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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니 무슨 건담같이 생기기도 했네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가족 멤버 중 한 분께서 이번에 CTS-V를 구입하였습니다. 출고 당일  밤 서울 - 수원 간 잠시 드라이브하면서 느낀 점을 여러분들과 공유할까 합니다. 전문적인 시승기나 품평회는 아니고요. 다만 CTS (또는 CTS-V)를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본 차량의 주 사용자께서는 지난 10여년 간 E60 530i -> F10 535i -> C7 S6 를 운행하셨던, 약간의 스포츠성을 가미한 편리한 세단을 원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차량의 특성 상 구입 전 시승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특히나 주류 차종이 아니면 시승을 할 수 없는 점이 좀 아쉬운데, (심지어 제가 예전에 베르나 3도어 수동을 구입할 때도 그랬으니, 차 가격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CTS로 대체하여 시승할 만한 성격을 가진 차도 아니기 때문에 구입하면서 얼마간 도박을 하는 느낌도 있긴 했습니다.

CTS-V의 스펙은 지천에 널려있으므로 생략하고 바로 첫 인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바로 전 차가 S6 였기 때문에 S6와 많이 비교가 될 듯 합니다.

일단 실제로 보면 차가 굉장히 큽니다. 벌키한 것 까진 아니지만, 길어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제원을 보지는 않았지만 시각적으로 조금 버거운 정도입니다. 그런데 실내는 생각보다 넓지 못합니다. 반대로, S6보다 전반적으로 좁은 느낌입니다. 트렁크 역시 넓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운전석에 앉으면 착좌감은 아주 좋지만, 시프트레버의 위치가 상당히 뒤로 물러나 있어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잡기보다는 오른팔을 뒤로 당겨서 잡는 느낌이라 조금 불편합니다만 요즘에는 시프트레버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으므로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사족이지만 이런 위치라면 차라리 링컨이나 애스턴마틴같이 버튼식으로 처리하고 시프트레버를 아예 없애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전반적인 실내 마무리는 미국차로서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이제 GM차들도 포드 정도까지는 실내 마감수준이 올라간 듯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차나 독일차보다는 아직 디테일에서 여기저기 떨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만 (특히 버튼이 눌리는 촉감이라던지) '이것 때문에 이 차는 못쓰겠다' 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아쉬운점은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 상 "이정도 급 다른 차에는 다 있는 기능"이 몇 가지 빠진 부분은 고급차 판매에 있어 어떻게 보면 치명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트렁크 자동 닫힘기능이 없는데, 일견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여도 한 번 자동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는 큰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센터콘솔의 버튼은 모두 정전기식(?) 버튼으로 대체되어 예전에 LG 초콜릿폰 같이 실제로 눌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햅틱 반응으로 버튼이 눌렸을 때 잔진동을 느낄 수 있어 불편하지 않습니다. 오디오 볼륨 컨트롤은 손가락을 슬라이드 하여 조정할 수 있는데, 요건 참 좋은 기능인 것 같습니다.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영업사원 분의 말로는 한국GM에 두루 적용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시스템이라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S6에 있는 네비게이션보다는 조작 측면에서 월등합니다. 그리고 많이 쓰지는 않기 때문에 기본적인 안내 기능만으로도 저희에게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디스플레이식 계기판이나 HUD에 네비게이션 기능이 전혀 연동이 안되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디스플레이식 계기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이 잠 아쉽습니다. 그리고 외부 카메라 성능이 아주 구립니다. 특히, 앞쪽을 비추고 있을 때 (약 3개의 카메라 각도가 별도로 보입니다) 이 카메라가 보는 방향이 도데체 어디인지 빨리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건 좀 보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계기판으로 넘어가면, 이제 화면의 그래픽이 일반 기계식(?) 계기판을 교체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정보를 오른쪽 왼쪽에 띄울 수 있는데, 뭐 그닥 쓸모 있는 정보가 많지는 않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네비게이션 정보를 구현해내지 못하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그래도 고성능 모델이기 때문에, 오일온도, 오일압력, 타이어 압력, 수퍼차저 과급압력 등을 별도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좋지만 실사용자 분에게는 뭐..) 계기판 테마에 따라 중앙에 속도계가 오게 할 수도, 타코미터가 오게 할 수 있어서 그날 기분에 따라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운전하는 느낌은.. 역시나 차의 크기가 느껴집니다. 게다가 특히 뒤쪽의 시야가 (나쁘진 않지만) 아주 좋은 편도 아니고, 헤드라이너까지 실내가 완전 검정색이라 약간 답답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달리기 시작하면 민첩한 핸들링이 참 신선합니다. 핸들링 덕분에 차의 크기가 작아지는 느낌이랄까요. 핸들링은 정확하고 예민해서 S6나 535i 등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더욱이 예전에 E60에서 F10으로 넘어오면서 차가 많이 무뎌진 느낌이었는데, CTS-V는 예리하게 갈아놓은 칼처럼 기분좋은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겠습니다. 요즘 ATS나 CTS가 독일차들보다도 더 독일차 같다고 하는지 얼마간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600마력이 넘는 차는 생전 처음 타봅니다. 저는 지금 200마력대, 300마력대, 400마력대 차를 가지고 있는데 이정도 가지고는 CTS-V의 가속력을 어떻게 표현할 방법은 없겠죠. 아. 느낌상으로는 시속 30km, 80km, 150km, 190km에서 각각 가속할 때 가속력이 완전히 동일한 것 같습니다. (말이 안되죠? 그런데 느낌이 그렇습니다) 고속 크루즈 및 선회 시의 안정감은 월등합니다. 핸들링이 민첩하다고 했는데, 예민함의 경계에서 절묘하게 있어주니 불안감 없이 드라이빙이 즐겁습니다. 다만, 절제 안된 소음이 좀 큰 편입니다. 수퍼차저의 '위잉-' 하는 소리는 그렇다 쳐도, 미쉐린 PSS 타이어 소음이 많이 올라옵니다. 제 ISF는 순정 RE050A에서 PSS로 타이어를 교체 했었을 때 PSS가 참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RE050이 무진장 시끄러워 상대적으로 조용한 느낌인 건지, 아니면 CTS-V에 장착된 거대 사이즈 PSS 때문에 소음이 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사실 좋은 얘기는 많이 없는 듯합니다. 아직 CTS-V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지금 느낌은 이렇습니다. 운전의 재미 측면에서 보면 다른 유명 독일이나 이태리 스포츠세단보다 좋거나 대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차의 전체적인 짜임새 자체가 정제가 다 안된 느낌입니다. (그래도 마세라티 보다는 모든면에서 뛰어난 것 같습니다) 저라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재미있게 타고 다니겠지만, 아직 대중에게 어필한 만한 점은 부족 한 듯 싶습니다.

