱 현지 차라고 생각되고요. 육지에서 간선도로에 해당될 거 같은 일주도로 같은 곳에서는 기본적으로 100km/h 이상씩 밟고 뒤에 달라붙은 차들은 때어내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로터리에서도 추월을 시도하는 차도 보았습니다. 1톤 탑차들의 파이팅이 대단했는데 살벌하게 달립니다. 100km/h 이상의 고속에서도 그냥 머리부터 집어넣고 끼어들기, 서울 한복판에서도 보기 힘든 미친듯한 칼치기 (3 - 1 - 2 - 3 - 1 - 3 - 2)들도 보게 되더군요. 이런 상황인데 의외로 시내 정체구간에서는 조용합니다. 시내구간은 서울만큼 정체도 있고 그러는데 생각보다 크락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사실 뉴스에서만 보고 렌트카 사고가 많이 나는 이유가 다니는 렌트카가 많아서 (중국에 인재가 많은 이유가 인구가 많으니깐.. 같은 논리) 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녀보니 


생소한 동네에 처음타는 차에 경치보랴, 네비보랴, 일행과 얘기하랴, 뒤에 달라붙기라도 하면 욱하는 경우도 있고 생각보다 험한 도로 조건 등등 사고가 날 이유는 상당히 많아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렌트카 사무실에 도착하니깐 사고사례(?) 전파 게시물이 눈에 띄는 곳에 잘 걸어놓고 심지어 어떤 회사는 입구에 사고나서 대파된 차를 전시해 두기도 했더군요. 실제로도 다니면서 렌트카가 사고나서 서 있는 모습도 몇 번 보았고 제 눈 앞에서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급 후진을 한다던지 그냥 막 반대쪽에서 유턴하며 뛰어든다든지..) 운전들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일정도 동선도 꼬이고 그래서 너무 여유없이 다닌 거 같은데 기회가 되면 자차를 배에 실어와서 찬찬히 다녀보고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