가끔씩 느끼는 점이 있으면 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댓글을 읽고 보니 중요한 부분을 빼 놓은 것 같아 추가 합니다.

엔진이 토크가 워낙 두터우니 4단 자동변속기로도 충분할 듯 합니다만, 요즘 세상이 그런 세상이 아닌지라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일반 주행모드에서는 적극적으로 록업이 안되는지 의외로 motorboating 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굼뜨지는 않습니다만..

또한 8단이다보니 저속 운행 중 가스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2-3단 바로 다운쉬프트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motorboarting 현상의 느낌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단, 고속 주행에서는 변속기의 응답성이라든지 직결감은 아주 훌륭합니다. (저는 GM 자동변속기를 참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얼마간의 선입견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전혀 거친 느낌은 없습니다. 시동 걸 때 목에 걸린 가래 뚫는 소리가 한 번 시원하게 나고 나면 실내에서는 OHV V8에서 기대하는 사운드나 진동을 느끼기는 힘들고, 운행 중에도 배기음은 차분합니다. 오히려 박력있는 사운드를 원하는 분들은 배기 튜닝을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실내 기준이고, 밖에서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고속에서도 배기음 보다는 수퍼차저 소리가 주로 들리기 때문에 어찌 보면 좀 아쉽습니다.

1세대나 2세대 CTS-V를 접해보지 못해서 비교는 어려우나, 미국적인 머슬카라기 보다는 고성능 스포츠세단에 가까울 듯 합니다.